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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기밀 유출한 주방위군 일병 체포…"위조"라던 한국 정부 '머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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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기밀 유출한 주방위군 일병 체포…"위조"라던 한국 정부 '머쓱'

내부과시 목적 추정…"우크라전 터지며 유출 시작" 증언도

미국 기밀 문건 유출 용의자로 미 주방위군 일병이 체포됐다.  

미 연방수사국(FBI)는 13일(현지시각) 성명을 내 매사추세츠주 노스다이튼에 있는 한 주택에서 미국 정부 및 군사 기밀 문건 유출에 연루된 혐의로 잭 더글라스 테세이라(21)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FBI는 성명에서 "지난주 후반부터 사건을 적극적으로 추적했다"며 "오늘의 체포는 국가 안보를 위험에 처하게 하고 국가의 신뢰를 배신한 자를 식별하고, 추적하고, 책임을 지도록 하는 우리의 지속적 헌신을 보여주는 전형적 사례"라고 덧붙였다.

이날 메릭 갈랜드 미 법무장관도 성명을 내 "국방 기밀 정보의 무단 보유, 제거, 전송과 연관된 혐의로 테세이라를 체포했다"고 밝히며 "테세이라는 주방위군 공군 소속"이라고 공개했다. 그는 FBI가 이날 오후 사고 없이 테세이라를 체포했고 테세이라가 매사추세츠주 연방지방법원에 첫 출석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CNN 방송 등은 테세이라의 법원 첫 출석 예정일을 14일로 전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갈랜드 장관이 언급한 혐의가 스파이 방지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 법은 미국에 해를 끼치거나 적대국을 지원할 목적으로 국방 관련 문서를 무단 제거·보유·전송하는 것을 금지한다. 위반 땐 위반 항목 당 최대 10년형이 선고될 수 있다.

CNN은 미 공군 대변인이 테세이라가 매사추세츠주 방위군 102정보비행단 소속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테세이라의 현재 계급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해당 부대 소셜미디어(SNS)에 따르면 테세이라는 지난해 7월 일병(airmen first class)으로 승진했다.

첫 기밀 공유 이르면 지난해 2월…기밀 공유하며 온라인서 10대 소년들에게 '추앙'

이날 체포에 앞서 12일 <워싱턴포스트>(WP)는 기밀 문서가 처음으로 유출된 온라인 채팅 플랫폼 디스코드의 총기 및 무기 등 관련 비공개 대화방 '서그 셰이커 센트럴(Thug Shaker Central)' 회원들 인터뷰를 토대로 유출 용의자가 이 초대 전용 대화방 운영자인 활동명 'OG'라는 인물이라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13일 OG가 테세이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두 매체의 취재를 종합하면 테세이라는 적어도 지난해 10월부터 20~30명 가량의 주로 젊은 남성과 10대 소년들이 모인 대화방에 군 기밀을 유출하기 시작했고 자신이 군부대에 근무하는 20대 초중반 남성이라고 회원들에게 밝혔다. 테세이라는 처음엔 기밀을 옮겨 적어 설명하는 식으로 공유했지만 정보의 양의 방대해지자 부대에서 집으로 가져온 문건의 사진을 찍어 올리기 시작했다. 사진에 문건과 함께 찍힌 탁자, 바닥 등의 배경이 체포의 단서가 된 것으로 보인다.

유출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대화방 회원들은 테세이라가 내부 고발자나 러시아 요원이 아니라고 봤다. 그보다 그는 세계 정세나 실제 전쟁, 정부의 비밀 작전 등에 대해 회원들에게 설명하고 가르치는 것을 즐겼으며 때로 "거물"임을 과시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였다고 한다. 

한 회원은 테세이라가 지난 10월부터 대화방에 올린 원본 추정 문건이 350개에 달한다고 밝혔다. 테세이라가 기밀 정보를 공유하기 시작한 시기가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지난해 2월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밝힌 회원도 있었다. 테세이라는 그가 올린 정보에 회원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화를 내기도 했다고 한다.

테세이라는 문건 유출을 통해 회원들에게 존경심과 충성심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 인터뷰에 응한 한 회원은 "그는 신화이자 전설"이고 "모두가 그를 존경했다"고 말했다.

회원 대부분은 테세이라가 올린 정보들을 다른 곳에 공유하지 않기로 했지만 문건의 중요성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캘리포니아 출신 17살 회원이 이를 2월 말~3월 초 사이 디스코드의 다른 대화방에 올리면서 유출 문건이 온라인을 통해 널리 공유되기 시작했다.

