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 원가' 공개가 중대 분기점을 맞고 있다. 마침내 열린우리당이 "공공주택 소형아파트에 대해선 분양원가 공개를, 중대형 아파트에 대해선 원가연동제를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 변화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차대한 시점에 지난해부터 아파트 투기의 문제점을 현장에서 지적하며 분양원가 공개 등 많은 대안을 내놓았던 공인중개사 이태용님이 <열린우리당에게 보내는 긴급제언>을 보내왔다.
아파트 평수에 상관없이 '전면적 분양원가 공개'를 단행하는 동시에, 정부-건설업계의 반대논리인 '건설경기 붕괴'를 막기 위해 1백90조원에 달하는 정부 연기금의 일정부분을 '폭리없는 정상가격의 아파트 건설사업'에 투입하라는 생산적 대안 제시다. 다음은 이태용님이 보내온 기고문의 전문이다. 편집자주
***<열린우리당에게 보내는 긴급제언>**
강동석 건설교통부 장관은 지난 6일 국회 건교위에서 분양원가 공개와 관한 건교부 입장을 묻는 질의에 대해 "분양원가 공개는 아파트 가격 안정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않는다. 아파트 가격 안정을 위해서는 정부가 주택건축 표준원가를 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주택업자가 일정 범위 내에서 분양가를 결정하도록 하는 '원가연동제' 또는 '원가상한제'가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 방향으로 주택법이 개정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에 반대한다"는 예의 '분양원가 공개 반대' 입장을 거듭 분명히 했다고 합니다.
강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아파트가격의 폭등에 빈부격차의 심화, 특히 2세들을 걱정하여 힘들어하는 대부분 국민들을 또한차례 분노케 하고 절망하게 만들었습니다.
다양한 욕구와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현대자본주의 민주사회에서 애시당초 100% 완벽한 정책이란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시인합니다. 하지만 분양원가공개가 100% 완전한 것은 아닐지라도 원가연동제라든지 원가상한제의 직접규제보다는 완벽한 제도입니다. 부풀리든 거짓으로하든 원가공개를 하는 것이야말로 입주자들의 돈으로 건설하는 아파트 선(先)분양제하에서는 '상식'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물건을 만들어 놓고 파는 후(後)분양제라면 만원짜리를 십만원에 판다한들, 수요자가 있어 구매를 하는 한 누가 비난할 수 있겠습니까. 이것이야말로 시장경제원리하에서의 '상식'이 아닙니까.
***"실제 평가 건축비는 1백70만원"**
건교부는 요즘 "지난 5월말 현재 전국의 미분양주택은 4월에 비해 14.1% 증가한 4만5천164가구로 집계되었고, 이같은 수치는 지난 2001년 5월 2만8천여가구 이후 3년만에 최고 수준"이라며 "이처럼 미분양주택이 크게 늘어나면서 자금난에 빠질 것을 우려해 중소건설업체를 중심으로 신규 수주를 포기하는 사례까지 잇따르고 있다"고 언론에 흘리고 있습니다.
실제로 통계에 의하면 국내 건설수주가 1분기에는 14.2% 감소했고 4월에 들어선 뒤에도 14.6%나 감소했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이처럼 국내경기가 좀처럼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총생산의 16%를 차지하는 건설경기마저 급격히 얼어붙을 조짐을 보이자 결국 정부가 건설경기 연착륙 방안, 즉 부동산부양정책을 내놓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언론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분양물량증가로 건설경기(특히 아파트건설)가 나빠지는 현상을 냉정히 따져 보십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공급자와 수요자가 적당한 이익의 나눔이 아닌 '폭리'로 모든 이익을 분양시행회사가 가져가는 상황에서 미분양의 증가는 도리어 시장원리에 맞는 현상이 아닌가요?
지난 2월 서울도시개발공사의 상암단지아파트 분양원가공개 보도자료에 의하면, 평당 7백36만원인 원가에 64%의 이익을 얹어 평당 1천2백10만원에 분양했다고 합니다. 당시 서울도시개발공사는 평당건축비를 '3백40만원'으로 계상했습니다.
