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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정치를 깊이 봐야…박근혜도 불가침 영역에서 나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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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MB, 정치를 깊이 봐야…박근혜도 불가침 영역에서 나와라"

[고성국의 정치in] 한나라당 김성식 의원

'나쁜 폐단이나 묵은 것을 버리고 새롭게 함'

사전에서 찾아본 쇄신의 정의다. 한나라당은 묵은 것을 버리고 새롭게 하기 위해 한 달 넘게 쇄신특위를 가동했다. 한나라당은 과연 어떤 묵은 것을 버리고 무얼 새롭게 할까? 쇄신특위에도 들어가 있지 않으면서 쇄신을 가장 많이 얘기한 사람. 한나라당 김성식 의원을 지난 금요일(19일) 만났다.

'쇄신'의 폭을 두고 한나라당 내에서 말이 많다. 혹자는 '국정 기조 쇄신'을 주장하고 혹자는 '국정 운영 쇄신'을 주장한다. 전자와 후자는 엄연히 다르다. 친이계에서도 '7인 성명' 모임을 중심으로 하는 쇄신파는 전자를 주장하고, '48인 모임'을 주도한 이른바 '왕당파'는 후자를 주장한다. 김 의원은 "둘 다"라고 말했다.
▲ 한나라당의 개혁성향 초계파 초선 모임인 '민본21' 간사를 맡고 있는 김성식 의원 ⓒ프레시안

"'민본21'이 내건 요구사항 제 1항이 중도 실용 정신으로의 복귀, 그리고 국정기조의 쇄신이다. 밀어붙이기식 국정 운영방식도 바꿔야 한다."
"국정운영 기조와 국정운영 방식의 변화, 둘 다 주문하는 것인가?"
"그렇다."
"국정운영 기조는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대통령 취임사를 보면, 국민통합과 섬김, 경제 살리기, 그리고 이념에 치우치기보다는 실용적으로 경제를 살리고 국민 통합을 이루겠다는 내용이 주다. 그런데 그 후로 국정 기조가 그렇게 가지 않았다."

그는 '전문 분야'인 경제 문제를 예로 들어가며 '국정 기조의 잘못'을 쏟아냈다.

"대표적인 예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다. 대선 공약에 보면 다주택 양도소득세 중과는 유지한다고 했다. 하지만 완화했다. 또 대선 공약에서 교육의 자율화와 공교육 강화를 동시에 내걸었는데 '교육의 자율화'만 이뤄졌다. 쏠림이 생긴 것이다. '부자 감세 서민 증세'로 낙인찍힐 소지가 있는 행동을 한 것이다. 여러 가지 의미에서 편향된 것을 중도 실용으로 돌리기 위해서는 현 기조를 바꿔야 한다."
"국정운영 방식의 문제는 별도로 있나"
"그렇다. 중도 실용을 회복하려면 대통령이 중기 국정운영 방향을 내 놓고 새로운 컨센서스를 확보해야 한다. 그동안 약속했던 사회 정책들 중에서 못했던 부분을 더 열심히 해야 한다. 경쟁력은 강화하면서, 사회 안전망도 확보하는 밸런스를 유지해야 한다. 특히 보육, 주거 문제 같은 서민정책에 방점을 찍고 해야 한다."
"그렇게 하겠다는 '국정 쇄신' 구상을 국민에게 설득력 있게 설명해야 하고?"
"그렇다. 그런 과정 속에서 쇄신 과제를 녹여내야 한다."
"그 설명이 곧 대국민 담화가 되지 않겠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된 진정성 담긴 유감의 뜻도 함께 표명하면, 야당의 요구도 녹여낼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정국 현안들을 통 크게 풀어낼 수 있는 것 아니냐."
"내가 주장하는게 바로 그거다."
"이렇게 된데 대통령의 책임이 큰가?"
"인사에서부터 문제가 있었다. 강부자·고소영 내각이라는 비판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연고주의다. 써 본 사람들만 쓰면 대통령과 참모 사이가 직언할 수 없는 관계가 돼 버린다. 당도 그렇다. '관리형 대표 체제'를 매개로 청와대가 국회에 주문을 쏟아내는 게 아니라, 당에서도 대등한 민주적 시스템을 갖고, '우리가 민심을 들은 것은 그게 아니다'라고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탕평 인사가 가능해야 한다. 미국 백악관은 일부러 점검팀을 만들어 돌리지 않나."

