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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타고난 '프레지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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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박근혜, 타고난 '프레지던시'?

[고성국의 정치in] 한나라당 김선동 의원

"친이-친박간 화학적 융합을 누가 해야 하나. 대통령 쪽인가 박근혜 쪽인가?"
"약자가 청하면 구걸이 된다. 힘 있는 사람이 가슴을 열 때 진정한 화합 구도로 갈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박 전 대표가 더 힘이 있다고들 하던데? 박근혜는 떠오르는 힘이고 대통령은 내려앉는 힘이라고."
"두텁고 견고한 지지기반이 있는 것 하고, 당내 역학 관계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일종의 갭이 있다."
"박 전 대표에게 당권을 주든지, 장관 몇 자리에 대한 실질적 제청권을 포함해 국무총리를 주든지 해야 대통령이 말한 '국정동반자관계'가 실제로 구현된다는 얘기가 있다."
"서로 의심하는 관계라면 당권이나 국무총리 줘봤자 아무 소용없다. 내가 알고 있는 박 대표는 적어도 자리 가지고 안전판을 삼거나 하는 그런 정치인이 아니다. 자리를 나누지 않아도 충심으로 나라 걱정 하는 마음으로 두 분 지도자가 신뢰를 쌓을수만 있다면 과거 정치 행태처럼 '몇 대 몇'의 지분을 나누는 것을 확 뛰어 넘어서 갈 수 있다. 박근혜라는 사람이 그런 사람이다."
"국무총리 제안이 와도 거절한다?"
"총리 자리, 그런걸 탐할 분이 아니다."

▲ 한나라당 김선동 의원. ⓒ프레시안
김선동 의원과의 인터뷰 주제는 박근혜였다. 천막 당사 시절 대표 비서실 부실장으로 박근혜 대표를 모셨고 경선 때는 캠프 상황실 부실장으로 일정과 메시지를 총괄했던 만큼 박근혜 대표를 가장 잘 아는 정치인 중 한 명으로 통하기 때문이다. 김영삼 대통령의 비서로 정치에 입문한 지 16년 만에 뱃지를 단 김선동 의원. 초선의원으로서 '자기정치'에 대한 의욕이 앞설 만도 한데, 매사에 박근혜 대표를 앞세우는 그의 자세에는 흐트러짐이 없었다. 박근혜 대표에 대한 믿음이 정치적 자부심 수준이었다. 자기가 모시는 정치지도자를 인간적으로까지 존경할 수 있다면 그 자체가 행복이 아닐까. 김 의원 같이 정치구력이 간단치 않은 정치인으로부터 인간적 존경까지 받는 박근혜 대표의 리더십 또한 간단치는 않을 터.

박근혜, 타고난 '프레지던시'?

"박근혜 대표의 리더십은 어떻게 만들어진 건가?"
"즉답하기 어려운 질문인데.. 예전에 노무현 대통령과 영수회담 자리에서 '대통령이라는 자리의 의미', 그 단어를 몇 번 반복해서 사용했다. 아버님(박정희 전 대통령)을 20여년 가까이 봐 오면서 정치 지도자의 자리가 어떠해야 하는 가가 몸에 밴 것 같다."
"어린 시절부터 체현된 프레지던시가 여유와 품격의 리더십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당대표를 그만 둘 때까지 내가 비서실에서 모셨고 백서도 발간했는데, 대표의 일정을 나중에 집계 해보니 영남, 호남 방문 횟수가 똑같았다. 그 결과를 보고 정말 놀랐다. 쉽지 않은 일이다. 원칙을 견지하고 철저히 실행하는 자기 철학이 없으면 안되는 일이다."
"그런 부분이 이 정권에서 조금 부족한 것 같다. 적재적소 인사라고만 말하고 특정 지역, 특정 학교에 편중되는 결과가 나오면 '일부러 그런게 아니다'하고 만다."
"바로 그런 균형과 조화의 리더십을 구사 했더라면 국민들이 (이명박 대통령을)더 흔쾌히 동의하고 지지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런 부분들이 잘못됐다."

