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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와 일본은 6자회담 훼방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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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명박 정부와 일본은 6자회담 훼방꾼"

[고성국의 정치in]<5>민주당 박지원 의원

박지원의원에게는 물어보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그러나 시간과 지면의 제약 때문에 두 가지에 집중했다. 대북문제와 민주당의 진로.

박 의원은 김정일 위원장을 직접 만난 몇 안 되는 현역 정치인 중 한 사람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특사'자격으로 만났기 때문에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그의 설명은 김 위원장에 대한 원자료라 할 수 있다.
▲ 민주당 박지원 의원 ⓒ프레시안

"김정일이 가장 친한(親韓) 인사고, 가장 친미(親美) 인사"

"김정일 위원장은 어떤 사람인가?"
"굉장히 스마트한 사람이다. 세련되고 머리 좋고 아는 것도 많다."
"카리스마가 있나?"
"그렇다."
"얘기가 되는 사람인가?"
"잘 되는 사람이다."
"정상적 통치 행위가 가능한 상태라고 보나?"
"(북한) 내외에서 받는 소식에 의하면 집무에 지장이 없고 권력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고 한다. 정상적 통치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김 위원장이 금년에 67세다. 배가 많이 나왔다. 과거에 담배도 많이 피우고 독주도 많이 마시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을 것이다. 정상적인 사람들도 건강이 나빠질 때가 됐다. 여러 가지 컨디션으로 보면 건강이 안 좋아 질 때가 된 것이다. 그래서 후계 구도를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상적 통치가 가능하다면 핵실험, 미사일 발사, 이런 군사행동도 모두 김 위원장 통제 하에 이뤄지고 있다고 봐야 하나?"
"그렇다."
"김 위원장이 핵실험을 강행한 이유가 뭔가?"
"김 위원장은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 상당한 기대를 갖고 있었다. 그런데 오바마 집권 6개월 동안 미국이 금융위기를 겪은 데다, 파키스탄, 아프리카, 이란, 중동, 러시아, 심지어 쿠바까지도 쳐다보면서 북한한테는 눈 한번 안줬다. 그러니 초조하기도 하고 모욕감도 느꼈을 것이다. 여기에 후계자 문제까지 있어 2차 핵실험을 한 것이다."
"후계 작업이 예상보다 빨리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후계 작업에는 '절대적 시간'이 필요하지 않나?"
"나는 김 위원장이 앞으로도 최소한 10년 이상 절대적 권한을 행사하면서 집권하리라고 본다. 우리 입장에서도 김 위원장이 건강하게, 상당기간 권력을 장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한 인사 중에서는 김 위원장이 가장 친한(親韓) 인사고, 가장 친미(親美) 인사다."
"어떤 근거로 그렇게 판단하나?"
"근거가 많다. 김 위원장은 어떻게든 남북 교류 협력을 통해 평화를 지키겠다고 했다. 남북이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북한의 경제가 발전하면 40, 50년 후에는 통일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경을 맞대고 있는 러시아, 중국, 일본을 믿지 않는다. 이 세 나라는 역사적으로 한반도를 병탄한 적이 있다. 그러나 미국은 우리 영토를 병탄한 적도 없고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지도 않기 때문에 통일 후에도 한반도에 미군이 주둔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것이 동북아시아 세력 균형을 위해서도 좋다는 것이다. 현 상태에서도 남한에 미군이 주둔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고 있더라. 단, 남한의 미군이 북한을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 동북아시아에서의 군사적 균형추로 역할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물었다. '그런데 왜 미군 철수를 주장하느냐'고 하니까 '그것은 국내 정치용이다'라고 솔직하게 얘기하더라."

대북 전략도 역시 '소통'이 문제
▲ 민주당 박지원 의원 ⓒ프레시안

이명박 정부가 김대중-노무현 정부와 확연히 다른 것 하나만 꼽으라면 대북정책을 꼽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박 의원은 이 차이를 '중재자'와 '훼방꾼'으로 설명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북-미간에, 그리고 6자 회담 틀 내에서도 상당한 주도성을 가진 중재자로 역할 했는데 이명박 정부는 문제 해결의 당사자이면서도 방관자처럼 행동하더니 이제는 아예 일본과 함께 6자회담의 훼방꾼이 됐다는 것이다.