이명박 대통령, "실용적 장점 발휘 안 되고 있다"

▲ 한나라당 김성식 의원 ⓒ프레시안

"이명박 대통령은 어떤 사람인가?"
"가깝게 만난 것은 대통령 선거 공약을 만드는 '일류국가비전위원회' 2분과의 간사를 맡았을 때였다. 2분과는 국민 삶이나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분과인데, 하루는 '맘&베이비' 프로젝트, 사교육비 절감 프로젝트, 생애 주기별로 아기가 태어난 이후 신혼부부 단계까지 다양한 생애주기 맞춤형 디딤돌 프로젝트를 만들어서 이걸 보고하게 됐다. 그때 후보가 보고를 조금 듣더니 뒷 일정을 딱 빼더라. 중요하다고 판단하면 그 자리에서 묻고 답하고 하면서 의사결정을 신속히 하는 것을 봤다. 매우 실용적인 분이구나. 잘 짜여진 안이 올라가면 질질 끌지 않고 바로 실행하는 그런 강한 추진력이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런 강점이 대통령 되고 나서도 잘 발휘되고 있다고 보나?"
"사실 그렇지 못한 점이 많다고 본다. 대내외 환경이 좋지 않았던 점도 있다. 촛불도 그렇고 경제 위기도 그렇고. 그러니 많이 답답해 하셨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좀 더 생각을 깊이 해야 할 때다. 정치의 영역을 좀 깊이 봐야 한다. 돈이나 받아먹고 비생산적으로 굴러가는 구태정치도 문제지만, 정치과정이 갖는 의미를 소홀히 할 수 는 없는 것이다."
"대통령이 여의도 정치를 낮춰보나?"
"낮춰보는 것보다 생산적이지 않다고 보는 것 같다."
"장관들 막말도 그래서 나오는 것 아닌가? 그런데 여당은 왜 조용한가?"
"여당 내에서도 얘기가 많다. 상임위 열어서 따지고 혼내고 한다. 대통령이 국회와 정당이 민심을 거르는 한 축이라고 인식하면 장관도 따라올 것이다. 당도 정신 차려야 한다. 아닌 건 아니라고 얘기해야 하고."
"상임위에서 야단친다고 하는데, 당 지도부에서 먼저 나서야 되는 것 아닌가?"
"민본 주최로 긴급 토론을 했더니 한 언론사 논설위원이 날카롭게 지적하더라. 그런 장관에게는 Are you elected or appointed?'라고 물으면 될 일이다. 그런데 당신들은 선출된 사람(의원)인데 누굴 탓하느냐. 할 말 제대로 안하고 용기 있게 못한 당신네 의원들이 문제다. 아주 따가운 지적이었다. 어퍼컷을 한 대 맞았다."
"국민들 보기에도 일방적 몰아붙이기로 보였다는 얘긴데, 보수 쪽에서도 아마추어 정권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 무능하다고 하는 것만큼 정권 힘 빼는 말이 없는데."
"무능하다는 지적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과정이 중요한데, 1기 경제팀이 작년 9월 말까지는 엄청 헤맸다. 그런데 10월부터는 비교적, 다른 국가에 비하면 굉장히 의미 있게 위기관리를 잘 했다. 재정 정책도 적시에 제대로 쓰고, 지난번 추경도 적절했고, 구조조정 기금도 제대로 만들었다. 무능하다는 평가는 정치공세다."
"9월부터 헤매다 10월부터 제대로 했다면, 어떻게 그렇게 됐다고 보나?"
"대통령의 리더십이다. 대통령이 맥을 잡았다. 한미 통화 스왑도 이명박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 사이에서 이뤄진 것이다. 그것 하나로 외환 유동성 위기를 어느 정도 넘겼다. 대통령이 핵심 고리를 푼 것이다. 기본을 잡아주니까 그 다음부터는 제대로 갔다. 국민들은 정책이 한 방향으로 쏠렸다고 하는데 두 가지 착오가 있었다. 하나는 미네르바 사건. 해프닝으로 치부하고 우리 사회의 자정능력에 맡기고 지성인들이 준엄하게 꾸짖고 했으면 해결 될 것을 신화로 만들었다. 이러니 세상이 민주화 됐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보기에 정권이 역행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겠느냐. 집회 시위 문제도 그렇다. 나도 운동권이었다. 화염병도 들었던 사람이다. 그렇지만 이 문제는 정공법으로 가야 한다. 정부가 두 가지를 해결해야 한다. 폴리스 라인 엄격히 지켜야 한다. 침범하는 경우 처벌이 강화돼야 하고, 화염병, 죽창도 처벌이 강화돼야 한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일반적 집회 시위는 확실히 보장해야 한다."
"마스크 같은 건?"
"쓸 때도 있고, 안 쓸 때도 있고 침묵시위도 하는 것이다. 사회단체 보조금도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정부 보조금 받는 단체에서 한 두 사람이 시위했다고 해서 '사회단체 보조금을 안준다' 이런 건 너무 가혹하다. 지나치면 늘 문제가 생긴다."
"권력을 가진 입장에서는 이런저런 고려를 하는 것 자체로 번거롭다고 생각할 것 같은데?"
"촛불정국이 현 정부에 준 장애가 있다고 생각한다. 출범 초기에 정권 담당자에게 '사회적 반대세력이 있구나' 하는 인식을 줬을 것이다. 야당은 야당대로 정치적으로 활용하려고 했고, 그래서 대통령이 국민 통합 정치에 회의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쨌든 1년 반이 지났다. 밀어붙여봤지만 잘 안 됐다. 더 많은 갈등만 낳았다. 이런 것들이 쌓여서 정부와 국민 사이에 결국 '명박산성'이 들어선 것이다. 명박산성의 자리에 대신 들어서야 하는 것이 제대로 된 소통 시스템이다."

