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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北이 가시적 조치하면 北美협상 급물살 탈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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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北이 가시적 조치하면 北美협상 급물살 탈 수"

[인터뷰] 문정인 연세대학교 명예 특임교수 <1>

한반도를 휘감았던 '4월 위기'는 진행형이다. 오는 25일 북한의 인민군 창건 85주년이 남아있다. 이날을 계기로 북한이 핵 실험이나 대륙 간 탄도 미사일(ICBM) 등의 군사적 행동을 벌이게 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국면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 8일 칼빈슨호의 한반도 해역 접근이 발표된 이후 약 2주간 보여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를 봤을 때 미국 정부가 전임 정부인 버락 오바마 행정부보다 오히려 북핵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 국무부의 동아태 차관보 대행 수전 손튼은 '최고의 압박과 관여'라는 대북 정책의 기본 틀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문정인 연세대학교 명예 특임교수는 "'최고의 압박과 관여' 정책이 전임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 정책과 크게 달라 보이지는 않는다"면서도 "중국 역할론을 공식화했다는데 큰 차이가 있다. 또한 중국의 입장을 존중해 대화와 협상의 여지를 열어 놓았다는 점도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트럼프 정부의 이같은 입장이 지난 6~7일(현지 시각) 미국 플로리다 주에서 있었던 미중 정상회담 이후라는 것에 주목했다. 문 교수는 트럼프 정부가 북핵 문제에 이렇게까지 신경을 쓰는 이유에 대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북핵 문제를 주요의제로 설정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고 내다봤다.

그는 "시 주석은 트럼프의 군사 행동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깨질 수 있다고 우려했을 것이다. 또 사드 배치가 중국의 전략적 핵심 이익에 위해가 간다고 판단하고 있기도 하다"며 "이 때문에 작정하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야기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시 주석이 한반도와 관련하여 트럼프 대통령에게 교육을 시킨 것이나 다름없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북한은 중국이 제시한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 교환에 대해 "상호 신뢰 없이 이런 방식은 문제 해결에 방해만 될 뿐"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문 교수는 "북한은 자신들에 대한 미국의 적대적 의도와 정책이 조금도 변하지 않은 상황에서 비핵화를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렇게 되면 무장해제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가 만약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문을 해주는 사람이라면 북한에 은밀히 특사를 보낼 것이다. 김정은이 어느 정도 양보할 수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며 "25일까지 기다렸다가 북한이 핵 실험을 하지 않는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비밀리에 특사를 보내는 방법을 고려할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문 교수는 북한과 핵 문제를 진지하게 협상하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며 △한미 양국이 북한의 핵 미사일 동결을 당면 목표로 설정하는 현실적 접근 △한미 연합 군사훈련 임시 중단과 핵 미사일 시험 유예를 교환할 수 있는 유연한 태도 △북한이 설사 '악마'라고 해도 최소한 대화 상대로 인정해주는 역지사지의 자세 등을 꼽았다.

인터뷰는 지난 19일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박인규 이사장과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프레시안>은 인터뷰 주요 내용을 2회에 걸쳐 게재한다.

▲ 문정인 연세대학교 명예 특임교수 ⓒ프레시안(이재호)

프레시안 :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가 최우선 과제로(다른 하나는 미중 무역) 다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함께 트럼프 정부는 북핵 보유 인정과 대북 선제 타격을 제외한, 최고 수준의 대북 압박과 관여 정책을 펼 것이라고 한다. 이는 평화적 북핵 해결을 천명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데, 북핵 문제 해결이 트럼프 정부의 최우선 과제가 된 배경은 무엇인가? 이번 회담으로 미중이 북핵 해결에 적극 나서는 데 합의한 것으로 봐도 될까?

문정인 : 솔직히 '최고의 압박과 관여' 정책이 전임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 정책과 크게 달라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중국 역할론을 공식화했다는데 큰 차이가 있다. 또한 중국의 입장을 존중해 대화와 협상의 여지를 열어 놓았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이와 관련 미국 국무부의 동아태 차관보 대행 수전 손튼이 대북 정책을 6개로 요약한 것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 번째, 미국은 북한 핵 문제를 가장 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 북핵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에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이 북한을 압박해주길 바라는 것인데, 중국이 북한의 행태를 바꿔서 대화로 나올 수 있게 할 때까지는 기다리겠다는 의미다.

