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대통령님께
저는 작년 5월14일 프레시안에 "노짱에게 보내는 공인중개사의 편지"라는 글을 썼던 사람으로, 올해 2월까지 부동산중개현장에서 느낀 부동산투기광풍의 폐해에 대한 대안을 나름대로 제시하고자 하였습니다.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공인중개사로서 제 밥그릇을 깨는 얘기여서 같은 업종의 사람들에게 욕먹을 각오를 하고 썼었습니다.
또한 저는 대통령님의 "원칙과 상식" "우리 2세들을 위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고민에 공감하면서 탄핵정국에 분노하였고, 대통령님의 개혁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4.15총선에서 적은 힘이나마 보탬을 주고자 노력하였습니다.
허나 6월9일 민주노동당과의 초청만찬에서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반대는 대통령님의 소신이라는 말씀을 듣고 대단히 놀랐습니다.
대통령님은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가 왜 개혁적인 것이냐. 분양원가 공개는 개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주택공사가 사업자 원리에 의해 움직이는 한 원가공개는 장사의 원리에 맞지 않는다. 장사하는 것인데 10배 남는 장사도 있고 10배 밑지는 장사도 있고, 결국 벌고 못벌고 하는 것이 균형을 맞추는 것이지 시장을 인정한다면 원가 공개는 인정할 수 없는 것이다"라면서도, "부동산투기를 규제하면 건설경기가 1조원 가라앉고 2만명 실업이 예상되지만, 2만명을 구제하기 위해 부동산 투기를 용납할 수는 없다. 부동산 투기는 기필코 막아내겠다"고 하셨다고 합니다.
저는 이제껏 주택공사란 국민의 필요에 적절히 부응하며,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기업의 폐해를 막아주는 완충역할을 하는 공(公)기업으로 배워왔고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기업보다 훨씬 큰 특혜를 가지고 국민들을 상대로 "장사"하는 집단이라고 하시니 이건 분명 제가 잘못 판단하고 이제껏 글을 썼던 것이 아닌가 합니다.
저는 여지껏 "시장을 인정한다"는 전제이기에 공기업인 주공이나 각 자치단체의 지방공사들의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주장해왔고, 일반 사기업의 원가공개라든지 분양가규제는 반대했던 것이었습니다. 공기업이라는 주택공사가 있기에 민간건설업계의 막무가내식의 분양가인상에 의한 폭리를 견제할 수 있고 민간건설업계의 부당한 폭리로 인한 부동산가격폭등의 일반국민에 대한 피해방지를 할 수 있다고 보았는데, "주택공사도 장사집단"이라고 대통령님이 정의를 내리시니 이제까지 믿어왔던 '상식'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는 기분입니다.
그럼에도 대통령께서는 부동산투기를 용납할 수 없고 기필코 막아내겠다고 하시고 계십니다. 그러한 언급은 대단히 감사합니다. 그러나 국가경제적으로나 대다수 일반국민들의 삶에 대단히 큰 폐해를 미치는 그러한 부동산투기를 막아내는 것이 절대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 분양원가 공개등 여러 제도들이 더불어 이뤄내는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대통령께서 항상 강조하시던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는 국가운영'이라는 말씀을 기억하는 국민들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대통령께서 대선전 "부동산에 관한 보유세는 높이고 거래세는 낮추겠다"는 말씀에 분명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그러한 의지를 가지고 계신다면 뭔가 달라질 수 있겠다는 희망을 읽었습니다. 그러나 그후 '1가구 다주택 보유 통계'조차 발표를 못하는 정부나, 보유세인상에 대한 강남구 등의 저항, 거래세를 어떻게 낮추겠다는 등의 종합적인 계획은 발표하지 않고 다만 세수확대에 즐거운 미소를 짓는 정부만 지켜보아야 했습니다. 이런 마당에 반드시 부동산투기를 막아내겠다는 말씀만 어떻게 믿어달라는 것인지 대단히 답답합니다.
올해 신년사에서 신용불량문제, 사교육비문제. 부동산투기문제등 3가지를 국민대다수의 내수수요를 가로막는 것으로 보시는 적절한 지적을 하신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떠한 어려움이 있으시길래 부동산투기를 막는 시스템의 일부분인 공기업의 분양원가공개를 반대하신 것인지 대단히 궁금합니다.
백번 양보하여 이라크파병문제등 국익과 관계있는 사안에 대하여는 분명 국민에게 공개못할 비밀사항이 있을 수 있다라는 이해를 할 수 있습니다마는, 경제문제 그것도 국가경제-국민생활에 밀접한 관계가 있는 부동산투기문제해결을 위한 시스템상의 한 부분인 공기업의 분양원가 공개반대에 대하여는 합리적인 이유로 국민들을 설득하여주시기 바랍니다. 국민이 대통령을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탄핵정국의 해소, 4.15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의 과반수 국회의석 확보를 통해 국민들이 '우리 당대가 아닌 2세들을 위한 시스템'을 갖추는 입법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 역으로 한나라당에서 분양원가공개를 부르짖는 아이러니를 구경해야 하다니... 심히 답답할 따름입니다. 무엇을 위해 저같은 민초들이 자원봉사로 자신들의 생업을 등한히시면서까지 열린우리당의 국회 과반의석을 위해 뛰었다는 말입니까? 우리 2세들을 위한 제대로 된 합리적이며 상식에 어긋나지 않는 시스템이 작동하는 사회를 위해서가 아니었겠습니까? 마치 사기(?)당한 기분입니다.
저는 부동산에 관련된 글 18편을 프레시안에 올렸습니다마는, 부동산현장에서 본 것을 최소한 비판만을 위한 것이 아닌 가능하면 대안을 제시하자는 것이었고 검색하시면 저의 의견은 나와있기에 하나하나 따지면서 얘기하지 않겠습니다.
만약 시장경제원칙을 얘기하시면서 분양원가공개를 반대하신다면, 진정으로 시장경제원칙인 소비자에게 유익한 "경쟁"과 "보이지 않는 손"을 작동시키려 하신다면, 아파트건설분양시장에 대해 국내건설업체와 똑같은 여건으로 지금 당장 외국건설회사에 시장개방을 단행할 것을 촉구합니다!!!
그렇다면 일절 다른 논리를 대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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