"쇄신은 이제부터…대통령에 정치적 책임 있어"
▲ 한나라당 김성식 의원 ⓒ프레시안

지금 한나라당에서는 '쇄신특위'가 활동 중이다. 하지만 계파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뒤죽박죽이 됐다는 평가다. 활동 기한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쇄신위를 쇄신파 김 의원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쇄신특위 활동이 마감을 앞두고 있다. 평가 한다면?"
"처해 있는 위치에 비해 열심히 했다고 본다."
"부정적 평가가 많은 것 같은데."
"오보가 몇 번 있었다."
"박근혜 대표 추대론도 오보였나?"
"그렇다. 팩트가 틀리니까."
"원희룡 위원장이 여기저기 교감을 갖고 '내 길 보기'를 한다는 소문까지 있었다."
"쇄신특위는 자율성을 갖고, 전권을 갖고 논의하고 있다. 위원장으로서 당내 이런저런 세력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걸 줄서기로 매도하는 건 원희룡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얘기다."
"마무리가 잘 될까? 쇄신안도 쇄신안이지만 실행이 없으면 아무 의미도 없는 것 아닌가."
"쇄신특위는 사실 지금부터다. 결론을 내고 쇄신안을 실천해야 한다. '민본21'도 열심히 거들거다. 쇄신안이 나오면 공감대를 확산시키고, 청와대와 당 지도부가 실천할 수 있도록 함께 나서줘야 한다."

김 의원은 쇄신특위 활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기대도 컸다. 쇄신특위를 "아래로부터 만들어진 쇄신특위"라고도 했다. 4.29 재보선 패배 후, 당 지도부가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어가려고 해서 민본21이 문제제기를 했고 그것이 구체화 된 것이 쇄신특위라는 설명이다. 쇄신특위의 산파역을 자임했으니만큼 쇄신특위의 성공적 마무리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쇄신특위 위원장을 원희룡 의원이 맡게 된 것은 아래로부터의 요구에 의한 것이었나?"
"간접적인 영향은 있었을 것이다. 위에서부터 내려온 쇄신위였다면 원희룡 의원이 위원장을 맡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원희룡 위원장은 초계파적인 분이고 그동안 개혁적 활동을 해왔으니까 쇄신특위 위원장으로 명실상부한 자격을 갖췄다."
"쇄신위가 '갈지자 행보'를 했다는 평이 있는데?"
"쇄신특위에 책임을 돌리는 것은 부적절하다. 조문 정국이 겹쳤다. 그 사이에 원내대표 경선이 있었고, 친이-친박 갈등의 골은 더 패이고 청와대는 시큰둥하게 있었다. 그런 가운데 청와대 쇄신을 요구하기 위해서도 당에서 뭔가 물꼬를 트지 않을 수 없었다."
"충격요법이 필요했다?"
"그렇다. 국정 쇄신이 중요한데, 당 쇄신도 함께 하면서 전반적으로 '상승 작용'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다. 그런 가운데 관리형 대표체제가 근본적 문제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다소 흐트러졌다는 지적에는 동의하지만 국정 쇄신이라는 방향은 일관되게 유지해 왔다."