아무리 친박계지만 여당 초선의원이 대통령과 정부를 대놓고 비판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매사 신중한 어법의 김 의원이라 더욱 그랬다. 그러나 얘기가 박근혜 대표와 관련돼서 진행되면 거침이 없었다. 박근혜 대표와 관련된 문제라면 어떤 경우에도 후퇴가 없다는 일종의 심리적 마지노선이라도 있는 듯 했다. 박근혜 리더십을 좀 더 짚어봤다.

"품격과 여유, 어릴 때부터 훈련되고 체현된 프레지던시 수준의 리더십이라고 했는데, 역으로 그런 사람이 과연 일반 사람들, 서민들의 삶을 알겠느냐 하는 의문이 든다."
"박근혜 전 대표는 아주 특별한 인생 역정을 겪어 온 사람이다. 그 역정 속에서 구조적으로 경험을 하지 못한 부분, 안한게 아니라 못한 부분이다. 그런 부분은 내각이 참모들이 얼마든지 서포트해서 챙길 수 있는 부분이다."
"궁극적으로는 박근혜 개인의 통찰력과 현명함이 필요하지 않나?"
"박근혜는 대통령이라는 자리의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몸으로 체득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길은 국민 통합에 있다. 굴절 많았던 우리 역사를 하나로 융화해내 한 단계 올라갈 수 있도록 하는 큰 용광로와 같은 리더십, 이것이 박근혜 대표의 역사적 사명이고 정치적 책임이다."

통찰력, 현명함 보다는 '국민 통합'을 우선하는 김 의원의 설명에서 박근혜 캠프 전략의 일단을 엿본 느낌이다. 하드파워보다는 소프트파워에 가까운 화합형 리더십이라면 박근혜의 감성적 이미지와도 자연스럽게 어울릴지 모른다. 그러나 압축성장에 따라 누적되어온 사회적·정치적 갈등 구조가 화합적 리더십이라는 이미지만으로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다.

"박 대표의 리더십을 통합적 리더십으로 설명하려면 최소한 두 가지 부분, 호남과 민주화 운동과의 역사적 화해가 필요할 것 같은데..."
"빈도의 문제로 보면 레코드가 아직 불충분할 수 있는데, 이를테면 호남에 갈 때는 표를 달라고 가는 것이 아니다. 지성을 다 해놓고 기다리는 것이다. 민주화 운동하다 고통 받은 분들과의 화해는, 작은 예지만 장준하 선생의 유족을 찾아뵜던 것에서 박근혜의 생각을 응축해서 표출했다고 본다."
"그러나 인혁당 사건 재심에서 무죄가 된 부분에 대해서는 박근혜 대표가 아주 모질만큼 딱 끊어버리던데, 아직은 보폭이 좁은 것 아닌가?"
"박근혜 전 대표가 지난 시기 민주화 역정에 대해 종합적 스크린을 한다든가 하는 그런 여력이 없었다. 앞으로 통합적 리더십으로, 국민을 섬기는 쪽으로 간다면 그런 부분들도 객관화해서 제대로 평가하는 기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나라당 고정 지지층에 중간층이라는 플러스알파를 얻어 대통령이 됐다. 박근혜 대표는 당내 지지 강도는 높지만 중간층에 대한 포섭력은 약하다고 평가되어 왔다. 다음 대통령 선거를 염두에 두고 중간층 지지도를 넓히려는 게 김 의원이 얘기한 통합적 리더십으로 나타나는 것 아닌가? 최근 박 대표의 발언, 이를테면 속도전이나 밀어붙이기식 국정 운영에 대해 적절하게 제동을 거는 것도 중간층 포섭의 선거 전략으로 매우 효과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때때로 가까이서 모시는 입장하고 밖에서 코멘트 하는 입장에 갭이 많다고 느끼는데, 어떤 목표 때문에 의도적으로 정치행위를 하는 분이 아니다."
"선거 전략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다?"
"정치에는 때로 상징 조작도 필요한데, 박근혜는 일체 그런 연출을 못하는 사람이다. 수능 때 기도원 같은 데 가서 불공드리는 학부모들 격려하는 이벤트를 제안했다 아주 혼이 난 적이 있다. 기도드리는 부모 마음까지 정치에 이용해서야 되겠냐고. 최근 발언도 그 말씀을 꼭 지금 해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참고 참다 한 말씀 하는 거지 정치적 스펙트럼이나 행보와 관련해서 하는 것은 진짜 아니다."