미국 국방부가 사태를 인지한 것은 문건이 대규모로 유포되기 시작한 지난 2~3월에서 1달 이상이 지난 4월 5일이었고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다음날인 6일 첫 보고를 받았다. 이날 <뉴욕타임스>가 관련해 첫 보도를 하며 대중에 유출 사실이 널리 알려졌고 이후 테세이라는 겁에 질려 자신과 관련한 자료를 삭제하라는 메세지를 회원들에게 마지막으로 남겼다고 한다.

군경력 3년 '일병'의 기밀 접근에 군 관리 부실 지적…국방부 "개인의 범죄 행위"

CNN과 <로이터> 통신을 보면 13일 미 공군은 테세이라의 복무 기록을 공개하고 그가 2019년 9월 매사추세츠 주방위군에 처음으로 입대해 시작해 통신망 관리를 맡는 정보통신(IT) 직군인 사이버 전송 시스템 담당자로 일했다고 밝혔다. 늦어도 지난해 말, 이르면 지난해 초부터 기밀 유출을 시작했다는 디스코드 대화방 회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군 경력이 3년 가량에 불과한 일반 병사가 기밀 문서에 접근할 수 있었던 셈이다. 

테세이라에게 실제로 어느 정도의 기밀 접근 권한이 있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뉴욕타임스>는 국방 관리를 인용해 테세이라가 일급 기밀 접근 인가를 가지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국방부 당국자들이 해당 인가를 가진 이들의 수가 수천 명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비교적 하위직 군인이 기밀 문서에 어렵지 않게 접근한 데 대해 군의 보안 관리에 대한 의구심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뉴욕타임스>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정보 기관에서 테러 예방 목적으로 정부 부처와 더 폭넓은 정보를 공유하기 시작했다고 짚었다. 미 국가안보국(NSA)의 전 고문이었던 글렌 거스텔은 목적은 이해가 되지만 공유 정도가 도를 넘어섰다고 비판했다. 

매체는 정보 기관의 경우 누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지 엄격한 지침을 가지고 있지만 군은 상대적으로 느슨한 규칙을 채택해 사실상 보안 인가를 갖고 있으면 누구나 접근이 가능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매체는 2013년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 뒤 정부가 기밀을 전자적 방식으로 빼돌리는 데 대한 규제를 강화했지만 인쇄된 문서를 다시 온라인으로 유출한 이번 사례에서 다시금 허점을 드러냈다고 덧붙였다.

미 국방부는 이번 사태가 군의 기밀 취급 방식 문제라기보다 개인의 "범죄 행위"라는 점을 강조했다.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13일 브리핑에서 이번 유출 사태 뒤 기밀에 접근할 수 있는 인원 규모를 줄이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는 질문에 국방부는 "기밀과 민감한 정보 보호를 위한 엄격한 지침을 갖고 있다"며 이번 사건은 "고의적 범죄 행위이고 지침을 위반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유출 용의자 체포로 선제적 "위조" 밝힌 한국 정부 '머쓱'

한편 유출 용의자가 체포되면서 당사국인 미국 정부조차 유출 문건의 진위 여부에 말을 아낀 가운데 선제적으로 상당수 문서가 "위조"됐다고 밝힌 한국 정부 입장이 설득력을 잃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뉴스>를 보면 13일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정부 고위당국자는 이날 기밀문건 유출 혐의로 주방위군 소속 군인이 체포돼 한미 정부가 밝힌 '문서 위조설'에 설득력이 떨어졌다는 지적에 "많은 부분은 시간이 걸려서 미국이 알아내야 할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유출 기밀문서 중) 한미관계와 관련한 분량이 많지 않지만, 사실관계와 다른 부분이 많고 시간상으로도 꽤 흘러 현재 한미관계와 관계가 없는 주제"라고 설명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13일(현지시각) 기밀문건 첫 유출자로 지목된 비공개 대화방 운영자 잭 테세이라(21)를 체포했다. 사진은 매사추세츠주 방위군 102정보비행단 소속 테세이라 일병과 펜타곤 이미지의 합성.ⓒAFP=연합뉴스 

▲미국 정부의 기밀문건을 온라인에 유출한 혐의를 받는 매사추세츠주 방위군 소속 일병 잭 테세이라(21)가 13일(현지시각) 매사추세츠 노스다이튼 자택에서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에게 체포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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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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