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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세력이 다시 꿈틀대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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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세력이 다시 꿈틀대려 합니다"

<한나라당에게 보내는 한 공인중개사의 편지>

공인중개사 이태용씨가 또 한편의 글을 긴급투고해 왔다. 정부의 보유세 중과 방침 발표후 아파트 투기세력의 기가 확연히 꺾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판에, 한나라당이 정부안 통과를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시장의 분위기가 돌연 바뀌려는 조짐이 보이기 시작해, 가만히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판단에 따른 투고였다고 이씨는 그 이유를 밝혔다.

실제로 이씨에 따르면, "보유세 중과 방침후 '이제는 아파트를 팔아야 되지 않겠냐'고 문의하던 전화가 줄 이었었으나 한나라당의 반대 입장이 알려지면서 '좀 더 갖고 있어도 되는 게 아니냐'는 쪽으로 기류가 바뀌고 있다"며 "한나라당이 계속해 이런 입장을 고수할 경우 간신히 잡히는듯 싶던 아파트투기 붐이 재연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다음은 이태용씨가 보내온 글 전문이다. 편집자주

***한나라당 정책책임자 여러분, 제발 부탁드립니다**

우리나라 입법을 좌지우지하는 한나라당의 정책팀에서 보유세 중과 방침에 반대하고 수정하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물론 정부가 10.29 부동산종합대책을 발표한 뒤 '눈가리고 아웅'이라는 비난이 거세지자, 이틀뒤 실질적인 부동산 보유세 중과를 얘기할 정도로 준비 안됨을 보고 저도 비판했었습니다. 그러나 불행중 다행으로 실질적인 보유세 중과 얘기가 나오면서 다주택보유자나 부동산으로 불로소득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타격을 가해 시장에서 분위기가 바뀌어 가격은 잡힐 것이라는 쪽으로 바뀌고 있었습니다.

이런 판에 "부동산 투기 억제는 세금만 가지고는 되지 않는다" "정부의 보유세중과방안에 대한 수정안을 내겠다"고 하니 갑갑할 따름입니다. 그렇다면 투기를 손 놓고 보고 있자는 것인지, 아니면 투기자들에게 징역형을 처하자는 것인지 정말 궁금합니다.

경기는 다른 요인도 있지만 심리적인 것이 많이 작용하며, 특히 부동산에서는 그것의 비중이 대단히 큽니다. 망국병인 부동산 투기 심리와의 싸움에서 왜 한나라당은 그렇게 용감하게 불로소득을 바라는 일부 국민들의 편을 들고자 하는 것입니까. 정권잡기를 목표로 삼는 정당활동을 하는 한나라당은 일부 불로소득을 바라는 사람들에게 1인 1백표, 1천표를 주는 입법이라도 하시기로 작정했다는 말입니까.

70~80년대처럼 주택보급률이 절대적으로 낮은 상황이라면 수요와 공급의 얘기를 하면서 논리를 전개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전국적으로 주택보급률이 1백%를 이미 넘었고, 서울의 경우도 80%를 넘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주택보급률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민의 40%이상이 아직 제집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입니다.

주택공급 부족이 문제가 아니라, 집 살 돈이 없는 서민들의 가난이 문제이고, 나날이 치솟는 집값으로 인해 이들이 영원한 무주택자로 전락하고,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들의 자녀들까지도 절대 빈곤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되면서 사회적-계층적 적개심이 고조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겁니다.

흔히들 4백조원대의 부동자금이 문제라고 합니다. 실제로 그렇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금융권은 쉬운 길이기에 부동산담보대출을 권하기 위하여 지점장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공인중개사무소를 순방하면서 대출을 알선해 달라고 부탁하고 다닙니다. 부동산투기를 잡아야 하는 이유중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 아닙니까. 불로소득이 발생하는 곳을 막아 줘야, 돈의 흐름을 제조업 등으로 선순환시키는 단초가 되지 않겠습니까. 그 다음 이 돈들을 주식시장으로 유도한다든지 하는 후속대책은 정치하는 분들이나 경제전문가들께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하는 게 아닙니까.

그것을 바라기에 무지렁이인 제가 감히 그동안 프레시안에 여러 편의 글을 썼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현재도 부동산등기때 실거래가로 신고하도록 돼 있는데 제대로 시행이 안되고 있을 뿐인데 그 원인을 찾지 않고 벌과금만 대폭 올린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부동산을 팔 때 부과하는 세금의 과세기준을 등기때 신고한 가격으로 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고려해 볼 수 있다" 라고 얘기하셨던데, 제가 현장에서 보고 느껴 썼던 글들을 한번 보십시오, 현장의 실상이 어떤지를요.그리고 모르면 제발 현장에 물어보고 생각하고 고민하십시오.

바둑의 입신의 경지에 이른 한 프로기사분께서 "바둑을 처음 배울 때는 정석을 외우려고 하여야 하지만 프로의 경지에 이르면 정석을 잊어버려야 진정한 고수가 된다"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한나라당 정책책임자 여러분이야말로 저희 무지렁이보다는 정치 경제 모든 면에서는 프로가 아니십니까.

제발 사소한 이해관계란 접어놓고 전체 국민을 생각하고 국가장래를 생각하는 마인드를 가져보십시오. 그것이 프로기사처럼 정석을 잊어버리려고 노력하는 길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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