메인화면으로
중동전쟁 휴전…헤즈볼라가 '절반의 승리'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중동전쟁 휴전…헤즈볼라가 '절반의 승리'

[해설] 코 납작해진 이스라엘군…'이란 변수' 주목

한 달 넘게 무력충돌을 벌여 온 레바논과 이스라엘이 유엔 안정보장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결의안에 따라 14일부터 휴전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스라엘의 실질적인 전쟁 상대였던 헤즈볼라도 휴전에 동의함으로써 수백 명의 민간인 희생자를 내고 레바논의 기반시설을 파괴한 무력충돌은 중단되게 됐고, 1만5000명에 이르는 국제평화유지군과 레바논 정규군이 레바논 남부에 주둔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무력충돌의 과정에서 그동안 '불패의 군대'로 불렸던 이스라엘군은 코가 납작해졌고,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를 점령할 때까지 휴전을 미루려고 했던 미국의 계획도 무산됐다. 반면 헤즈볼라는 미국에 이어 세계 최강으로 평가되는 이스라엘군의 공격에 맞서 만만찮은 전력을 보여줌으로써 국제사회를 놀라게 했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막강한 화력에 헤즈볼라가 버텨낸 것만으로도 헤즈볼라가 승리했고, 이스라엘의 위상은 추락했으며, 미국의 '새로운 중동전략'은 위기에 빠지게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희생당한 수많은 레바논인들, 공습에 의해 철저히 파괴된 레바논의 기반시설들을 고려할 때 헤즈볼라와 레바논이 입은 타격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이스라엘은 무엇을 얻었나?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주 "이스라엘은 이 전쟁을 승리하고 있고 전인미답의 성과를 올리고 있다. 싸움이 끝난다면 우리는 우리의 위대한 승리로 중동의 얼굴이 바뀌었다고 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의 이 주장은 거짓이었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를 파괴하지 못했다. 무장해제에도 실패했다. 헤즈볼라에 잡혀간 이스라엘 병사 2명도 구출하지 못했다.
  
  이스라엘은 레바논을 폭격해 민간인 700명을 포함한 1000명 이상의 레바논인들을 희생시켰고, 레바논에 50억 달러 이상의 경제적 피해를 줬다. 그러나 헤즈볼라는 여전히 건재하고, 사망한 헤즈볼라 전사는 58명에 불과하다.
  
  이스라엘은 이번 전쟁에서 아랍의 보복심리를 자극하고, 이스라엘군은 무적이라는 오랜 신화를 스스로 깨뜨리는 부메랑을 맞았다. 이스라엘은 이번 전쟁을 치르느라 16억 달러의 돈을 썼고, 군인 82명을 포함해 120명의 이스라엘인들을 희생시켰다. 헤즈볼라에 의해 파괴된 이스라엘 탱크도 13대가 넘는다.
  
  올메르트가 하기 싫었던 휴전에 동의한 것은 이번 전쟁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여론과 이스라엘 내의 비판여론과 무관치 않다.
  
  레바논 침공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던 이스라엘 국민들은 한 달이 넘도록 헤즈볼라를 무력화하지 못한 정부의 전쟁 수행방법에 실망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이스라엘의 유력지 <알 헤레츠>는 11일 속전속결 방식으로 전쟁을 승리로 이끌지 못한 올메르트 총리의 사퇴를 주장하고 나섰다. 올메르트에 대한 지지도는 전쟁 초기에 75%였으나 최근에는 48%로 급락했다.
  
  헤즈볼라의 성취와 좌절
  
  반면 헤즈볼라는 많은 약속을 지켜냈다. '적들을 놀라게 하겠다'고 공언한 헤즈볼라는 베이루트 부근 해역에 있던 이스라엘 전함을 타격했고, 이슬라엘 영토의 하이파와 그 남쪽 지역의 많은 도시들에까지 폭격을 가했다.
  
  한 달 동안 계속된 전투에서 이스라엘이 입은 피해는 헤즈볼라의 저항이 어느 정도 강력했는지를 보여준다. 헤즈볼라는 전쟁을 통해 이슬람의 대표적인 정치세력으로 성장했고, 그 최고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는 아랍의 영웅으로 부상하는 정치적 이득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헤즈볼라도 지치긴 했다. 헤즈볼라는 1967년 이스라엘에 빼앗긴 셰바 팜스 지역을 탈환하지 못했고, 생포한 이스라엘 병사 2명을 이스라엘에 있는 레바논 수감자들과 교환하겠다는 목표도 달성하지 못했다.
  
  헤즈볼라가 한 달이 넘는 이스라엘군의 공격에도 살아남았을 뿐 아니라 이스라엘 영토까지 타격한 것을 두고 일부 사람들은 헤즈볼라가 이미 승리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파괴되어 버린 레바논은 헤즈볼라의 패배를 상징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같은 상이한 평가에 대한 판단을 위해서는 전쟁의 결과를 살펴봐야 한다. 우선 꼽을 수 있는 전쟁의 실체적인 결과는 레바논 정부가 1만5000명의 군대를 이스라엘과의 접경지대에 파견하기로 하면서 헤즈볼라의 약속이 좌절됐다는 점이다.
  