▲ 한나라당 김선동 의원. ⓒ프레시안

박근혜 '소신' 발언은 '개인적 판단'

정치 입문 후 정무 기획 파트에서만 10여년 이상 보낸 김 의원이니 만큼 어떤 기획, 어떤 이벤트보다 앞서는 것이 '진정성 있는 언행'이라는 것을 모를 리 없다.

"일체 정치적 계산 없이 자기가 생각하는 길을 그냥 걸어가고 있을 뿐이다?"
"제가 수많은 정치인들 접해봤다. 김영삼 대통령도 모셔봤고, 대선 때 이회창 총재의 참모도 해봤다. 다 해봤지만 박근혜 대표는 정말 다르다. 전혀 다른 정치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다."
"심지어 밥 먹는 것까지 정치적으로 계산하는 것도 곤란하지만, 정말 아무런 정치적 계산이 없는 것도 대통령직, 프레지던시를 감당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는 것 아닐까?"
"최고 지도자는 절제의 미학이 있어야 한다. 한마디를 하더라도 발언의 의미나 무게 이런 것들을 많은 사람들이 곱씹어 보게 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박 대표의 절제된 행동들은 큰 장점이다."

다른 정치인들과 '전혀 다르다'는 박근혜 대표의 성격이 궁금했다.

"박 대표가 고집이 센 가?"
"주관이 뚜렷하다."
"생각이 다를 때는? 설득이 잘 되나?"
"생각이 다를 때는 이유가 있더라."
"박 대표를 이긴 적이 있나?"
"우리가 승률이 낮다."
어떤 때 설득이 되나?"
"합리적 근거가 있을 때."

박 대표는 지금 어떻게 움직일까? 캠프를 꾸리지는 않는다 해도 최소한의 보좌시스템은 가동될텐데 하는 짐작으로 질문을 던졌다.

"박 대표는 주요 정치발언을 혼자 판단해서 하나? 예를 들면 얼마 전 '우리 정치의 수치다' 같은 발언도 있다."
"우리도, 기자들도 깜짝 놀랐다."
"그게 꼭 바람직한 것은 아닌 것 같다. 모든 것을 혼자 한다는 건 좀..."
"가치의 문제가 있을 때 그런 발언을 해왔다. 가치에 대한 판단은 주관적인 것일 수밖에 없고, 누가 설득한다고 될 문제도 아니다. 그런 발언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그대로 정곡, 핵심을 찌르는 간명한 방식을 통해서 전달한다."
"박 대표의 그런 발언이 나오면 김 의원도 영향을 받나? 생각이 정리가 안되다가도 박 대표의 발언이 나오면 정리가 되는 식으로?"
"상황을 압축해서 정리를 잘 하신다. 그것도 대다수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방법과 내용으로."
"친박계가 다 그렇게 받아들이나?"
"아마 그럴거다."

정례회의도 안하고 캠프도 운영하지 않으면서도 50~60명 가까운 친박계 의원들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게 하는게 박근혜 대표의 리더십이라는 설명이었다. 그것도 가치의 문제를 중심으로. 계파정치, 세의 정치가 횡행하는 우리 정치판에서 박 대표의 이런 '조용한 리더십'은 어떤 궤적을 그려 나가게 될까?

