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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는 지금 사기꾼들의 거대한 카지노판"

월드콤, 사상최대규모 1백조원대 파산 초읽기

"지금 미국 증권시장은 카지노에 가깝다."

에버그린 유틸리티 & 텔레콤 펀드에서 2억6천5백만 달러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는 티모시 오브라이언이 '제2의 엔론사태'라는 월드콤 분식회계 소식을 접하고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는 미국 2대 장거리통신회사 월드콤의 분식회계 사건을 사기혐의로 조사하겠다고 나섰다. SEC의 하비 피트 위원장은 "월드콤이 39억 달러의 비용을 감추고 지난 90년대 인수합병 잔치를 벌이면서 은행들로부터 3백억 달러를 빌렸으나 장거리전화 수요가 줄면서 빚을 갚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주당 62달러이던 주가가 20센트로 폭락**

뉴욕검찰도 그동안 월드콤에게 유리한 전망을 해온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을 조사할 방침이다. 뉴욕주의 엘리엇 스피처 검찰총장은 26일 상원 금융소위원회에 참석한 뒤 가진 회견에서 "월드콤 사태와 관련, 씨티그룹 산하 살로먼스미스바니(SSB)증권의 애널리스트 잭 그러브먼에 대해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피처 총장에 따르면 그러브먼은 지난 97년부터 올해 4월까지 월드콤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buy)'등급으로 유지하고 있었다. 그는 회계부정이 드러나기 직전인 지난 24일에야 비로소 투자등급을 '시장수익률 하회(underperform)'로 하향조정했다. 그러브먼은 "설비투자 환경이 개선되지 않고 월드콤의 신용등급이 하향돼 자금 조달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이유를 밝혔다.

그러브먼의 전격적인 투자의견 조정 이후 월드콤의 주가는 25일 83센트로 떨어졌으며, 회계 부정 사실이 드러난 직후 시간외 시장에서는 20센트로 내려앉았다. 26일 나스닥시장에서 하룻동안 거래정지된 월드콤의 주가는 1999년 6월 62달러였던 것에 비해 무려 94%나 폭락한 것이다. 월드콤은 한때 시가총액이 1천5백억달러에 달했었다.

뉴욕검찰의 조사방침에 대해 그러브먼은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월드콤이 대규모의 회계부정을 밝힐 것이라는 증거를 전혀 갖고 있지 않았다"며 "아무도 이같은 사실을 몰랐을 것"이라고 고의성을 부정했다. 그러나 뉴욕검찰은 최근 월드콤의 기업인수 및 회사채 발행 등도 SSB증권이 주도한 것으로 나타나 월드콤 사태에 SSB증권에 상당한 책임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월드콤은 지난해 미국기업의 채권발행 규모로는 사상최대 규모인 1백19억달러어치의 채권을 발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SSB증권과 J.P.모건이 주간사 역할을 맡았었다.

특히 SSB는 그동안 4백40억달러 규모의 MCI 커뮤니케이션스 인수를 포함, 많은 기업의 인수를 월드콤에게 권고했었다. 지난 2000년 좌절된 장거리전화사업 3위업체인 스프린트 인수계획도 SSB 조언에 따른 것이었다.

***월드컴, 세계사상 최대규모인 1백조원대 파산 위기 직면**

월드콤은 지난해 1.4분기부터 올해 1.4분기까지 5분기에 걸쳐 39억달러의 경상 지출을 자본 투자로 기재해 현금 흐름과 순익을 부풀려 왔다. 이 사실을 발견한 이사회는 회계조작을 주도해온 최고재무책임자(CFO)를 해고하고 지난 5분기동안의 재무제표를 다시 정밀 검토했다.

월드콤은 지난해 14억 달러에 달하는 순익을 냈으며 올해 1분기에도 1억3천만 달러의 순익을 올렸다고 보고했으나 사실상 엄청난 적자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SEC 조사결과에 따르면 월드콤은 지난해 1월부터 월가 분석가들의 예상에 맞추어 실적을 조작해왔다.

월가의 전문가들은 AT&T 다음으로 규모가 큰 장거리전화 사업자인 월드콤을 에너지거래 산업의 엔론에 비유하면서 미국 기업사상 최대였던 엔론 파산보다 더 큰 파산사태를 기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월드컴은 지난 3월말 현재 9백20억달러(우리돈 1백조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그동안 세계경제계에서 기업단위로 파산 규모가 가장 컸던 기업은 우리나라의 대우그룹이었다. 이 불명예스런 기록을 이번에 월드컴이 가져가게 될 공산이 대단히 커진 셈이다.

현재 월드콤은 현금 보유책으로 1만7천개의 일자리를 줄이고 지난달 고갈된 계좌를 50억 달러 대출계좌로 교체해 줄 것으로 은행들에 요청하면서 자구책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파산 절차를 피할 수 없는 것이라는 게 월가의 지배적 전망이다.

***회계법인은 불법회계, 창업주는 공금유용**

엔론의 부실회계 처리로 사실상 파산 상태인 회계법인 아더 앤더슨이 월드콤의 회계 처리도 담당했다는 것도 우연의 일치라기보다는 월가가 거대한 '부패 공범집단'임을 시사해주고 있다.

앤더슨은 1989년부터 지난 5월까지 월드콤의 회계 처리를 담당해왔으나 월드콤은 지난 4월29일 최고경영자로 존 시지모어가 새로 취임한 이후 회계법인을 KPMG LLP로 바꾸었다.

이밖에 창업자인 버니 에버스는 4억8천만 달러의 회사자금을 개인용도로 대출받은 사실이 드러나 이사회 의결로 지난 4월 쫓겨났다.

한마디로 "여기가 정말 월가 맞나"라는 탄식이 절로 나올 정도로 월가의 내부는 썩을 대로 썩어있었던 것이다. 97년 아시아 외환위기때 그렇게도 한국 등 아시아의 '정실 자본주의'를 경멸하고 비판했던 월가야말로 정실 자본주의가 어떤 것인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2000년 주택은행 상장때 해프닝이 의미하는 바**

지난 2000년 10월3 일 우리나라의 주택은행이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국내기업으로는 네번째로 상장됐을 때 일이다.

상장 심사과정에 해프닝이 있었다. NYSE가 미국 회계기준을 적용해 보니, 도리어 주택은행의 수익성 지표가 제출한 자료의 그것보다 크게 개선됐다. 당시 김정태 주택은행장은 세계적 회계법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PWC)에 회계를 맡겨 교과서대로 엄격한 회계기준을 적용해 심사자료를 제출했었다.

99 회계연도의 당기순이익은 4천5백48억원에서 5천4백7억원으로 8백59억원이 늘어났고, 총자산수익률(ROA)은 0.91%에서 1.29%로 0.38%포인트나 높아졌다. 자기자본수익률(ROE)은 26.15%에서 34.61%로 자그마치 8.46%포인트나 높아져 그 어느 세계 유수의 금융기관들보다도 높았다.

이는 주택은행이 평소 얼마나 엄격하게 회계기준을 적용해 왔는가를 말해주는 증거로 해석됐다. 그러나 지금 와서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는 평소 월가가 얼마나 엉성한 기준으로 기업심사를 해왔는가를 보여주는 역설적 증거가 아니었나 싶다.

월가의 '신뢰 신화'는 붕괴됐다. 앞으로 제2, 제3의 월드컴이 나오지 않을까 전세계 투자가들은 의혹어린 눈길로 월가를 바라보고 있다. 신뢰는 잃기는 쉬우나 회복하기란 대단히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 동반위기 국면에 진입한 미국경제와 세계경제가 조기에 회복되기를 기대하기가 난망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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