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직접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겨냥하며 '양강 구도' 띄우기에 나섰다. 안 후보는 토론회에서 문 후보와 관련한 질문에 대해 언급을 피하지 않으며 강하게 날을 세웠다.
안 후보는 6일 중견 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 주최 토론회에서 "정권교체는 결정돼 있다. 안철수에 의한 정권교체냐, 문재인에 의한 정권교체냐 그 선택만 남았다"며 "(대선 막판이 되면 후보가) 두 명만 남을 수도 있고, 5명이 완주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결론에 전혀 영향이 없다"고 주장했다. 각 정당별로 1인씩 나온 후보가 대선을 완주하더라도 결국 대선은 '문재인과 안철수의 대결'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문 후보에 대한 공세도 폈다. 안 후보는 한 패널이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의 출마 선언문을 인용해 '3D(쓰리디) 프린터를 삼디 프린트라고 읽는 것은 무능이 맞나'라고 묻자 "용어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 또는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발음들이 있다"며 "일반적으로 누구나 '쓰리디 프린터'라고 읽는다"고 말하고 소리내어 웃었다.
안 후보는 또 문 후보에 "부러운 점이 많다", "단단한 지지층을 가진 것이 장점"이라고 평하면서도 "많은 정치 자산을 물려받은 것이 부럽다"고 칭찬으로만은 들리지 않는 말을 했다. 안 후보는 지난 4일 후보 수락연설에서 "능력 없는 사람들이 상속으로 높은 자리에 오르면 안 된다. 무능력한 상속자에게 국가를 맡기면 안 된다"고 했었다.
안 후보는 2012년 대선 당시 사퇴한 것을 후회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후회하지 않는다"며 "당시 3자대결로 가면 필패한다고 확신했다. 그때 문 후보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제 더 이상 협상이 잘 되지 않으니 3자구도로 가겠다. 그러면 국민이 표를 한 쪽에 몰아줄 것'이라고 했는데, 100% 지는 길보다 1%라도 이길 가능성이 있는 길을 택했다"고 했다.
문 후보가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종합청사로 이전하겠다'고 공약한 부분에 대해서도 안 후보는 "그건 너무 나간 거 아닌가 싶다"며 "장점도 있겠지만 단점, 문제점이 많을 수 있다.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청와대 비서동 바로 부근 또는 같은 건물에 대통령 집무실을 설치해 미국 백악관 '웨스트윙'처럼 바로바로 참모들과 논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더 현실 가능성이 높고 장점이 많은 방법"이라고 했다.
다만 안 후보 본인도 지난 2012년에는 "청와대를 국민 곁으로 더 가까이 옮기겠다. 멀게만 느껴지는 청와대를 보다 국민에게 가까운 곳으로 옮기겠다"고 공약한 적이 있다. (☞관련 기사 : 안철수 "국민여론 수렴해 청와대 이전하겠다") 안 후보와 가까운 한 의원은 "현실 정치를 하며 안 후보의 생각이 다듬어진 것"이라고 했다.
안 후보는 '왜 문재인이 패권 세력이냐'는 취지의 질문에 "정치를 하면서 계파 정치의 폐해를 절감했다. 계파 정치가 뭐냐, 끼리끼리 나눠먹는 것"이라며 "계파 세력이 집권하게 되면, 전국 수많은 인재를 널리 등용하지 못하고 무능한 계파 내 세력만 등용해 국가적 중요한 일을 시켜서 무능하고 부패한 실패한 정부가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 후보에 비해 인재 풀이 얕다'는 지적에 대해 "대한민국 전체를 인재 풀이라고 보면, 누구는 인재가 많고 누구는 적다는 것도 옛날식 편 가르기 아니냐"며 "저는 상대편 캠프에서 싸우던 사람도 최적의 사람이라면 등용해서 쓰겠다. 그게 통합의 정치이고, 다음 정부에서는 반드시 그런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이 집권할 경우 인재 등용 기준에 대해 "당연히 가장 기본 중 기본은 도덕적 문제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문제가 많은데 능력이 있어 등용한다는 것은 다음 정부에서 절대 있으면 안 될 일"이라고 했다. 그는 또 "좀더 실무형에 가까운 사람이어야 좋다는 생각"이라며 "그 분야에 대해 전문성이 부족한데 그냥 보고서 받고 결정하는 스타일의 그런 관리형, 그것은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실무형에 가까운 사람이 장관을 해야 한다"고 했다. 국회의원 등 정치인을 장관으로 등용하는 방향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장관직 나누기'는 연정을 가능하게 하는 카드로 거론돼 왔다.