청와대 쇄신과 당 쇄신이 상승작용을 해야 한다는 것이 김 의원의 주장이다. 김 의원은 이를 위해 '박희태 대표'가 나서서 직을 걸고 청와대에 '직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희태 대표가 직을 걸고 해야 할 일은 자명하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관리형 대표 체제로는 당내 화합이 안 되겠다. 화합형 전당대회가 필요하다.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표에게) 국정동반자 약속을 했고 못 지켰으니까 확실한 이행을 약속하시라' 이렇게 직을 걸고 건의해야 한다."
"직을 걸고 건의하는 게 구체적으로 뭘 뜻하나?"
"근원적 화합의 길을 열지 못하면 못한대로, 열면 여는대로 명예로운 퇴진을 해야 한다"
"길을 터놓고 내놓으면 명예로운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불명예 퇴진이라도 해야 한다?"
"길을 못 터도 진정성 있게 대통령께 건의하고 직을 걸고 요구하면 정치권이 판단하지 않겠나. 이 문제는 정치의 영역이다. 핵심은 당 쇄신, 국정 쇄신이 교착상태에 빠져있다는 것이다. '직을 걸겠다'는 표현은 이런 상황에서 밑으로부터의 요구를 박 대표가 받아들인 것이다."
"계파갈등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나. 모두 다 책임이 있나."
"양비론으로 가면 안 된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계파갈등에 대통령과 친이쪽의 책임이 크다. 이것을 인정한 위에 진정성을 갖고 하나하나 풀어가야 한다. 선거과정을 봐라. 친이가 친박과 함께 공조해서 정권 잡은 것 아니냐?"
"친이 쪽은 '공조'해서 정권을 잡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은데"
"예전에는 그랬지만 요새는 생각이 많이 바뀐 것 같다. 친이 직계 '7인방' 경우는 '국정 동반자 역할'을 제대로 못한 것을 MB정부가 순항하지 못한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임해규 의원 같은 이는 '친이가 책임이 크다. 그동안 우리가 다 했는데 주도권을 내놓겠다'고 했다. 친이 쪽에서도 그런 얘기가 나온다."
"친이 직계도 대통령이 '덧셈 정치'를 못한다고 보는가?"
"그렇다. 정치적 책임을 얘기하는 거다. 구체적 사건에 대한 책임이라기보다는."
▲ 한나라당 김성식 의원 ⓒ프레시안

김 의원은 당내 화합 문제와 관련해 지금까지는 '대통령의 정치'에 책임이 크다고 했다. 따라서 대통령과 친이계가 먼저 진정성을 가지고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말은 대통령과 친이계가 노력을 했는데도 박근혜 의원과 친박계가 마음을 열지 않는다면 공은 친박계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박근혜 의원이 받을까? 안 받으면 어떻게 되나?"
"간단치 않은 일이라고 본다. 다만 대통령이 진정성을 보여주는 게 우선이다. 국민 앞에서, 당원 앞에서 벌어지는 일일 테니까 정치적 판단은 그들이 할 것이다. 어느 쪽이 진정성 있고, 어느 쪽이 진정성 없는지. 그런 상황이 오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른다. 전당대회가 열리면 대의원, 당원들이 선택할 것이다. 그런 선택이 가능하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 까지가 '민본21'이 할 일이다."
"박근혜 의원은 어떤 사람인가?"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이야기 할 타이밍은 아닌 것 같다. 다만 분명하게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향후 정치 과정에서 어떤 불가침의 영역에 박 대표를 자리매김 시키려는 주위 참모들이 있다면 그런 데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당의 소중한 자산이다. 경선 때 깨끗한 승복을 보였다. 많은 국민의 지지를 얻고 있다. 그러니까 '배제의 정치'를 하면 안 된다."