세 번째는 만약 중국이 북한의 행태를 바꾸는데 실패한다면 미국이 독자적 행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독자적 행동에는 한미일 3국 공조가 깔려 있고 한국의 새로운 대통령도 여기에 동참하길 바란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네 번째, 미국의 목적은 북한의 비핵화지, 정권 교체(레짐체인지‧Regime change)는 아니라고 강조했고, 다섯 번째로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 행보를 보이지 않으면 대화도 없다는 것인데, 이는 핵‧미사일 동결 보다는 비핵화를 목표로 설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마지막으로 '전략적 인내'는 끝났다고 밝힌 점이다. 손튼은 많은 사람들은 트럼프 정부도 전략적 인내를 채택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그 속도나 강도에 있어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전략적 인내와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트럼프 정부의 입장은 미중 정상회담 이후에 나온 것이다. 여기서 추론하면, 시진핑 주석은 당시 회담에서 중국이 항상 강조했던 3대 목표인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한반도의 비핵화, 모든 현안을 대화와 협상으로 해결한다'라는 입장을 유지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중국에 "너희들이 북한을 다룰 수 있는 지렛대를 가지고 있는데,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한 것 아니냐"고 반박했을 것으로 본다.

그래서 시 주석은 북한에 대해서 트럼프가 이야기한 대로 모든 압박 조치를 취하겠지만, 분명한 것은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 정도는 수용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본다. '한시적 중국외주론'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미중 양국은 윈-윈하는 협상을 만들어냈을 것이다. 흔히 트럼프는 충동적이고, 무지하며 극적인 효과를 노리는 지도자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번에 협상의 여지가 있는 인물임을 보여준 셈이 됐다. 즉 중국과 협력해서 북핵 문제를 잘 풀어보겠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본다.

프레시안 : 그런데 당초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의 무역 문제나 환율 등 경제 분야가 회담의 주요 이슈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런데 북핵이 최대 관심사가 됐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된 것으로 보나?

문정인 : 국무부에서 북한 핵 문제를 강조했고,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도 중요한 사안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특히 시 주석이 북핵 문제를 주요의제로 설정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시 주석은 트럼프의 군사 행동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깨질 수 있다고 우려했을 것이다. 또 사드 배치가 중국의 전략적 핵심 이익에 위해가 간다고 판단하고 있기도 하다. 이 때문에 작정하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야기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시 주석이 한반도와 관련하여 트럼프 대통령에게 교육을 시킨 것이나 다름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에는 이란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그런데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중요할 수밖에 없고, 여기서 중국이 북한의 핵 문제를 중요한 사안으로 끌어 올리니까 트럼프 대통령도 북핵 문제를 우선순위로 올려둘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지난 12일 양국 정상의 전화통화에서도 시진핑이 칼빈슨호가 한반도 인근 해역으로 진입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전운이 감돌기 시작하니까 한반도에서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못 박았을 가능성이 있다.

▲ 7일(현지 시각) 미중 정상회담이 열린 플로리다 주 마라리고 리조트에서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프레시안 : 사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에 하는 발언과 행동을 보면 마치 북핵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서 안달 난 사람처럼 보인다. 국내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북한에 군사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면 같은 원리로 국내 정치적인 이유로 북핵을 해결하겠다고 냐서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내놓았던 행정 명령이 법원에 의해 가로 막혔고 의료보험 개혁법인 '오바마 케어'를 폐지하기 위해 '트럼프 케어'를 내놓았으나 이마저도 의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지지율마저 추락하다 보니 국내정치적인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외부로 눈을 돌린 것 아닌가?

문정인 : 당연히 국내 정치적인 이유가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그나마 해낸 것은 닐 고서치 연방대법관 임명이다. 취임 100일이 가까워져 오지만 해놓은 일이 없다. 북핵 문제에 대한 전략적인 시각보다는 뭔가 내놓을 것이 필요하다는 상황에 몰리다 보니 이러한 행보를 보인 것일 수 있다.