"유승민과 연대? 박근혜 정권 출범시킨 사람들, 정권 꿈꾸면 안돼"
안 후보는 토론 내내 이른바 '연대론'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에 대해 그는 "박근혜 정부를 출범시키는 데 역할을 한 사람들은 이번에는 책임져야 한다. 다음 집권을 꿈꾸면 안 된다"며 "선거 이후에 서로 협치 상대로는 좋은 파트너일 수 있지만 지금 정권을 꿈꾸면 안 된다"고 했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에 대해서도 "함께 치열한 경쟁이 이뤄지기 바란다"며 "이제는 정치공학적으로 누가 누구 손 잡고 들어주고 이런 일은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 그런 일은 저는 없을 거라고 믿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패널이 '대선 전 다른 후보, 정당과의 연대는 없다는 것이냐'고 묻자 "그렇다"고 단언했다.
이에 패널들의 질문은, 만약 안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 한들 의석 수 40석의 국민의당으로 어떻게 국정을 운영할 것이냐는 쪽으로 집중됐다. 안 후보는 이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의원들을 만나 설득할 때가 됐다"며 "의원들이 정당 당론을 통해 모든 것을 결정하다 보니 편 가르기가 된다. 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이 헌법기관이니, 자기 소신대로 투표에 나서게 되면 훨씬 개혁 가능성이 높다. 그게 국민의 요구고 시대적 흐름"이라고 주장했다.
안 후보는 그러면서도 "인위적 정계 개편은 시도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장관직 나누기'도, 정계 개편도 없이 소수 여당으로 뭘 할 수 있을지 등 집권 후 국정을 어떻게 운영할 계획인지에 대해 "선거에서 집권한 당을 중심으로 다른 당과 치열하게 협의가 일어날 것"이라며 "제가 넓은 의미에서 협치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씀드렸다. 그 중에는 연정에 가까운 형태도 있고 여러 형태도 있을 것인데, 안정된 국정 운영을 해야 한다는 국민의 요구가 높으니만큼 (집권 후) 조속한 시일 내에 결론이 날 수 있을 것"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자신이 '패권주의'라고 비난한 문재인 후보의 민주당이나, '박근혜 정부를 만든' 유승민 후보의 바른정당이 과연 대선 이후 연정 등의 제안에 응하겠냐고 묻자 그는 "저는 '정권을 꿈꾸면 안 된다'고 말했다. 입법할 때는 모든 정당과 협의하고 설득하는 게 국회에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 아니냐. 그것은 전혀 다르다"고 했다.
다만 안 후보는 이 문제와 관련해서, 개헌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는 "국민의당을 중심으로, 우리 당이 지향하고 있는 방향과 정책을 밝히고 거기에 동의하는 정당들이 협치 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방향이 전혀 다르다면 사실 어렵겠죠"라고 말한 후 이어서 "그리고 대통령에 당선된 사람은 권한을 내려놓고 개헌을 해야 한다"며 "본인 권한을 내려놓으면 협치가 가능하고, 개헌을 통해 그것을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개헌과 관련해 "그런데 개헌에 앞서, 또는 개헌과 동시에 진행돼야 하는 게 선거구제 개편"이라며 "선거구제를 개편하지 않고 권력구조만 바꾸면 양당 중진 의원들에게 권력을 몰아주는 게 된다. 그래서 선거구제 개편 없는 개헌은 있을 수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상적으로는 선거구제 개편이 먼저 되고 개헌이 돼야 한다. 아니면 동시에 꼭 이뤄져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개헌을 위해 대통령 임기 단축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임기 단축은 권력구조 부분이 결정된 이후의 일"이라며 그는 "권력구조를 정해야 논의가 가능하다. 만약 권력축소형 대통령제라면 임기를 다시 논의해야 한다. 이원집정부제라면 국회의원 선거와 시기를 맞추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거기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다만 그는 "권력구조가 정해지고 나면 순리에 따라 임기가 정해질 것 아니냐"며 "그것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밀고 당기고 하는 그런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반기문, 사드 문제 푸는 특사로…최저임금은 2022년 1만원이 적절"
이날 토론회에서는, 행정수도 이전 공약과 함께 안 후보가 충청권 표심에 호소할 카드로 분석돼온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문제도 다뤄졌다. 안 후보는 "반 전 총장을 외교 특사로 모시겠다는 말을 했던 것은 2월 1일 반 전 총장이 사퇴(대선 불출마 선언)한 직후"라며 "이번에 갑자기 한 얘기가 아니다"라고 했다. 반 전 총장에게 외교 특사를 맡기겠다는 말이 충청권 선거 대책 차원에서 나온 게 아니라는 것.
