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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최종찬 장관, 이 무슨 궤변입니까"

[공인중개사의 편지] 분양원가 공개 막는 건교부에게

최종찬 건교부장관은 지난 23일 오전 CBS 라디오 프로그램 뉴스레이다와의 인터뷰에서 분양가 원가공개와 관련해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분양가는 미래의 것이기 때문에 입증하기 어렵다는 측면이 있다. 건설사가 조경을 하겠다고 하는 것은 입증이 어렵고, 정확성 등에 시비가 있을 수 있다. (아파트 분양가 원가공개는) 건설사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는 측면도 있다. 어떤 회사는 평당 7백만원이 원가인데 8백만원을 받고, 어떤 회사는 6백만원이 원가인데 8백만원을 받으면 원가절감 노력을 한 기업이 오히려 비난받을 수 있고 자칫하다 보면 왜 원가절감 노력을 하느냐는 얘기가 나올 수 있다. 시장측면에서 보면 조경 등의 문제는 미래의 문제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가와 분양가만 고려하게 되면 품질에 대해 (건설사가) 등한히 하는 문제도 있을 수 있다. 분양가 공개는 결국 분양가 규제로 이어지고 원가공개는 분양가 규제와 사실상 같은 문제로 귀결된다. 이렇게 되면 원가가 싸다, 비싸다를 따지게 되고 결국 정부의 개입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 말을 듣고 대관절 우리나라 건교부는 국민의 공복기관인지, 아니면 주택업체의 대변인인지 정말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최종찬 장관, 이 무슨 궤변입니까**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얘기하면서 건설사 돈으로 다 지어진 아파트를 구매하는 것도 아니라, 고객인 국민이 자기 돈을 내서 아파트를 짓는 상황에서 이 도대체 무슨 궤변입니까. 주택업체가 부풀리면 부풀린대로 분식하면 분식한대로 '선분양'이기에 분양가를 신고하게 되어 있는 것을 알기 쉽게 정리해 인터넷상에 공개하는 것이 무엇이 어렵다는 얘기입니까.

보도된 대로 서울시의 도시개발공사처럼 정부의 주택공사나 민간 주택건설회사도 분양가원가를 공개하면 될 터인데, 왜 건교부장관이 앞장서 "원가가 싸다 비싸다를 따지게 되고 결국 정부의 개입으로 이어진다"고 걱정하고 반대한다는 겁니까?

최장관은 "어떤 회사는 7백만원이 원가인데 8백만원을 받고, 어떤 회사는 6백만원이 원가인데 8백만원을 받느냐"며 건설회사의 도덕적 해이나 원가절감 노력을 얘기합니다. 얼핏 들으면 맞는 얘기처럼 들릴 수 있으나, 문제는 최장관 주장과는 정반대로 '어떻게 통제경제가 아닌 자유시장경제하에서 왜 이렇게 원가가 틀리는데도 불구하고 파는 가격은 똑같냐', '이게 담합이지 공정한 자유시장경제의 경쟁이냐'는 의문입니다.

삼풍사건과 성수대교사건을 거치면서 아파트건설현장의 감리제도는 예전하고 확연히 틀려졌다고 건설기술자들이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장관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가와 분양가만 고려하게 되면 품질에 대해 (건설사가) 등한히 하는 문제도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감리제도자체가 문제라는 얘기밖에 안되며, 감리제도를 관리감독하는 건교부가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는 자백(?)에 다름아닙니다.

더군다나 품질은 시장에서 판단해 싸고 합리적이면 팔릴 것이고(분양계약), 비싸고 합리적이지 않으면 팔리지 않을 것이며(미분양), 또한 주택업체들의 얘기처럼 브랜드가격이 서로 다르기에 전적으로 고객이 선택하는 것이 시장경제원리가 아닙니까?

***최장관, 국민에게 최소한의 당근이라도 줘야 하는 게 아닙니까**

건교부는 시공건설회사에게 시공공정에 따라 돈을 받아 짓는 '선분양'이라는 당근을, 시행사인 주택업체에게는 분양가자율화라는 당근까지 주었습니다. 그렇다면 고객들에게도 최소한 신고된 그대로의 분양가 원가공개라도 해야 하는 게 상식 아닙니까. 도대체 건교부는 무슨 '말못할 커넥션'이라도 있기에 왜 이리도 안된다고 주장하는 겁니까?

일부 시공건설회사는 자기들은 땅주인(시행사)이 아니어서 자신들이 폭리를 취하는 게 아니라며 억울하다고 한다는데, 그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서라도 분양가원가를 공개해야 하는데 왜 안된다는 것입니까?

10.29 부동산대책 발표때 최 장관은 "무주택서민의 내집마련 기회를 확대하기 위하여 투기과열지구내의 25.7평이하의 민영주택에 대한 무주택세대주의 우선공급비율을 현행 50%에서 75%로 높이겠다"고 발표했었습니다. 이처럼 무주택자들을 끔찍히 생각한다면, 무주택자들이 정당한 가격으로 제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분양가 원가를 공개해야 하는 게 아닙니까.

정부 보고 건설사에 대해 무슨 직접적 규제를 하라는 것도 아니고, 국민돈으로 집을 짓는 선분양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만큼 정부에 의무적으로 신고하게 돼있는 분양가원가 내역을 고객인 국민이 알기쉽게 하여 인터넷상에 올리는 수고좀 해 주십시오라고 부탁하는 건데, 건교부는 왜 못하겠다는 겁니까. 건교부는 아직도 국민위에 군림하는 관료들이십니까?