▲ 김선동 의원과 고성국 박사. ⓒ프레시안

"박근혜, 대선 경쟁 먼저 촉발시키진 않을 것"

"내년 전당대회 당권 경쟁, 양보하기 어렵지 않나?"
"다들 한판 붙을 거라고 예측하는데 전혀 안 그럴 수도 있다."
"당대표를 거쳐 가느냐 그냥 가느냐, 둘 다 가능하다?"
"박 대표는 자기와 관련된 시나리오는 아예 염두에 두지 않을 것이다. 내 말이 맞을 거다."
"앞으로 4년 동안 계속 지금 상태로 간다는 얘긴가?"
"끝까지 그럴 순 없겠지만 대선 경쟁을 먼저 촉발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원칙이 옳다면 이번에도 똑같이 반복할거다."
"박 대표는 공식 라인을 중심으로 움직이는데 공식 라인은 항상 바뀌지 않나? 그게 조직 응집력을 저하시킬 수도 있지 않나?"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자기 페이스로 튜닝시켜 끌어들이는 보이지 않는 리더십이 위력이 가공할만하다. 일을 할 때도, 같은 일 하는 사람들이 일정한 시점이 지나면 다 생각을 공유하게 된다. 일은 어마어마하게 많지만 잔소리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원칙을 정해주고 아주 가끔씩 점검한다. 지방에 내려가면 촌로 촌부 얘기도 다 메모해서 '공적으로 해주는 게 가능하면 해주고, 의원을 통해 제도화된 결과를 만들어 어떻게 적용되는가까지 해서 연락을 드려라' 이런 식으로 원칙을 정해놓는다."
"그럼 메모를 많이 하겠네?"
"많이 한다."
"직접?"
"직접 한다."
"그걸 늘 꺼내보고?"
"수첩공주라는 말, 어휘가 잘못 됐는데, 커닝 페이퍼처럼 부정적으로 의미 전달이 됐다. 그 수첩이라는 게 국민들 생활 현장, 해야 할 정책, 그걸 메모한 것이다. 의미가 제대로 전달 됐으면 오히려 박수쳐줘야 하는 건데."
"수첩이 상당히 쌓여 있겠네?"
"집에 쳐들어가 본적이 없어서.. (웃음) 아마 잘 보관돼 있을 거다."

문득 박 대표의 수첩을 꼭 한 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 의원 말대로 수첩이 국민 섬기는 일지 같은 거라면 '박근혜의 진정성'을 확인하기에 가장 좋은 1차 자료일 것이기 때문에.

왜곡된 총선 공천, 그리고 '친박'의 뿌리깊은 '배신감'?

김 의원 지역구는 도봉을이다. 전통적으로 한나라당이 약한 곳이다. 김 의원도 이명박 효과에 힘입어 당선된 수도권 초선의원 중 한 사람인 셈이다. 대선에서 경제 살리자고 이명박 후보를 찍었던 민심이 총선에도 그대로 반영됐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에게 어떤 존재일까?