안 후보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에 대해서도 "한중관계가 수천년 가운데 지난 몇십 년이 가장 좋았고 양쪽 다 진정한 친구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친구가 되려면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는데, 그런 면에서 지금 중국 정부의 행동은 우려스럽다. 다음 정부는 중국을 꼭 설득해야 한다"고 말하던 중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일은 반기문 전 총장에게 바로 외교 특사를 부탁드려 사드 문제 해결을 위해 각국 정부와 외교적 정지(整地) 작업을 하는게 필요하다"고 하기도 했다. 반 전 총장은 한반도 사드 배치에 적극 찬성하는 인물이다.
유엔 사무총장 출신인 반 전 총장이 '중국을 설득하는 한국의 특사'가 된다면 이는 1946년 유엔 결의안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지만, 안 후보 측 관계자는 "직업 공무원도 아니고, 동북아 평화 차원에서 북핵 문제 해결은 중요한 일"이라며 문제 될 게 없다고 설명했다.
안 후보는 자신이 사드 배치 반대였다가 입장이 바뀐 배경에 대해 "상황이 바뀌면 입장이 바뀌는 게 당연하다. 외교적 상황이 바뀌었는데 입장을 고집하는 게 더 문제"라며 "지난해 10월 한미 국방장관 공동 발표 때를 전후로 (사드 배치는) 국가 간 합의가 됐다. 국가 간 합의는 존중해야 하고 이게 외교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또 박근혜 대통령 사면 논란이 불거졌던 데 대한 지적이 나오자 그는 "재판이 시작되지 않았는데 너무 앞서 가는 얘기"라고 일축하며 "2012년부터 저는 사면권 남용은 안 된다고 말해 왔다. 유명무실한 사면위원회가 실제로 작동하게 만들자는 게 일관된 생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이런 발언을 하면 이쪽 표를 많이 가져올 것이다'라고 계산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주장했다. 반기문, 사드, 사면, 행정수도 등의 발언이 모두 '표 계산'과는 무관하다는 주장이다.
최저임금 인상 문제에 대해서는 "점진적으로 올리는 게 옳다. 2022년 정도에 1만 원에 도달하는 게 적절하다고 본다"며 "사실 더 큰 문제는 법에 최저임금이 규정돼 있는데 그것보다 못 받는 사각지대를 해결하는 것이다. 제가 알기로 최저임금보다 못 받는 분이 300만 명 정도인 것으로 아는데, 최저임금이 높아지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안랩' 주가 급등으로 1000억 원이 넘는 자신의 재산 평가액이 더 늘어났을 거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당연히 백지신탁하겠다. 법에 규정된 것이다. 법에 따르겠다"고 했다.
한편 안 후보는 자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유권자를 차량으로 동원한 사례가 나와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데 대해 "법에 따라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문재인 후보 측 박광온 대변인은 안 후보가 조직폭력배들과 촬영한 사진이 인터넷 등에 올라왔다며 "일각에선 국민의당이 선거인단 '차떼기' 동원을 위해 조폭의 손을 빌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안 후보 측 김경록 대변인은 이에 대해 "실소를 금치 못한다"며 "정치인이 현장에서 누군지 알 수 없는 불특정 다수로부터 사진 촬영 요구를 받는다는 사실은 누구보다 문재인 후보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네거티브를 해도 좀 설득력 있는 것으로 하라"고 일소에 부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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