북한과 대화를 못하는, 혹은 안하는 상태에서 이런 상황전개는 필연적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남북간에도 문제의 본질은 '소통'이었다.

"이명박 정부와 북한의 핫라인이 완전히 두절됐다고 보나?"
"(핫라인이) 있으면 저 꼴 되겠나."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통상적으로 몇 개 정도의 핫라인이 가동됐나?"
"7,8개 있었다."
"민간차원 포함해서?"
"민간차원 말고 군사, 적십자사 같은 7,8개의 핫라인이 가동됐다."
"그러니까 7,8개의 핫라인이 돌아가는 게 정상이라는 뜻인가?"
"그렇다. 그런데 지금은 하나도 없는 것 같다. 그러니 (이명박 정부는) 개성공단 민간 쪽 통해서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것 아니냐. 전 정부와 현 정부 간 이 같은 현격한 차이는 '통미봉남'이라는 용어사용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이명박 대통령은 '통미봉남이라는 말 자체를 쓰지 말라'고 한다. '한미 동맹이 굳건하므로 어떤 경우에도 북의 '통미'보다 남의 '한미공조'가 강하다'는 것이다."
"핫라인도 작동 안 되면 결과적으로 북한의 통미봉남이 먹힐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물론이다. 작년에 일본이 북한의 테러 지원국 해제를 얼마나 반대했나. 한미동맹이 강하나, 미일 동맹이 강하나. 비교가 안 된다. 미·일 동맹은 미국 외교 전략의 핵심축 아닌가? 그런 일본이 그렇게 반대했지만 미국은 북한을 테러 지원국에서 해제했다. 미국은 어떤 동맹국보다 자국의 이익이 우선이다. 무작정 한미공조만 믿고 있다가는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이번에 핵실험 할 때도 북한은 미국한테만 먼저 가르쳐 줬다. 이게 '통미봉남' 아니고 무엇이냐. 이것은 우리나라가 공개적으로 왕따를 당하는 것이다. 정부는 우리가 발사 시간을 미국에 가르쳐 줬다고 하는데 지진파는 당연히 우리가 먼저 감지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5자회담을 제안했다. 5자회담으로 북한을 압박하자는 것이다. 박 의원은 '5자회담 하면 북한이 핵을 포기한답니까'라고 반문하면서 5자회담 구상을 일축했다.