"보수 정부일수록 권력을 절제된 형태로 써야 한다"

김 의원의 정치 철학은 '보수 세력의 변화'로 압축된다. 이는 최근 제기되고 있는 국정쇄신 요구와도 맞닿아 있다. 김 의원은 '국정 쇄신'을 "보수 정치 세력이 도약"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보수는 노선이나, 철학에서 좀 더 치열하게 자기성찰을 해야 한다. 에드먼드 버크는 프랑스 혁명을 보면서 '합리적으로 사회를 변화시키는 세력'이 사회를 감당해야 하고, 보수주의자는 이를 실천하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우리나라 보수는 서구와 달리 시민혁명을 주도한 것도 아니고, 투명성, 도덕성 문제를 항상 지적받아 왔다. 그러면 더 잘해야 하는데 자기 성찰이 아직 부족하다. 민주주의 문제만 해도 그렇다. 보수 정부일수록 권력을 절제된 형태로 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한나라당도, 정권에 있는 사람도 이런 시기에 보수 정치를 어떻게 업그레이드 시킬 거냐 하는 그런 야심찬 도전이 필요하다."
"보수를 자임하는 사람들이 보수를 잘 모른다는 뜻인가?"
"다 그렇다고 말하면 건방진 얘기가 되겠고, 대체적으로 이해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이명박 정부가 중도 실용이라는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 것이 보수 혁신의 기회라고 보는 것인가?"
"그게 이명박 대통령의 역사적, 정치사적 미션이라고 본다."
"그런데 보수 세력은 이명박 대통령을 보수의 주류로 인정 하지 않는 것 같다."
"그 점도 대통령의 고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원래 보수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진보는 획일적이다. 진보의 끝에 프롤레타리아 독재가 있는 것 아니냐."
"보수는 기본적으로 상대주의적이고, 경험주의적이고?"
"체제를 폭력적으로 전복하지만 않는다면 큰 틀에서 진보도 보듬고 가는 것이 보수였다. 그런데 지난 10년 간 야당하면서 한 쪽으로 아주 완고한 보수의 흐름이 생겨났다. 다행히 이명박 정부는 그 부분으로부터도 지지를 받았다. 보수가 스스로 다양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나아가 합리적 진보의 주장을 받아준다거나, 진보적인 분에 적합한 보직이 있다면 협력을 약속하고 기용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보수가 더 강해지고 커지는 길이다."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보수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500만 표 이상의 차이로 당선됐고, 한나라당이 과반을 확보했으니 이 정부가 소신껏 할 수 있도록 밀어줘야지 왜 사사건건 반대하느냐고 주장한다. '야당 얘기 들을 필요 없다'는 말까지 서슴없이 한다. '합리적 보수주의자'를 자임하는 김 의원은 보수 일각의 이런 분위기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국정을 성공하고 싶은가, 실패하고 싶은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던져야 한다. 피치자는 주권자다. 종업원이 아니다. 주권자는 선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요새는 나름의 방식으로 정책에 대해 소리를 지른다. 그리고 그것이 국회에서 충돌도 하고 타협도 하면서 수렴된다. 국정을 성공하려는 사람은 민심의 바다 위에서 정치를 해야 한다. 하나의 단편적인 일 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정치고 국민과의 소통이다. 10~20%는 양쪽 극단에서 반대해도 60% 정도는 동의하는 정책을 추진해야지, 한 쪽 극단에서는 적극 동의하나 60% 이상이 반대하는 정책만 계속 해 나간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
"보수의 업그레이드와 쇄신, 이번 기회를 놓쳐도 또 기회가 올까?"
"이 과제는 상당히 지속적인 과제다. 이번에 밑으로부터 쇄신 노력이 얼마나 알찬 열매를 맺을 지 낙관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 같은 문제제기는 한국 보수세력의 철학의 업그레이드까지 나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으로 연결돼야 한다. 쇄신은 초계파적으로 노력하고자 하는 불쏘시개들이 한나라당의 미래를 열어 간다는 의미가 있다. 그 성과는 힘세고, 선수가 높고, 더 잘 알려진 정치인들의 몫이 되겠지만 길을 여는 것은 우리가 해야 한다."


▲ 고성국 박사와 한나라당 김성식 의원 ⓒ프레시안

"초선이라 찍소리 밖에 못하지만 최선을 다 할 것"

한나라당 세력 호감도 조사에서 친박계가 33.5%, 쇄신파가 27.3%, 친이계가 14.7%였다. 친박계 호감도는 박근혜의 호감도를 조금도 넘어서지 못한다는 면에서 정체의 기미가 보인다. 쇄신파 호감도는 쇄신 문제가 제기된 지 한 달 남짓 됐지만 상당히 높은 수준의 지지도를 보였다. 반면 친이계는 참담한 성적표다. 특이한 점은 이 여론조사에서 '원희룡, 김성식 등의 쇄신파'라는 문항이 들어갔다는 것이다.

