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출된 미국 기밀 문건에 우크라이나 방공 역량이 5월이면 한계에 다다를 것이라는 예측이 담긴 것으로 드러났다. 유출 문건에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정보가 대량으로 담긴 탓에 우크라이나 쪽이 일부 작전을 변경했다는 보도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9일(현지시각) 미 국방부 문서로 추정되는 유출 문건을 인용해 지난 2월 말 미 국방부가 우크라이나 대공 방어의 89% 가량을 담당하고 있는 소련제 S-300(SA-10) 및 부크(Buk·SA-10) 대공 미사일의 재고가 늦어도 5월 초에 고갈될 것으로 예측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이러한 평가가 작성 당시 미사일 소비량을 기준으로 작성됐다고 설명했다. 같은 문서엔 우크라이나 최전선 방공망이 5월 23일까지 "완전히 축소"될 것이라는 예측도 담겼다.
매체는 유출 문건 뿐 아니라 국방부 관리들도 우크라이나의 대공 미사일 재고 고갈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매체는 관리들이 만일 재고가 소진될 경우 러시아 전투기와 폭격기가 지상군 시설을 자유롭게 공격하며 우크라이나 전력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는 유리 이나트 우크라이나 공군 대변이 방공 미사일 재고가 소진되고 있음을 부인하진 않으면서도 서방이 제공한 새로운 방공 시스템이 이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다만 유출 문건에는 미국제 방공 무기 나삼스(NASAMs)도 이달 15일까지만 사용 가능할 것이라고 표기돼 있다.
문건은 우크라이나 방공망 붕괴 사태를 막기 위해 동맹과 파트너들이 3달 안에 S-300 및 부크를 추가로 공급하고 3~6달 안에 나삼스·패트리어트 등 서방 방공 시스템 공급을 늘려야 하며 6~9달 안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방공 시스템이 전달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번 유출 문건을 통해 지난해 러시아 전투기가 영국 정찰기와 대치한 사건도 재조명됐다. 9일 <워싱턴포스트>(WP)는 유출 문건에 지난해 9월 크림반도 인근 상공에서 러시아 전투기에 의해 "영국 RJ가 거의 격추될 뻔했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보도했다. RJ는 영국 RC-135 리벳 조인트(Rivet Joint) 정찰기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은 지난해 영국 의회에서도 다뤄졌지만 벤 월러스 영국 국방장관은 이를 격추가 아닌 "기술적 오작동"으로 묘사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해당 사건으로 미국과 나토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와의 직접 대결로 끌려 들어갔을 수도 있다고 봤다. 나토 헌장 5조는 한 동맹국에 대한 공격을 모든 동맹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 매체는 영국 쪽이 표현 수위를 낮춘 것이 서방 군 당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유지하면서 러시아와의 직접 대결을 피하려는 "균형"을 추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유출 문건엔 우크라이나 방공 미사일 고갈 일정부터 우크라이나 동부 최전선 바흐무트 전황, 우크라이나군 무장 현황까지 상세하게 묘사돼 우크라이나의 작전 운용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문건이 "대량의 허위 정보"를 포함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의 실제 계획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밝혔지만 미 CNN 방송은 9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측근이 이번 유출 탓에 우크라이나가 이미 일부 군사 계획을 변경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CNN은 유출 문건 중 일부에서 미국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염탐한 정황이 드러났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의 측근은 이는 놀랄 일이 아니며 다만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문건이 유출됐다는 데 크게 좌절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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