프레시안 :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대로 '전략적 인내'를 끝내고 진지하게 협상할 뜻이 있다고 보나?

문정인 : 반반이다. 중국이 역할을 제대로 하고, 북한이 결단을 내려서 핵, 미사일 도발을 중단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온다면 진지한 협상은 가능할 것이다. 트럼프는 작은 성과도 침소봉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가시적 조치 취하면 북미 간 협상은 급물살을 탈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재임 중 북한과 전쟁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여러 이유가 있는데 첫째는 국내정치적으로 트럼프의 인기가 계속 떨어지면 결국 북한의 위협을 인위적으로 확대해서 군사적 행동을 벌이고 이를 통해 반전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이를 국제정치학에서 희생양 이론이라고 하는데, 실제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에 미사일을 퍼부은 이후 지지율이 소폭 상승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러한 유혹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두 번째로는 지금 트럼프의 최고 관심사는 미국 경제를 살리는 것이다. 인프라 사업도 하고 일자리도 만들겠다고 하는데 이게 작동되지 않는다면 새로운 충격요법으로 소위 '전쟁 특수'를 생각할 수도 있다. 그 대상이 이란이나 북한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세 번째는 미국 군 관계 인사들에 따르면 지상군만 투입하지 않는다면 미국으로서는 북한이 가장 좋은 공격 대상이라는 것이다. 물리적으로 고립됐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 위협이 심각해지면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 예방적 군사조치를 취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북한을 완전히 고립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 북한은 대규모 난민 발생하기도 어렵고, 난민이 나온다고 해도 중국이 압록강과 두만강을 막아버리면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군인들 입장에서는 북한은 공습으로만 끝낼 수 있는, 군사 작전이 아주 용이한 국가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네 번째는 전쟁 이후 한국이 북한에 대한 안정화와 전후 복구를 할 것이기 때문에 전쟁 비용이 많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전쟁을 벌인 미국은 전쟁 그 자체보다는 전쟁 이후 안정화시키고 재건하는데 많은 돈을 투입했다. 미국이 북한과 전쟁을 벌이면 해군, 공군과 정보력만 가지고 전쟁을 치를 가능성이 높다. 지상군은 한국에서 투입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이후 안정화와 전후 복구 담당은 한국이 맡아야 한다. 이런 입장에서 보면 미국으로서는 북한과의 전쟁 비용이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오산할 수도 있다.

물론 군사작전을 벌이려면 정치, 군사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김정은 제거나 북한 핵 무기의 완전한 폐기라는 정치적 목표나 미사일과 적의 지휘부를 괴멸시킨다는 군사적 목표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 1994년 5월의 경우, 영변에만 핵 시설이 있었고 미사일도 특정 지역에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에 외과적 타격 (surgical strike)을 통해 정치, 군사적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계산이 서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적 지휘부는 요새화되어 있고 핵과 미사일은 도처에 은닉되어 있다. 이를 공습이나 원거리 타격을 통해 제거하는 작업은 매우 어렵다 하겠다.

▲ 미 항공모함 칼빈슨호 ⓒ미 해군

북한, 북미 협상에 나올까

프레시안 : 트럼프 정부가 북한의 레임체인지를 하지 않는다고 선언하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것 만으로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나올지 의문이다. 손튼 동아태차관보 대행은 북한과 핵 문제 관련한 협상을 하려면 북한의 분명한 사인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정인 :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가시적인 행보를 보이지 않는 한 대화에 나서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변수는 북한이 아니라 중국에 있다. 지난 10일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쌍궤병행(雙軌竝行·북한의 비핵화와 북미 간 평화협정 체결)' 및 '쌍중단(雙中斷·북한의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중단과 한미 연합 군사 훈련 중단)'을 언급했다. 중국은 여기에서 조금도 양보하지 않았다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걸 받느냐 마느냐의 문제다.

프레시안 : 그런데 북한은 17일 김인룡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 차석대사가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이 제안했던 평화협정과 북한의 비핵화를 교환하는 협상 방식에 대해 "현재 아무런 신뢰가 없는 상황에서 이런 방식은 도움보다는 방해가 된다"면서 반대 의사를 밝혔다. 북한이 중국의 제안도 받지 않는 상황 아닌가?

