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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ㆍ 미ㆍ 일 겨냥한 북한의 '박태준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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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ㆍ 미ㆍ 일 겨냥한 북한의 '박태준 카드'?

전임 부시와 함께 칼라일 고문, 중국지도부와도 친밀

북한측이 박태준 전 총리(75)에게 신의주특구 행정장관직을 제의했다는 한국일보 12일자 보도가 국내외의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실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북한이 중국 지도부의 신뢰가 높은 박태준 전 총리를 협상카드로 내세워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양빈 사태'를 수습한 뒤 신의주특구 개발을 계속 추진하고자 할 개연성은 충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국일보, "박 전 총리에게 북한 제안"**

한국일보는 12일 "박태준(포스코 명예회장) 전 총리가 북한으로부터 신의주특구 행정장관직을 제의받은 것으로 11일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박 전총리와 가까운 재계 고위인사가 이날 "박 전 총리가 최근 북한으로부터 양빈 장관의 후임으로 신의주 특구장관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았다"고 말했다는 것. 이 인사는 "박 전 총리는 특구장관을 맡을 의향을 갖고 있으나 여러 가지 정치적 문제로 최종승락은 하지 않은 상태"라며 "북측은 양 장관의 가택연금 직후 장관직을 제의해온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또한 이에 앞서 북중관계에 정통한 뉴욕의 정보소식통은 "북한과 중국은 최근 양빈 장관 문제 처리를 협의, 양 장관을 조기에 사임시키고 제3국 인물을 후임으로 임명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양측은 박 전총리를 서로 양해할 수 있는 유력한 후보로 꼽고 있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정부·포스코 부인, 박 전총리는 침묵**

이같은 보도와 관련, 정부와 포스코측은 예민하게 반응하며 이를 부인하고 있다.

국가정보원 고위 관계자는 보도와 관련해 "전혀 아니다.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통일부 당국자도 "전혀 모르는 일이다"라며 "시간을 두고 봐야겠다"고 말했다.

포스코의 전직 고위간부도 "박 전 회장 보좌관에게 확인한 결과 그런 제의를 받은 사실이 없으며 설사 제의를 받더라도 수락할 생각이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대목은 당사자인 박 전 총리의 반응이다. 미국에서 폐 물혹 수술을 받은 뒤 지난 5월 17일 귀국한 이래 부산 기장의 자택에 머물고 있는 박 전 총리 본인은 이같은 보도에 대해 즉답을 회피하며 침묵하고 있다. 여러가지 해석을 가능케 하는 반응이다.

***외신, "평양정부는 양빈 아닌 외국인 영입 추진중"**

양빈 교체와 후임자 물색은 이미 외신 등을 통해 보도된 바 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11일 북한의 외국인투자 유치를 위해 일하고 있는 영국인 로저 바레트가 "평양정부는 신의주 행정특구장관에 다른 외국인을 영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바레트는 그 이유로 "신의주 행정특구 발표는 외국투자가들의 긍정적 호기심을 불러일으켰으나 뒤따른 양빈의 구속으로 투자를 재고하게 만들었다"며 "외국투자가들은 양빈보다 말썽이 없는 인물이라면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홍콩주재 송일혁 북한영사도 10일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양빈의 구속으로 신의주 사업이 후퇴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북한은 하나의 경제전략을 세워 추진하기로 결정했으며 이 전략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빈 문제로 불화를 겪고 있는 북한과 중국 당국이 '제3의 외국인' 영입을 통해 현 갈등을 극복하고자 한다는 것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광범위한 '미·중·일 네트워크'가 최대 매력포인트**

이같은 전후 맥락에서 볼 때 박태준 전 총리는 중국이나 북한 양쪽 모두 수용할 수 있는 드문 '접점'일 수 있다.

우선 박태준 전 총리에 대한 중국 지도부의 평가가 높다.

중국 경제개혁의 영원한 지도자인 덩샤오핑(등소평)은 생전에 박태준을 '존경'하는 몇몇 인물중 하나로 꼽을 정도로 박 전 총리가 이룩한 '포철신화'를 대단히 높게 평가해 왔다. 덩샤오핑의 뒤를 이은 현 중국지도부의 평가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에서 박태준은 '스틸 킹'이란 별명으로 불리고 있다.

중국관영 신화사통신은 지난 98년 10월 <鐵鋼之王 朴泰俊(철강지왕 박태준)>이란 제목의 중국어책을 출간하며 그를 중국에 초대했고, 중국을 방문한 박태준 당시 자민련총재는 중국 지도부와 환담을 나누기도 했다. 이 책은 하와이대 서갑경씨가 쓴 <철강왕 박태준>의 중국어판이다.

북한쪽도 박태준 전 총리에 대해 부정적일 이유가 없다. 아니, 현재 북한이 처한 입장에서 보면 적극 영입해야 할 대상이다.

그는 DJ정권 출범의 1등 공신이자, 2000년 국무총리로서 남북정상회담 등 남북관계 개선에 일조했던 인물이다. 더욱이 박태준 전 총리는 중국 지도부가 존중하는 인물인 동시에, 현재 수교협상을 진행중인 일본의 정계 및 재계에도 두터운 인맥을 형성하고 있는 '일본통'이다. 박 전 총리는 와세다대학 출신으로 2000년초까지 한일의원연맹 회장직을 맡기도 했었다.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대목은 그가 미 부시 행정부와도 끈끈한 핫라인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박태준은 현재 미국 칼라일 그룹의 고문직을 맡고 있다. 칼라일 그룹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한때 이사직을 맡기도 했고 그의 부친인 조지 부시 전 미 대통령이 고문으로 참여하고 있는 공화당 우파의 대표적 군수·투자펀드로 유명하다. 그는 현재 칼라일 그룹의 고문이며, 그의 사위인 김병주씨가 칼라일 펀드의 아시아 총책임자로 있다.

박태준 전 총리가 신의주 행정특구를 책임맡기만 해준다면, 북한이 지금 가장 절실히 필요로 하는 부시정부와의 극적 대화가 가능할 '파이프 라인'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박태준씨가 구축하고 있는 이처럼 광범위한 국제인맥을 고려할 때 '박태준 카드'는 북한이 숙고끝에 고른 최선의 카드일 가능성이 크다.

***국내정치상황, 나이 등이 걸림돌**

그러나 과연 박태준 카드가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선 국내정치 상황이 미묘하다. 연말대선을 앞둔 예민한 현시점에 박태준씨가 신의주 행정장관직을 수락할 경우 한나라당을 크게 자극, 대선의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법과의 충돌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신의주 특구 기본법 78조는 "장관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신의주특별행정구에 충실할 것을 선서한다"고 돼 있다. 또한 한국국적 소유자가 북한소속인 신의주 장관직을 수행하는 데 따른 국내의 색깔시비도 넘어야 할 산이다.

박태준 전 총리의 고령도 변수다. 박 전총리의 현재 나이는 75세.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태준 카드'는 박 전총리가 구축하고 있는 국내외의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고려할 때 앞으로 예의주시해야 할 대상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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