"5자 회담 제안은 국제적 조롱거리고, 이명박 대통령다운 코미디다."
"5자 회담 구상이 왜 조롱거리이고 코미디인지 설명해 달라."
"6자회담은 9.19 합의를 통해 북한 핵 폐기약속을 이끌어 냈다. 그런데 9.19 합의와 관련해 누가 약속을 안 지켰나. 우리가 안 지켰다. 미국, 일본, 우리가 다 안 지켰다. 최근의 위기 사태에는 미국도, 북한도, 한국도 잘못이 있다. 5자회담 구상은 우리나라가 방관자에서 방해자로 가는 길이다. 2차 핵실험 직후 이명박 정부는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에 참여했다. 유명환 장관이 여기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다고 자랑했다. 화해 협력해서 평화로 가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고 자랑해야지, 북한을 제재해서 전쟁 위협으로 가는 걸 자랑했다. 5자 회담을 하자는 대통령이나, PSI 참여했다고 자랑하는 외교부 장관이나... 그러니까 같이 일하겠죠."
"어디서부터 풀어야 하나."
"간단하다. 첫째, 누가 뭐래도 지금은 북미가 중요하다. 중국이 중재자 역할을 하고 오바마 대통령이 9.19이행을 선언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이 신성시하는 6.15와 10.4 선언을 인정하고 지키겠다고 하면 된다. 이 두 합의서는 북한에서는 성경이고 코란이고 불경이다. 김정일 위원장이 직접 서명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서 금강산 광광을 재개하고 개성공단 합숙소를 건설해주겠다고 하면 대화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이 방향으로 오바마 대통령을 설득해야 했나?"
"평화를 위한 정상회담을 하러 가야 하는데 이 대통령은 대북 제제를 강화하는 전쟁으로 가는 회담을 했다. 미국은 무기를 팔기 위해서라도 그렇게 (강경하게) 얘기는 해주겠지만 자기들은 (대화)할 것이다. 유엔 안보리가 결의안을 채택했지만 중국은 이 제재가 미미해 질 것이라면서 벌써 한자락 깔고 나온다. 중국도 러시아도 이번에 북한에 대해 화가 많이 났지만 그렇다고 전쟁을 하겠나? 시진핑 같은 중국 지도자들이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와서 '북한이 국제적으로 고립돼서 외롭다'고 전한다. 중국은 북한 핵을 절대 용납 못한다. 한국이나 일본, 차마 대만 소리는 안하지만 주변국이 핵을 갖는 것은 중국에게는 악몽이다. 죽느냐 사느냐, 전쟁이냐, 평화냐. 딱 이렇게 생각하면 간단하다. 미국, 중국은 강하게 얘기하면서도 물밑대화는 하지 않나? 전쟁은 안 된다는 거다."
"자꾸 전쟁이라고 표현 하는데 진짜 전쟁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나?"
"북한의 경제력이나 군사력으로 봐서, 육공전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해상에서의 충돌은 있을 수 있다."
"서해교전 같은 국지전을 말하나?"
"그렇다. 그러면 우리가 손해다. 국가 신용도 상으로도 그렇다. 대북정책은 우리입장에서는 '코리아 리스크'관리라는 또 다른 차원의 고민을 요구한다. 이 문제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대안이 '비핵개방 3000 구상'이라는 선거공약이었다."
"'비핵개방 3000 구상'을 어떻게 생각하나?"
"'비핵개방3000'이 뭐냐. 북한이 핵 폐기하고 문 열면 10년 후에 3000달러 만들어주겠다고 하는 것인데, 이는 북한의 자존심을 뭉개는 것이다. '너희(남한)들은 십년 있다 4만불, 5만불 얘기를 하면서 우리(북한)는 폐기하면 3천불 만들어 줘?' 북한은 십중팔구는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하면 북한의 반발만 산다. 미국도 북한에 50만 톤 식량을 주는데, 쌀 먹는 민족끼리 강냉이 5만 톤으로 생색내려고 했다. 그것도 자기들이 만들어놓은 것이 아니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만들어 놓은 것 아니냐."


▲ 민주당 박지원 의원 ⓒ프레시안

"열린우리당 창당은 '뺄셈'정치…민주당, 전국정당 가능성 있다"

박 의원은 재선의원이지만 김대중 정부의 실세였고 지금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분신처럼 활동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메시지는 거의 대부분 그의 입을 통해 전달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현실적 힘으로 작용하는 민주당에서 박 의원의 정치적 비중이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민주당의 미래에 대해 물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천신정'은 지역주의를 넘어서는 전국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대의명분을 가지고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 이 대의명분을 당시에 어떻게 생각했나?"
"그것이 옳은 대의명분이었는지 지극히 의심스럽다. 세계 어느 정당도 자기 지역 기반과 지지기반을 가지고 있다. 그 위에서 지지기반과 지역기반을 확대해나가는 것이 정치의 일반 논리 아니냐. 민주당이 수도권과 호남을 지지기반으로 가진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 제주, 충청, 강원, 경상도에서도 몇 석의 의석이 있었다."

박 의원은 '열린우리당' 창당의 명분 자체를 근본적으로 부정했다. 그는 이문제를 '덧셈정치'와 '뺄셈정치'로 설명했다.

"한나라당은 나쁜 역사와 나쁜 정체성을 가지고 있지만 뺄셈 정치를 하지는 않았다. 선거가 끝난 뒤 한 번도 '영남 색을 빼야 한다', '박정희, 전두환, 김영삼을 넘어야 한다' 이런 얘기를 안했다. 그런데 민주당은 선거만 끝나면 '호남 색을 탈피해야 한다', '김대중을 넘어야 한다'고 뺄셈 정치를 했다. 한나라당은 나쁜 정체성이라도 지켜왔기 때문에 지지기반을 구축했고 조금씩이라도 넓혀왔는데 민주당은 선거 때마다 옳은 반성인지, 나쁜 반성인지 반성만 하다 자꾸 작아졌다. 그래놓고는 또 선거가 되면 호남을 찾고 김대중을 찾는다."

