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보기관의 한국 정부 고위관계자 도감청 정황과 관련, 대통령실이 '미국 측과 필요한 협의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보수진영에서도 이같은 정부 대응에 대한 질타가 나왔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은 9일 저녁 "동맹국 사이에 도청, 감청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며 "윤석열 대통령과 우리 정부는 당장 미국 정부에게 강력히 항의하고 <뉴욕타임스> 등이 보도한 미국 기밀문건에 대한 모든 정보를 요구해야 하며, 미국 정부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 전 의원은 "이런 엄중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실은 '미국 측과 필요한 협의를 할 예정', '과거 전례와 다른 나라 사례를 검토하면서 대응책을 보겠다'고 반응했다니 한심하고 비굴하기 짝이 없다"고 맹비난했다.
유 전 의원은 "항의해도 시원찮을 판에 무슨 협의를 한다는 말이냐"며 "대한민국은 상대국이 누구든 당당해야 한다.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하는 윤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있다고 해서 동맹국 간의 도청이라는 엄중한 문제를 흐지부지 지나갈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과거 전례와 다른 나라 사례는 이미 다 알고 있지 않느냐"며 "2021년 미국 국가안보국(NSA)과 덴마크의 군사정보국(FE)이 독일, 프랑스 등의 정치인과 관료들을 도청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독일의 메르켈 총리와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동맹국 사이에 도청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미국에게 모든 정보를 제공해달라고 요청했고 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단호하게 대처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홍준표 대구시장은 "옛날에 박정희 대통령 때부터 청와대 도감청 심각했지 않느냐"며 "그게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홍 시장은 이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CIA가 그런 짓 한 게 어디 어제 오늘 이야기냐. 항상 그런 짓을 하고 있는데"라며 "늘상 그래왔지 않나"라고 했다.
홍 시장은 '그럼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라는 질문에는 "그런 게 들키면 우리 측에서 공개적으로 요구를 하든지 비공개로 요구를 하고 '이런 일 재발하는 일이 없도록 해라', 미국 측에서는 '그런 일 재발 안 되도록 하겠다' 그런 식으로 하고 무마가 되는 것"이라며 "통상으로 그렇게 다 해결을 해 왔다"고 했다.
라디오 진행자가 '유야무야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고 보느냐'고 묻자 홍 시장은 "유야무야 넘어가고 안 넘어가고 그걸 지금 어쩌겠느냐. (도청을) 해버렸는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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