▲ 한나라당 김선동 의원. ⓒ프레시안
"이번 총선은 대선 연장선에 있었던 것 같은데."
"거의 그 연장선상에 있었다. MB 바람 덕 좀 봤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빚을 진 건가?"
"정치적으로야 뭐... 이명박 대통령 개인이라기보다는 당이라는 입장에서 했다. 거꾸로 이명박 대통령 만들려고 엄청 열심히 했다. 도봉구가 48개 지구당별로 여론조사 하면 항상 뒤에서 몇 번째였다. 그런데 중간에 당에서 여론 조사 통보를 받았는데 9등을 했다. 갑자기 확 뛰어오른 결과가 나오니까 '바이어스가 있나?'하고 반신반의했는데... 그 다음에 또 8위를 했다."
"9위, 8위 하기가 쉽지 않은데..."
"그렇다. 강남 서초 송파해서 강남 3구 지역구가 일곱개다. 그것 빼고 일등을 한 거다."
"대선 때 뛰었던 성적표가 몇 달 후 총선 공천에도 영향을 줬나?"
"영향을 준 것보다..."
"영향을 안주었다면 오히려 이상한데?"
"알다시피 지난번 공천에는 정치적으로 왜곡된 부분이 상당히 있었다. 나는 비교적 빠른 시점에 공천이 돼서 일찍 준비할 수 있었지만."
"공천 왜곡, 실제로 어느 정도였나?"
"다 지나간 일이라 다시 꺼내기 좀 그렇지만, 예를 들어 김무성 의원은 천막당사 시절 사무총장을 하면서 당이 가장 어려울 때 당 살림을 꾸린 사람이다, 정치 도의적으로도 공천 배제해서는 안 됐다."
"월박(越朴)이다 주이야박(晝李夜朴)이다 그런 소리 들으면 어떤가?"
"글쎄, 박근혜 대표와 정치 생명을 진정으로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순교자처럼 정치 행위를 끝까지 함께 할 사람은 아마 소수일거다. 월박이다 주이야박이다 이런 잣대는 너무 인공적이고 크게 의미를 두지도 않는다."

월박, 주이야박 같은 계보정치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말에서 대세론을 만들어가고 있는 친박계의 여유와 자신감이 느껴졌다. 그러나 "무위의 위(無爲爲)"와 같은 박근혜 대표의 전략과 당장 내년 지방선거, 3년 후 총선에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친박계 의원들 사이에는 입장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 정치.

"박 대표와 친박 의원들 사이에 정치적 입장이 조금 다를 수밖에 없지 않나?"
"당권을 누가 쥐느냐에 따라 공천 문제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친이건 친박이건 의원들의 현실적 계산은 복잡할 것이다."
"그러니까 박근혜 대표의 행보와 친박 의원의 행보가 조금 층위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인가?"
"친박 의원들이 어떤 특징이 있냐 하면, 정치 철학이나 가치를 보고 박 대표를 따르는 것이기 때문에 정치적 셈법이 좀 달라도 박 대표가 원칙을 제시하면 동참 수준이 굉장히 높을 것이다."

핵심적인 정치 문제 두 가지를 마저 짚었다. 이상득 의원, 이재오 전 최고위원 문제다. 친박계에게 이상득 의원은 어떤 존재일까? 혹 '화합'국면에 들어설 경우 모종의 역할이 있을 수 있을까?

"이상득 의원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있나?"
"예전에 어떤 인터뷰에서 '잘만 기능하면 대통령에 직언할 수 있는 좋은 통로가 될 수 있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친형님이기 때문에 그런 존재 자체가 부담스런 상황이 있을 수 있다."
"부담이 이미 많이 쌓여버리지 않았나?"
"부담이 많이 쌓여 있는 상황이다."

역할이 있을 수 있는데 이미 부담이 많이 쌓였다는 말에서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같이 느껴졌다. 잘했으면 '윈-윈' 할 수 있었는데 하는 통합이라는 측면에서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역할도 있을 수 있나?'하고 묻자 김 의원이 노코멘트를 요청했다. 양해해 달라는 말과 함께. 이 전 최고위원이 통합정치와 관련해서 친박계로부터 어떠한 기대도 받지 못하고 있음이 분명해 보였다. 대세론의 여유 중에도 문득문득 긴장을 느낄 수밖에 없는 친박계의 정서가 생생하게 읽혀졌다.

CEO형 리더십? "위계보다는 '통합'"이 제일 빠른 길

김 의원은 국회 교육과학위원회 위원이다. 교과위를 지원한 것은 교육문제가 가장 중요한 국정과제라는 김 의원의 인식과, 교육문제가 가장 중요한 지역현안이라는 사정이 같이 작용한 듯 했다.