"뺄셈 정치하다 정권을 잃었다는 말인가?"
"그렇다. 반면에 한나라당은 그런 일을 안했기 때문에 이겼다."
"민주당이 덧셈 정치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복안을 가지고 있나?"
"민주당은 전국 정당의 가능성을 이미 갖고 있다. 지역별로 의석을 골고루 가지고 있다. 충북은 7석 중 6석, 대전도 있고, 그리고 제주는 3석을 모두 가지고 있다. 강원도, 경남에도 의석을 가지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제주, 충북, 호남에서 한 석도 못 갖고 있다. 민주당의 지역기반이 훨씬 넓다. 이걸 기반으로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변화는 온다. 미국에서 흑인 대통령이 당선됐다. 기적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다. 미국도 이렇게 엄청난 변화를 일으켰다. 우리나라는 변화가 미국보다 훨씬 빠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모든 것을 다 잘한다. 군사독재도 제일 잘하고 민주화도 제일 빨리 잘했다. 오바마 당선과 같은 변화가 4년 후 대통령 선거에서 안 나온다고 어떻게 단언하나?"
"민주당이 4년 후 정권 찾아올 거라고 확신하나?"
"그렇다. 카리스마 있는, 국민이 바라는 지도자가 아직은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여러 가지 일들로 최근 민주, 서민, 평화세력들이 결집하고 있다. 민주당에도 인물이 나타난다. 10월 재보선에 손학규, 김근태가 수도권에서 출마하면 당선 될 것이다. 지금은 정세균 혼자지만 손학규, 김근태, 천정배, 추미애, 또 언젠가는 돌아올 정동영도 있다. 박지원까지는 넣지 않겠다."
"외부인사 영입도 생각하고 있나?"
"당연히. 대권이든, 서울시장 주자든, 구청장이든."
"당내 잠재적 주자들과, 당 밖의 정동영, 그리고 정치권 밖에 있는 사람들 모두 민주당 틀 속에 들어올 수 있다?"
"들어와서 경쟁과 투쟁을 해야 한다."
"희망적이고 낙관적인 전망이다. 그런데 불과 두어 달 전까지, 4.29재보선 전까지는 참으로 무기력했다. 그 사이 이렇게 크게 바뀐 이유가 뭔가?"

▲ 민주당 박지원 의원 ⓒ프레시안

"나는 권력 핵심에 있었던 사람이다. 권력을 조금은 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MB가 실패해도 이렇게까지 빨리 실패할 지는 몰랐다. 이명박 대통령은 권력의 황금기인 인수위 때부터 지금까지 1년 반 동안 계속 헛발질만 하고 있다. 이 반사이익을 민주당이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국민이 아는 것을 민주당은 몰랐다. 변화는 작년 서울시 교육감 선거 때부터 왔다. 희망을 읽었다. 서울 25개 구 중 17개 구에서 이겼다. 게다가 이번 경기도 교육감 선거에서 이겼고, 지난 재보선에서 수도권을 이기고, 기초의원은 충북에서도 이겼다. 여기에 '노무현의 슬픔', '나의 슬픔'이 다 합쳐진 국민 5,6백만 명이 나오고 있는데 이 정부 하는 꼴이 뭐냐. 언제부터 (김 전 대통령) 추도사를 청와대 허락받고 하게 됐나. 서울 광장은 왜 막나. 대한문의 시민 분향소를 왜 경찰 버스로 에워싸나. 이것은 민주주의를 안 하는 것이다. 이것이 독재자가 하는 일이다. 대통령님은 이걸 지적하신 거다."