반면에 지난 6월 경실련에서 발표한 화성시 동탄 공공택지개발지구 시범단지의 민간건설업체들이 제시한 사업비의 평당단가는 택지비 2백20만원, 건축비 '5백28만원'으로 총 7백49만원이었습니다. 경실련이 추정한 평당단가는 택지비 1백79만원, '건축비 3백만원(광고비 등 기타비용 40만원 포함)'으로 총 4백79만원입니다.
지난 2003년 분양한 용인 동백지구의 평당건축비는 '4백6만원'입니다. 반면에 건교부에서 공고한 표준건축비는 평당 '2백90만원'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제가 서울의 아파트분양시행회사의 책임자에게 들은 것은 우리나라의 모(某) 1군건설시공회사에게서 받은 평당건축비 견적은 '1백70만원'이었습니다. 이것은 건교부가 고시하는 표준건축비라는 것도 이미 건설사에 많은 이익을 얹어주고 있다는 얘기에 다름아닙니다.
요컨대 건설사들의 '실 건축비'는 일부 분양원가 공개과정에 서울도시개발공사가 밝힌 건축비나, 경실련 등 시민단체의 추정치, 건교부의 표준건축비보다도 크게 낮은 것으로, 건설사들은 이들 건축비 조작을 통해 엄청난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기에 분양원가 공개 대신 건교부가 정한 표준건축비에 기초한 '원가연동제' 또는 '원가상한제'를 주장하는 건교부의 '속내'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순수 시공사 "평당 1백70만원 건축비만 보장하면 아파트 계속 짓겠다"**
국민들은 분양광고만 보고 대기업의 유명건설회사에서 아파트를 짓는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종합건설업면허를 가지고 있는 '주택건설시공회사'란 건설현장의 안전관리까지 외부에 하청을 주는, 모든 과정을 하청을 주는 시스템입니다.
심하게 얘기해서 다만 사무실, 관리자만 가지고 있는 시스템이라는 것입니다. 주택공사나 도시개발공사도 모두 하청구조로 아파트를 공급하는 형태입니다. 말만 '시공사'이지, 내용적으로 이들은 '시행사'인 것입니다.
(실상이 이러하기에 지난 2월 서울도시개발공사의 원가공개시 실제로 시공만 하고 있는 일부 소형 건설(시공)사들은 "우리는 고작 2%의 마진을 보고 있다"며 "우리를 폭리를 취하고 있는 '시행을 겸하는 건설회사'로 보지말라"고 억울해 하는 얘기가 나온 것입니다.)
결국 이러한 시스템에서는 돈을 대는 사람, 즉 시행업체에 얼마나 초기자본이 있으며 어떻게 금융권을 잘 이용하는 것이냐에 귀결된다는 겁니다. 시공회사의 관심사는 시행회사가 얼마나 제때 돈을 잘 주느냐하는 것이기에, 평당건축비 1백70만원만 줘도 만족한다는 얘기를 하는 것입니다.
요컨대 실제로 아파트를 짓는 건설사들은 평당 1백70만원만 보장해줘도 영업행위를 계속할 수 있다는 얘기인 것입니다.
환언한다면 아파트 건축비 1백70만을 기준으로 분양가를 대폭 하향 현실화하면 현재 집없이 세들어 사는 전 국민의 절반이 현재의 전세값으로 자신의 아파트를 살 수 있어 아파트 경기가 순식간에 활기를 띌 수 있으며, 실제로 건설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있는 이들 건설사들의 영업이 잘돼 고용문제도 풀릴 수 있다는 얘기에 다름아닌 것입니다.
***정부, 내일 경제가 결딴나도 오늘 투기심리만 자극하려 해**
"주택건설경기가 죽는다"며 요즘 정책당국자나 경제전문가, 언론들이 아우성입니다.
