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보당국이 우리 국가안보실을 도·감청한 정황이 담긴 기밀문서가 유출된 데 대해 대통령실은 "특정세력의 의도가 개입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10일 기자들과 만나 "이번 보도가 나온 상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유출됐다고 주장하는 자료 대부분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된 사안"이라며 "미국에선 유출된 자료 일부가 수정되거나 조작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러시아가 미국과 동맹국들의 이간을 목적으로 정보를 흘렸다는 '러시아 조작설'에 무게를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 관계자는 "지금 미국 언론에서 보도된 내용은 확정된 사실이 아니다. 미국 국방부도 법무부에 조사를 요청한 상황"이라면서 "사실관계 파악이 가장 우선"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 이번 사건을 과장하거나 왜곡해 동맹 관계를 흔들려는 세력이 있다면 많은 국민들로부터 저항을 받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양국의 상황 파악이 끝나면 필요할 경우 미국 측에 합당한 조치를 요청할 계획"이라며 "한미 간에 형성된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전 외교비서관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포탄 지원을 둘러싸고 나눈 대화의 진위 확인 여부, 감청 의혹을 대통령실이 파악한 시점 등에 대해 대통령실은 "이번 사안은 외교 사안이자 정보 사안"이라며 "구체적으로 확인해주지 않는 관례를 이해해주기 바란다"고 즉답을 꺼렸다.
또한 미국 측에 사실관계에 관한 성의 있는 답변을 요구했는지를 묻는 질문에도 "이번 사안은 한미 간에도 있지만 이스라엘, 프랑스, 영국 등 여러 나라가 연관돼 있다"며 "다른 나라가 어떻게 대응하는지 살펴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라고 피해갔다.
이어 이번 도감청이 충분한 보안시스템 점검 없이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한 결정과 관련 있다는 더불어민주당 측의 주장에 대해 이 관계자는 "보안이나 안전 부분은 청와대보다 용산이 훨씬 더 탄탄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전해올 때부터 완벽하게 준비했고, 지금도 정기적으로 점검이 이뤄지고 있고, 그동안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청와대 시절 벙커 구조는 지상으로 반쯤 돌출된 구조이기 때문에 보안이나 안전은 여기가 더 안전하다"고 했다.
이날 국회를 찾은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야권은 도감청 문제가 집무실 졸속 이전 때문이라고 주장한다'는 질문을 받고 "그건 잘못 아는 것 같다. 오히려 대통령 비서실을 지금 옮긴 데가 훨씬 도감청이 어렵다고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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