문정인 : 북한은 자신들에 대한 미국의 적대적 의도와 정책이 조금도 변하지 않은 상황에서 비핵화를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렇게 되면 무장해제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만약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문을 해주는 사람이라면 북한에 은밀히 특사를 보낼 것이다. 김정은이 어느 정도 양보할 수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극적 협상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다면 지금 이런 작업을 해야 한다.

(이와 관련 현지시간으로 지난 19일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의 북한전문 웹사이트 '38노스' 운영자인 조엘 위트 연구원은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트럼프 정부가 북한과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물밑대화를 조언하기도 했다.

그는 칼럼에서 "시간은 트럼프의 편이 아니다. 트럼프 정부는 압박정책에서 벗어나 북한과 대화 재개를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미국 정부는 북한과 표시가 나지 않게 대화를 해야 한다. 유엔 북한 대표부든 다른 채널이든 미국의 이익을 지켜내기 위해 워싱턴의 해결방법을 강조하고, 미국이 북한에 대해 적대적인 개입을 하지 않을 것을 명확히 해야 한다. 또 미국은 향후 평화적인 길을 찾기를 바란다고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밑대화가 끝나면 이후로는 양쪽 정부가 서로의 관심사항을 제기하는 "대화를 위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위트의 주장이다. 그는 "미국의 경우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이 주요 관심사안"이라며 "만약 접점을 찾는다면, 즉 만약 북한이 한반도의 비핵화를 이룬다는 최종 목표를 기꺼이 다루겠다고 한다면 양측은 공식적인 협상 재개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편집자. ☞ 관련 칼럼 보기)

물론 지금 북한에 특사를 보냈다가 오는 25일 북한이 인민군 창건 85주년에 맞춰 6차 핵실험을 감행하면 트럼프의 특사외교는 재앙이 될 것이다. 때문에 25일까지 기다렸다가 북한이 핵 실험을 하지 않는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비밀리에 특사를 보내는 방법을 고려할 수도 있다.

프레시안 : 북미 간 진지한 협상을 하려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사람을 보내서 진지한 대화를 탐색할 정도가 돼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경제적 압력만으로는 성사되기 어려울 것 같다.

문정인 : 중국이 압력을 가하면서도, 중국과 미국 사이에 역할 분담을 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북한에 특사를 보내서 어떤 조건에서 대화할 용의가 있는지를 타진해본다면 가능하겠지만 중국의 압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중국의 기본 입장은 북미 간 대화하라는 것이다. 중국의 대북 압박은 북미대화와 6자 회담 재개를 위한 수단이다. 따라서 중국이 북한에 압박을 가하는데는 기본적으로 한계가 있을 것이다.

북한과 핵 문제를 진지하게 협상하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 우선 미국과 한국이 현실적인(realistic) 자세를 보여야 한다. 북한이 이미 핵보유 국가라고 선언했고 다양한 형태의 미사일도 보유하고 있는데 비핵화를 전제로 한 대화에는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도 강조하고 있지만 북한의 핵, 미사일 동결을 현실적인 목표로 잡고 북한과 협상해야 한다. 비핵화는 그 뒤의 협상 과정으로 미뤄 놓아야 한다. 협상 과정에서 서로가 신뢰를 쌓여서 북한이 위협을 느끼지 않을 때 비핵화로 가는 길이 열릴 것이다.

두 번째로 유연한(flexible) 태도를 보여야 한다. 북한은 이미 2015년 1월 9일 미국 측에 한미 연합군사 연습과 훈련을 임시 중단하면 자신들은 핵실험 및 미사일 시험발사를 유예하겠다는 제안을 한 바 있다. 거기에 더해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관 수용, 그리고 이상의 것도 이행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런데 미국 국무부는 이 제안을 불과 9시간 만에 거부했다. 그 이후 북미 관계가 악화된 바 있다.