실제로 돈을 대는 투자가(그 돈이 자기돈이든, 금융권에서 차입하든)인 시행사가 "도저히 폭리를 취하지 않으면 아파트를 짓지 않겠다"고 하면 건설경기가 침체(단종건설업이든 종합건설업이든 건설시공회사의 어려움)되는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하지만 최근의 아파트경기 침체는 "생산자가 엄청난 폭리를 취한 결과 소비자에게 돌아오는 이익이 없다"고 소비자가 판단한 결과입니다. 요컨대 폭리에 따른 실수요자의 위험부담 증가 및 구매력 소멸이 낳은 결과가 다름아닌 최근의 미분양물량의 증가인 것입니다.
그런데도 요즘 정부가 하는 행위를 보십시오.
미분양사태를 계기로 건설시행사(시행과 시공을 겸업하는 건설회사포함)의 폭리를 견제하는 방안인 공기업이나 공공택지에 짓는 아파트의 분양원가 공개를 하려 하진 않고, 내일은 어떻게 나라경제가 초토화되더라도 일단 제일 쉬운 경기부양책인 '국민들의 투기심리'만 자극하려들 뿐입니다.
지금 국내총생산의 16%를 차지하는 건설경기가 침체되어 국내내수경기가 걱정이라고 합니다. 저도 걱정입니다. 건설업이 지탱하고 있는 고용효과가 엄청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주택경기 침체의 근원이 아파트건설시행사의 일방적 폭리에 의해 구매자의 수요심리를 차단하여 팔리지 않는 지극히 정상적인 '시장경제원리'의 작동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지금 건설시행사들의 폭리를 묵인하며 또다시 주택경기를 부양하려 할 뿐입니다.
***정부, 연기금을 '주식' 말고 '아파트 건축'으로 돌려야**
정부는 "분양원가를 공개하면 가뜩이나 어려운 주택경기가 초토화하면서 일본식 장기복합불황과 금융공황이 온다"고 주장합니다. 요컨대 '분양원가'와 '경기'라는 두마리 토끼 가운데 '경기'라는 토끼를 잡겠다는 식입니다.
하지만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기획예산처와 열린우리당은 지금 1백90조원에 달하는 정부 연기금의 '주식투자 확대'를 위한 법개정을 서두르고 있습다. 그러나 이같은 발상은 이미 수많은 깡통계좌를 목도한 바 있으며, 기금의 안정적 운영을 원하는 국민들의 반대여론에 의해 '불가(不可)' 판정이 난 상태입니다.
이 1백90조원의 연기금을 더없이 위험한 '주식'이 아닌, 더없이 안전한 '아파트 건축'으로 돌리십시오.
한 예로 부동산투자가 가능한 3조7천억의 기금, 즉 튼튼한 자기자본력을 갖고 있어 결제위험부담이 없는 군인공제회의 건설시행사업의 수주는 모든 건설시공사의 선망의 대상입니다.
연기금은 폭리가 아니더라도 금융권이나 채권투자이익률이상만 맞추면 연기금의 성격에 부응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정부는 연기금이 공공택지에 공급하는 아파트시행사업에 1백90조원에 달하는 연기금의 일정 부분을 투입하도록 하십시오. 연기금이 직접 '시행사'가 돼, 민간건설시행회사처럼 폭리를 취하는 것이 아니라 적정 이익만을 창출하면서 값싼 아파트를 공급한다면, 이는 기금의 공익적목적에 충실하는 동시에 무주택자들에게도 제 집 마련의 기회를 주면서 위기의 주택경기를 살리는 길이 될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정상적인 시장경제원리에 입각한 건설경기를 살리는 것이며, 부동산에서의 빈부격차의 완화방안인 것입니다.
아직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못읽고 있는 열린우리당 국회의원들에게 바랍니다. 시공사와 시행사의 개념을 이해하는 국회의원들이라면, "건설경기를 살리기 위해 투기수요를 유발해야 한다"는 정부 주장에 흔들리기보다는 정부 연기금의 아파트건설시행사업 참여 방안을 적극 고민해주기를 바랍니다.
행정부란 입법부에서 요구하는 것을 집행하는 기구에 불과합니다. 1백52명의 국회의원을 뽑아 국회의 과반수를 만들어 준 국민들의 뜻이 무엇인지, 열린우리당은 겸허히 고민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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