***최장관, 분양원가를 공개해야 건설경기가 되살아납니다**

"분양원가를 공개하면 기존아파트의 가격하락을 가져와 주택담보대출이 많은 금융권의 부실을 가져올 것이며, 주택공급 부족으로 인한 건설경기위축으로 경기침체가 심화될 것"이라며 국민들에게 겁을 주는 정부 당국자들의 얘기들이 언론보도를 타고 있습니다. 이같은 금융권 부실과 건설경기 위축 얘기들은 정말 국민들을 겁먹게 만듭니다.

하지만 이런 협박 또한 한 꺼풀만 들쳐보면 더없이 황당한 논리임을 알 수 있습니다.

어떻게 '분양가원가 공개=기존아파트 가격하락'이라는 공식이 성립될 수 있다는 것인지, 예전에 분양가가 주변아파트 시세보다 훨씬 쌌던 '아파트분양가규제 시절'을 돌이켜 보면 도무지 이해가 가지를 않습니다.

저는 도리어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해야만 최근 위축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건설경기가 힘차게 되살아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분양가 원가를 공개하면 분양가 인하압력이 생길 겁니다. 그러면 주택회사의 이익 폭이 합리적으로 줄어드는 반면에 분양받고자 하는 고객 즉 국민의 이익이 더 커짐으로써, 현재처럼 아파트 분양가가 높아 계약율이 떨어지면서 미분양되는 사태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분양원가를 공개하면 '묻지마'식으로 해왔던 시행사들의 사업관행이 개선돼 공정한 경쟁을 부추키므로써 주택건설산업이 건실하게 발전하게 될 겁니다.

***모기지론 성공 위해서라도 분양원가 공개해야**

최근 주택협회의 한 관계자가 방송에 나와 "회원사의 자율규제에 의해 주변아파트의 가격보다 분양가를 높게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며 "분양가원가 공개보다는 자율조정이 낫다"고 주장합디다.

그러나 이 또한 궤변입니다. 아파트값 폭등때 터무니없이 분양가가 상승해 국민들의 원성이 높자, 정부는 "주변아파트보다 분양가가 높은 곳은 조사대상 분양가과다책정 건설업체로 선정, 국세청에 통보하여 세무조사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그러자 다음날부터 건설사들은 분양가를 신고하기 전에 비교대상아파트를 대상으로 작업에 들어가 가격를 끌어올려 버렸습니다. 최근 국세청 적발사례에서 보듯 분양가 인상을 위한 주변아파트의 가격인상은 대단히 쉬운 일입니다.

정부는 내년부터 집값의 30%정도만 있으면 나머지는 10∼20년의 장기저리 주택자금대출로 집을 장만할 수 있는 모기지론(Mortgage Loan)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제도가 시중의 부동자금을 부작용 없이 끌어들여 투자하게 하고 진정으로 무주택자들의 내집마련을 위한 제도가 되기 위해서라도, 분양가원가공개라는 최소한의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아파트시장, 외국에 공개해야**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얘기하는 국가치고 공정한 경쟁을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국가는 없습니다. 단 우리나라 아파트건설분양시장만 예외입니다. 공급자측을 위한 '선분양제와 분양가자율화'에 맞서, 수요자인 고객이 유일하게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무기는 '분양가 원가공개'뿐입니다.

예전처럼 획일적 분양가규제를 얘기하는 것이 아닌 한,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직접적인 규제는 정부가 막아줘야 하고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시장의 선택을 믿어주어야 합니다.

만약 주택건설시장이 외국에 개방돼 아파트건설비는 공정따라 돈이 들어오고 이익(분양가자율화)은 외국회사 마음대로 아무 제한없이 할 수 있도록 해 이들이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한다면, 그 때 우리의 건교부 주택건설업체는 국민들에게 어떻게 얘기하실 수 있다는 말입니까?

시장경제논리에 벗어난다는 분양가규제가 아닌 최소한의 분양가원가공개도 못하는 건교부 주택건설업체라면, 국민들이 나서서 아파트건설분양시장을 외국에 개방하여 경쟁을 시키는 시장경제의 진수를 보여주어야 할지로 모릅니다.

***정녕 건설사의 비자금이 문제입니까**

덧붙여 서울시의 도시개발공사나 국가의 공기업체인 주택공사가 아파트사업을 하면서 토지수용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가지고 엄청난 폭리를 취해서도 안되겠지만 취한 후에 그것을 국민임대아파트사업도 아닌 장학사업에 쓰겠다고 하는 이명박 서울시장님의 발상에 대해서도 한마디 하고 넘어가야겠습니다.

이 시장님의 발상은 예컨대 한전같은 독점기업이 마음대로 가격을 올려 엄청난 차익을 거둔 뒤 이를 불우이웃을 위해서 쓰겠다하는 것이나, 나쁜 사람이 은행을 털어 불우이웃을 돕겠다는 것과 무슨 큰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하물며 국가나 지자체는 국민들에게 꼬박꼬박 세금을 거둬가고 있으면서 말입니다.

공무원이란 선거로 뽑힌 의원들처럼 일정한 이익단체들을 위해 편드는 자리가 아니라, 대다수 국민들을 위해 일해야 하는 공복의 자리라고 봅니다.

그 어렵다는 정치인들의 정치자금도 공개되는 판에 건교부가 아파트분양원가 공개를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무슨 배짱입니까. 거래가 없어 외형상 안정돼 보일뿐인 지금의 부동산시장이 정말로 안정됐다고 생각하는 착시현상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답답할 따름입니다.

정녕 정부가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막는 것은 시중에 회자되듯 "건설회사의 비자금이 문제"라는 이유 때문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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