"여론 조사에 자기 이름이 들어갔는데..."
"앞으로 그런 일은 없을 것 같은데..."
"그만큼 책임감이나 부담감을 더 느끼겠다."
"내 이름은 편의상 넣은 것 같은데, 다만 블로그 홈피에 오면 뭔가 쇄신 움직임이 구체화된 날은 많은 분들이 오셔서 격려도 하고 비판도 하신다. 좀 더 잘 해야겠다고 다짐한다. 다른 것은 못하는데, 자신을 성찰하고 다져가는 자세만은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김 의원은 긴급조치 세대다. 70년대 학생운동, 80년대 재야 민주화 운동, 90년대 시민운동, 그리고 민중당을 거쳐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됐다. 그 사이 경기도 정무부지사도 역임해 행정경험까지 쌓았다.

"뭐가 제일 맞는 것 같나?"
"무지하게 어려운 질문인데, 해마다 5월 광주를 간다. 올해도 일찌감치 갔다 왔다. 이번에 갔다 오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대한민국의 40대 이상은 누구든 자서전을 쓸 만큼 인생의 곡절과 희망과 눈물로 점철된 삶을 살아온 것 같다. 아버지 세대는 '형은 인민군 동생은 국군' 이런 세대를 살았고, 중동에 가서 열사의 땅에서 뼈빠지게 일해서 송금하고 아파트 장만하고, 구로 공단 미싱하고, 전자제품 조립하고, 그런 분들, 수출 전선 뛰어다니다 과로로 죽은 샐러리맨들도 많고. 이런 우리 역사를 껴안고 가는 폭넓은 정치가 절실하다. 지금이 그때고 그게 내가 정치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산업화·민주화 세력의 화해'라는 유행어가 있었는데 그 얘기를 또 하는 건가."
"우리 사회에는 너무 많은 갈등이 있다. 정치도 적대적이었고 민주화 운동 과정도 분열의 과정이었다. 양김 분열, 민주화 운동 세력 간의 노선 분열, 지역적 분열도 있었다. 사회적 양극화도 심하고. 이런 갈등을 치유하고 통합하지 않고서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현대사의 과정 속에서 서로 껴안기, 그 속에서 퓨전이 일어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가야한다. 정당도 획일적이어서는 안 된다. 다양성 속에서 경쟁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진정한 정치혁신이 있어야 한다. 초선이라 찍소리 밖에 못하지만 그게 정치하는 이유니까 최선을 다 할 거다."
"그 동안 정치하면서 빚만 진 거 아니냐."
"빚은 없고 집은 못 샀다."
"셋방살이 하나?"
"셋방 산다."
"몇 평?"
"전세방인데, 월세를 좀 낀 전세다. 평수가 의미 있겠나."
"부인은 어떻게 만났나."
"고 1때 만났다. 집사람은 고등학교 졸업하고 근로자 생활한 사람이다. 위장 취업이 아니고. 만난 지 11년 만에 결혼 했다. 신혼여행을 온양온천으로 1박 2일 갔다 왔다. 1박하고 다음 날 데모하러 갔다. 집사람과 제주도 여행을 지난 3월에 처음 갔다. 국회 쉬는 달에 집사람 보기 미안해서. 어머니 모시고 사는데 밤새 어머니 허락 맡고, 쓸데없는 짓 한다고 밤새 툴툴거리는 와이프 대신 짐 꾸려서 손목 잡고 비행기 타고 제주도 갔다 왔다. 3박 4일해서 렌트카 운전해서 집사람한테 봉사 좀 했다."

김성식 의원도 50을 넘긴 나이다. 주위도 살펴보고 일상의 안락함에도 젖고 싶을 때다. 그러나 김 의원은 요지부동, 요령부득이다. 여전히 문제를 제기하고 경고음을 발한다. 그런데도 묘하게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의례 그런 사람이려니 해서일까. 그의 주장이 공감을 얻어서일까. 그도 아니면 문제제기 방식이 성숙되고 세련되어져서일까.

어느 쪽이건 그가 늘 젊게 활동하기를 바라면서 인터뷰를 끝냈다. 누군가가 눈 부릅뜨고 있는 것은 또 얼마나 마음 든든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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