미국의 입장은 한미 연합군사훈련은 '주권적' 사항이니까 북한이 왈가왈부할 사항이 아니라는 것이고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의 연계도 북한의 선전 선동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이건 너무 경직된 자세다. 의제를 열어놓고 북한과 대화와 회담에 임할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

세 번째로는 역지사지(inter-subjective)의 자세가 필요하다. 북한이 3대 세습의 독재국가인 것은 맞다. 북한이 악마일 수도 있다. 악마라고 치자. 그럼에도 대화할 수 있어야 하고 대화를 위해 그 악마에 대한 최소한의 인정이 필요한 것이다. 상대방에 대한 인정 없이 접촉과 대화는 불가능하다. 북한을 악마로 치부하고 대화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대결과 재앙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 문정인 교수 ⓒ프레시안(이재호)

프레시안 : 미국이 북한 지도부에 대한 참수작전을 이야기하고 항공모함도 보내고 선제타격도 언급하고 있는 것도 북미 간 협상이 가능할지 의문이 들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문정인 : 그게 문제다. 미국이 그런 무지막지한 엄포를 보이는데 북한이 이에 굴복하고 협상에 나올 리 만무하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한국에 와서 북한에 "시리아 봐라, 너희도 당할 수 있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 그리고 항공모함 칼빈슨호를 포함 가공할 만한 전략 무기들을 한반도에 전개하고 있다. 이런 무력 과시는 북한을 굴복시키기 보다는 오히려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 이게 미국 지도부가 북한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해의 정도라고 보면 된다.

북한은 시리아가 아니다. 100만 명 이상의 정규군과 핵, 미사일을 보유한 국가다. 지난 15일 북한에서 있었던 태양절 행사를 봤으면 북한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 그런데도 미국은 타성에 젖은 대북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 정부에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국방부는 북한이 우리에게 선제공격을 가해 올 때 우리는 방어(defense), 억지(deterrence), 파괴(destruction), 그리고 참수(decapitation) 작전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지극히 당연한 군사적 대응이다. 그러나 참수라는 표현은 문제시 된다.

북한 지도자의 목을 따겠다는 것인데 북한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북한은 지도자가 '최고 존엄'인 유일지도체제다. 최고 존엄을 위해서라면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것이 북한의 입장이다. 이런 북한이 김정은을 참수하겠다는 사람들과 대화를 하겠나?

이걸 '지휘부 궤멸' 정도로 하면 그나마 좀 덜했을 텐데 있는 그대로 '지도자의 참수'로 바로 연결하는 것은 용어 설정을 대단히 잘못한 것이다. 적대적 수사의 악순환에서 벗어 날 때 대화와 협상이 가능해 질 것이다. 물론 이는 북한도 마찬가지다. 자기들은 막말을 뱉어내면서 우리보고 순화된 말을 쓰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프레시안 : 일단 북한으로서는 미국의 진위가 무엇이냐에 대해 탐색하지 않을까?

문정인 : 북한은 트럼프 행정부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을 것으로 본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와의 대화 가능성을 조심스레 모색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대미 인식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본다. 북한 지도부는 자신들이 나약함을 보이면 미국이 군사행동, 특히 핵으로 타격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이 태양절 행사에서 "전면 전쟁에는 전면 전쟁으로, 핵 전쟁에는 우리식의 핵 타격전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연설한 것도 이러한 믿음을 반영한 것으로 봐야 한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5일 평양에서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을 맞아 열린 열병식에 참석해 손을 흔들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미국은 과거 군사적 행동은 선택지에서 빼놓은 상태에서 상대가 '레드라인'을 넘어가면 이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시사해 왔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모든 선택지는 테이블 위에 있다(All the options are on the table)"고 밝히고 군사행동 가능성을 전면에 놓고 있다. 미국은 이런 태도가 북한에 엄청난 위협을 주고 이것이 곧 협상 카드가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런데 이건 잘못된 생각이다.

왜냐하면 북한은 미국이 자신들에 대해 적대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는 한 미국이 취하는 첫 번째 조치가 군사 행동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제일 앞에 두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의 군사행동 카드가 쉽게 먹히지 않을 것이다. 이건 6.25 때부터 계속 축적된, 북한의 집단적인 사고 때문이라 하겠다. 평양이 미국 공습으로 초토화되는 과정에서 미국의 힘과 공격성을 목격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결국 미국이 그만큼 북한을 모른다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워싱턴과 평양의 주파수가 맞지 않는 결과가 나오는 것이기도 하다. (2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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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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