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현 미 대통령의 아버지인 부시 전 대통령을 비롯해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 프랭크 칼루치 전 국방장관 등 전직 고위관리들이 임원으로 있는 미국의 투자그룹 칼라일이 지난 달 주식공개로 하룻만에 2억 달러 이상을 챙겨 정경유착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로스엔젤레스 타임스는 지난 11일, 칼라일이 지난달 미 육군과의 계약액 5위 업체인 유나이티드 디펜스의 주식을 매각해 2억3천7백만 달러의 현금을 거둬들였다면서 지난해 9.11테러 이후 칼라일 그룹보다 수익을 많이 올린 회사는 없다고 보도했다.
현재 1백25억 달러의 투자 금액을 굴리고 있는 칼라일 그룹은 지난 10년동안 연평균 수익률이 34%나 될 정도로 짭짤한 투자전략을 구사해 왔다.
칼라일의 이같은 횡재는 빈틈없는 사업적 결정과 정부와의 탁월한 밀월관계, 전략적 로비, 일정 정도의 행운이 따른 결과다. 이것은 또 어떻게 방위산업체들이 9.11 이후 서둘러 이익을 챙겼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물론 부시 정부는 2001년에 이미 방위비 예산의 급격한 증가를 계획한 바 있다.
***단 하룻만에 2억 달러 이상 챙겨**
지난 달 13일 칼라일이 일반에 공개한 유나이티드 디펜스는 크루세이더라는 자동화 야포시스템(AFAS)을 주요 생산품목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 유나이티드 디펜스가 선보인 이 시스템은 군사전략가들 사이에서 논란의 대상이었다. 보다 슬림화되고 기동성 있는 군사력 체계로의 전환에 걸맞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 시스템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가장 강력한 야포라는 장점을 지녔으나 전체 시스템의 무게가 1백10t이나 돼 기동성을 떨어진다. 또 한 시스템 당 2백억 달러나 되는 높은 가격도 문제였다.
그러나 9.11테러로 이같은 단점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았다. 미 정부는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국방비 증액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지난 해 9월 26일, 미 육군은 유나이티드 디펜스와 6억6천5백만 달러의 수정된 계약을 체결하고 2003년 4월까지 개발 계획을 완수하기로 했다.
그리고 유나이티드 디펜스 주식의 54%를 소유하고 있는 칼라일은 10월부터 이 회사의 주식 매각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칼라일이 주식을 매각하기 바로 전날인 12월 13일, 국방비의 대폭 증액을 골자로 한 방위예산안이 미 의회에서 통과됐다. 아주 절묘한 시점에 주식에 나선 것이다.
칼라일의 주식공모 시점은 매우 완벽했다.
부시 정부는 2002년 방위비 예산과 관련해 크루세이더에 대한 투자를 포함, 방위비 지출을 11%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유리한 기류에 부합, 회사의 전망이 고무되면서 유나이티드 디펜스는 2001년 8월 2억8천9백70만 달러에 달하는 첫 번째 이익을 기록했다.
29일 후, 납치된 비행기가 세계무역선터와 펜타곤을 강타했다. 부시는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했고 방위산업 분야의 주가는 급작스런 열기를 띠었다. 단 5주만에 칼라일은 유나이티드 디펜스에 대한 주식공모 준비를 마쳤다.
10월 22일, 유나이티드 디펜스는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주식공모 안내서를 제출했다. 안내서에는 “2001년 9월 11의 테러 공격은 의회의 강력한 방위비 인상 요구를 불러일으켰다”며 “향후 몇 년간 국가안보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국내, 국제적 방위비 지출이 급격하게 증가될 것이 확실하다”고 명시돼있다.
유나이티드 디펜스의 주식공모 개시일 하루 전날인 12월 13일, 방위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했다. 유나이티드 디펜스의 회장이자 최고경영자인 토마스 라보트는 그날 뉴욕 증권 시장에서 오프닝 벨을 울리기 위해 초대되기도 했다.
칼라일 그룹의 관리 이사 앨런 홀트는 “유나이티드 디펜스의 주식공모 결정은 회사 업무수행 및 방위비 예산에서 유나이티드 디펜스의 프로그램의 전망, 그리고 주식 시장이 방위 업체의 주식을 수용할 수 있는 분위기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우리는 투자자들에게 보다 많은 이익을 돌려주기 위해 노력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으며 실제로 그렇게 됐다.
증권시장 폐장을 알리는 벨이 울릴 때까지 칼라일은 1천1백만주의 주식을 매각, 총 2억3천7백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정부 관료와의 밀월관계가 성장 신화의 배경**
칼라일 그룹과 대통령 가족과의 밀착관계는 투자자들의 신뢰를 이끌어내는 데는 일조했지만 동시에 외적인 비판을 면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공공정책센터 소장이자 칼라일에 가장 비판적인 찰스 루이스는 “미국 대통령의 아버지가 미국 최대의 방위산업 업체에 월급을 받는 것은 미국 역사상 처음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본래 칼라일은 카터 대통령의 자문을 담당했던 젊은 변호사 데이비드 루빈스타인과 두명의 투자 전문가들에 의해 1987년 조그마한 개인 자산관리 업체로 출발했다. 그들은 회사 명칭을 자신들이 뉴욕에서 가장 좋아하는 호텔 이름으로 정하고 1억 달러의 소규모 자산으로 출발했다.
1989년, 칼루치가 레이건 정부의 국방장관에서 퇴임하면서 칼라일에 합류했다. 그 후 칼라일은 칼루치와 그를 따라 칼라일에 합류한 전직 정부 관료들의 전문분야인 방위와 우주산업 분야에 공격적으로 진출했다.
칼라일그룹의 대변인 크리스 울만은 칼라일의 자산 가운데 10% 미만이 방위산업 분야에, 15% 가량이 민간항공에 투자되고 있다면서 방위산업으로 큰 수익을 남긴다는 의혹을 불식시키려 했다. 투자 자금의 대부분은 부동산과 보건분야, 텔레커뮤니케이션과 소비산업 분야 등에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5백여명의 칼라일 직원들 가운데 전직 정부 관리는 15명에 불과하며 직원의 대다수는 투자전문가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부시 전 대통령을 비롯, 베이커 전 국무장관, 존 메이저 전 영국 총리, 존 샬리카시빌리 전 합참의장, 아서 래빗 전 SEC 위원장 등 칼라일 임원들의 면면을 보면 과연 전직 관리들의 숫자가 중요한 문제인가를 의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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