  헤즈볼라의 지도자 나스랄라와 헤즈볼라 소속 2명의 내각장관들은 놀랍게도 레바논 정부의 이같은 결정에 동의했다. 2000년 5월 레바논 남부 지역에서 이스라엘군이 물러나고 헤즈볼라가 점령한 이래 헤즈볼라는 이 지역에 레바논 정부군이 들어오는 것을 거절해 왔다.
  
  레바논 정부군의 주둔에 동의하겠다는 헤즈볼라의 입장은 지난 10일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남부 전략요충지인 마르자윤 마을을 점령한 직후 나왔다.
  
  마르지윤 마을은 이스라엘군이 지난 1978년부터 2000년까지 레바논 남부 지역을 장악하면서 사령부를 뒀던 곳으로, 이스라엘군이 이곳을 다시 장악한다면 대규모 지상전을 위한 강력한 발판을 마련하게 되는 것을 의미했다. 따라서 헤즈볼라로서는 엄청난 난관에 처하게 된 것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마르지윤 마을의 함락이 헤즈볼라의 패배를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헤즈볼라도 지쳤다는 것을 뜻한다. 또 헤즈볼라가 전쟁으로 인한 레바논의 파괴로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고, 이번 충돌을 종결시킬 '출구전략'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지상전이 시작되면서 헤즈볼라는 약화되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지친 것은 사실이다. 그것은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군에 비해 제한된 병력과 무기를 가진 비정규군이라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 때문이다. 또 레바논인들의 희생이 커지면서 전쟁을 끝내라는 정치적 압력을 모른 체 할 수도 없는 입장이었다.
  
  무기가 소진되어 가고 있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이 독일을 공격할 때 썼던 카츄사 로켓을 주된 저항수단으로 삼고 있는 헤즈볼라이지만 외부로부터의 무기 공급이 원활치 않은 상황에서 오래 버틴다는 것은 무리였다. 카츄샤 로켓은 이스라엘이 갖고 있는 미제 미사일에 비해 정확도 면에서 게임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문제 해결의 열쇠는 이란의 손에"
  
  헤즈볼라는 국제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휴전에 찬성한다고 지속적으로 말해왔지만, 이스라엘군의 폭격이 중단되기 전에 휴전을 선언하는 것에는 거부의 뜻을 분명히 했다.
  
  미국과 프랑스가 주도해 12일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유엔 결의안에 헤즈볼라가 동의를 한 것은 이스라엘군이 철수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결의안에는 또 헤즈볼라의 무장해제에 대해서도 명확한 언급이 없어 헤즈볼라로서도 거부할 주된 이유가 없어졌다.
  
  한편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중 누가 승리했는지를 판단하는 데 있어 중요한 기준은 헤즈볼라의 무장해제가 이루어졌는지 여부다.
  
  레바논의 푸아드 시니오라 현 내각은 레바논에 주둔하고 있던 시리아군이 지난해 5월 철수한 이후 헤즈볼라의 무장해제를 시도해 왔지만 실패했다. 레바논 정규군도, 시니오라 내각도, 유엔도, 그 누구도 헤즈볼라의 무장을 해제할 수 없었다.
  
  이스라엘 역시 엄청난 화력을 퍼부으며 공격을 가했지만 결국 실패했고, 헤즈볼라의 무장해제는 요원하다.
  
  그렇다면 누가 헤즈볼라의 무장을 해제시킬 수 있을까. 그것은 바로 헤즈볼라를 지원하고 있는 이란이다. 이란만이 헤즈볼라를 무장해제시킬 능력을 갖고 있다.
  
  시리아의 저명한 정치분석가인 사미 모우베이드는 12일 <아시아타임스(www,atimes.com)>에 게재된 글에서 "이란만이 헤즈볼라에게 명령을 할 수 있고, 헤즈볼라 역시 이란의 명령에만 따를 것"이라며 "이스라엘과 미국이 진정으로 이 전쟁을 끝내고자 한다면 유엔이 아닌 테헤란에서 대답을 받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우베이드는 또 유엔 결의안의 내용이 어떤지와 상관없이 미국과 프랑스가 결의안을 통해 헤즈볼라의 무장해제를 달성하려 한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미국과 국제사회가 이란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이란에 엄청난 '당근'을 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란 핵개발을 인정하는 정도가 그 '당근'이 될 수 있겠지만, 국제사회가 그같은 결정을 내리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이란의 대리전'으로 명명된 이번 전쟁이 휴전으로 일단락되게 됐지만, 당장 사태가 완전히 진정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그래서 힘을 얻고 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