"민심을 어떻게 보나?"
"지난 대선, 총선 때 국민들이 다른 것은 안보겠다 경제만 살려달라고 했다. 그 기대감이 많이 상처를 입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경제를 해본 사람이기 때문에 성과를 내는 쪽으로 갈 것이라는 기대가 아직 있다."
"그런데 1년 쯤 경험해봐서 그런지 기업경영과 국가 경영은 다르다 이런 평가도 나오는 것 같던데."
"다르다고 말하는 분들의 입장도 이해가 된다. 국민통합을 이루면서 일을 하면 그게 언뜻 비용이 많이 드는 것 같지만 사실은 제일 빠른 길이다. 조직적 위계를 통해 명령해서 가는 방식으로는 국민 모두를 자발적으로 동원할 수 없다."

학력평가와 관련해서 일곱 명의 공립 교사가 파면, 해임 당한 사실에 대해서 김 의원은 "현장에서 국가 정책이 집행되지 않고 굴절되는 부분을 교과부 차원에서 마냥 방치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고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박근혜 대표가 강조하는 '법과 원칙'과 일맥상통한다. 다만 교과부가 진행해 논란이 됐던 '뉴라이트 역사 교육 특강'에 대해서는 "학생들이 객관적으로 판단하도록 하지 못했다. 균형 잡힌 시각이 아쉽다"고 한다. '법과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뉴라이트'에 대해서는 비판적이다. 박근혜식 보수의 색깔을 언뜻 본 것 같은 느낌이다. 교육정책 관련 인터뷰를 마칠 무렵 김 의원은 아주 솔직한 제스쳐를 취했다.

"하여간 (손바닥을 뒤집으며) 이렇게 되다 보니까..."

▲ 한나라당 김선동 의원. ⓒ프레시안

당론? 언제까지 버튼만 누를 셈인가?

최근 한나라당 내 '민본21'의 활동이 활발하다. 정책 현안들에 대한 대안적 접근이 돋보이는 초선 모임이다. 김 의원도 그 멤버다. '민본21'이 핵심 아젠더로 잡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정치개혁이다. 상향식 공천제, 강제적 당론 배제 등 여야를 넘나드는 절충적이고 종합적인 안을 만들고 있다. '초선들이 건방지게'라는 생각이 들만도 하다. 여당 초선의원들이 추진하기에는 너무 급진적이지 않냐고 물었더니 자기희생이 수반되지 않는 개혁은 개혁이 아니라는 대답이 바로 돌아왔다.

"'민본21'안을 보면 야당과 합의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 같은데, 오히려 여당 지도부나 청와대를 설득하는게 문제일 것 같다."
"아주 현실적인 문제를 딱 집어 줬다. 자기희생이 수반되지 않는 개혁은 개혁의 동인이나 추진력이 생길 수 없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희생하지 않는 개혁은 개혁이 아니다."
"개혁안 중에 강제적 당론 배제가 있다. '당론'은 대통령과 여당이 내세운 '속도전'에 유용했다. 그런데 그것을 배제하자고 초선 의원 몇 명이 정말 '세상물정 모르고'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괜찮은가?"
"언제까지 버튼 누르고 일사분란하게 할 수 있겠나. 개개의원이 헌법 기관인데. 당론이라는 틀, 여야원내대표단이 협상한 틀, 의원들은 사실 잘 알지도 못한다. 그런데 결정되고 나면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것은 헌법 정신에도 맞지 않는다."

약속 시간을 훌쩍 넘겨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데 국회 안마당이 정장한 사람들이 아니라 울긋불긋한 나들이 복장의 사람들로 북적댄다. 윤중로 벚꽃 구경나온 시민들이 국회 안마당 여기저기 자리를 펴고 앉았다. 일 년에 며칠이나 될까? 시민이 국회의 진짜 주인 노릇하는 날이? 실없는 생각에 쓴 웃음을 지으며 국회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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