"한나라당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독재자'발언을 가지고 반 DJ 구도로 정국을 돌파하려 한다는 분석이 있다."
"그런 의도가 있다 하더라도 실패할 것이다. 지난 1년 반을 보면, 그 사람들은 그런 걸 정략적으로 풀어낼 능력조차 없는 사람들이다."
"그 정도의 정무 기획력도 없다?"
"그렇다."
"교육감 선거에서부터 변화의 징후를 발견했다고 했는데, 지도자라면 그런 조짐이나 징후를 보고 방향을 먼저 잡아가야 하지 않나. 민주당이 그런 리더십을 보여주었다 할 수 있나?"
"우리 지도부가 다 잘했다고는 안하겠다. 그 동안은 어려운 사람들이 민주당을 찾아오지도 않았고 민주당이 찾아가지도 않았다. 지금 민주당은 반성하고 있고 변하고 있다. 6.15 9주년 행사, 용산 참사 문제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 번 실수는 용서받을 수 있지만 같은 실수를 두 번 하면 국민들로부터 버림받는다. 민주당은 환골탈태하는 중이다."
"원내대표 경선에 갑자기 출마했다. 뭔가 정치 프로그램이 있나?"
"민주당이 이래서는 안 된다는 각성을 주기 위해 무모한 도전을 했다. 젊은 의원들이 열심히 해야 한다. 이번에 자극을 준 것은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이 인생 플랜을 가지고 있듯이 나도 정치 플랜을 가지고 있다. 아직은 구체적으로 얘기할 때가 아니지만."
"당에는 계파도 있고 세력도 있다. 세력을 갖는 쪽으로 가는 것인지 궁금하다. 박 의원의 포지션이 김대중 전 대통령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포지션이라서 그렇다."
"다 생각해도 좋다."
"다 열려 있다?"
"그렇다."

"노무현 정부도 내 정부라고 생각"

인터뷰를 마칠 시간이 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 한명숙 전 총리와 함께 하는 오찬 약속이 있다고 했다.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매일 만나나?"
"하루에 한 번 뵌다. 요즘에는 일주일에 세 번 투석을 하신다. 토, 일은 투석이 없어 늘 저희 부부와 외식을 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지역구 때문에 그렇게 못해 죄송하다. 그래서 월요일 아침은 꼭 동교동에 가서 아침 식사를 하고 뵙고 나온다."
"정국 상황을 정리해서 정무적으로 보좌하나?"
"상상에 맡기겠다. 여러 가지 얘기를 다 한다. 한두 시간 정도."
"대통령이 질문을 많이 하실 것 같은데?"
"신문, 방송, 인터넷, 외국 신문 다 보신다. 대통령님이 특히 '독서'를 많이 하시지 않느냐. 저보다 많이 안다. 제가 가서 배워온다."
"건강은 괜찮으신가?"
"아무래도 일주일에 세 번 투석하니까 썩 좋다고는 못하지만 좋은 점도 있다. 일주일에 세 번 의사가 오니까, 그 때 그때 점검해서 나쁜 곳을 미리미리 고칠 수 있다. 최근에 중국 다녀오시느라 좀 힘드셨던 데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충격과 슬픔이 크셨다. 거기에 치아가 좋지 않아서 식사를 잘 못하셨다. 지난 11일 6.15 선언 9주년 기념행사 때 걱정을 좀 했는데, 그래도 행사장에 나오셔서 작심하고 말씀을 다 하셨다. 요즘 한나라당과 청와대의 과민 반응으로 우리 식구는 우리식구대로 뭉치고 저쪽 식구는 저쪽 식구들대로 떠들어대고 있는 것 같다."

한나라당의 반응에 대해 괘념치 않는 분위기다. '전방위'로 쏟아지고 있는 '여권'의 비난보다는 '우리 식구가 뭉치고 있다'는데 더 방점을 두는 듯 했다. 'DJ의 작심발언'이 나온 배경은 뭘까?
▲ 고성국 정치학 박사와 민주당 박지원 의원 ⓒ프레시안

"저와 오랫동안 말씀을 나눴다. 민주당 지도부나 재야 시민사회 지도자들과도 여러 얘기를 나눠왔다. 그때마다 '민주주의가 유실되고, 서민경제가 파탄 나고 남북관계가 위태로울 때 나도 나서서 한마디씩 하는데 어떻게 당신들이 수수방관 할 수 있나', 이런 말씀을 많이 하셨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듣고는 날개 한 쪽을 잃었다면서 굉장히 비통해 하셨다. 요즘도 자꾸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슬픔과 애석함을 표현하신다."

박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껄끄러운 관계였다. 대북 송금 특검으로 박지원 의원은 징역살이까지 했다. 마지막 질문이 길어졌지만 노 전 대통령 얘기가 나와 안 짚을 수 없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마지막으로 만난 게 언제인가?"
"2007년이다. 내가 감옥살이 하고 나온 후에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님 내외분과 나를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했는데 그게 마지막이었다."
"오찬을 통해 앙금이 다 해소됐나?"
"글쎄, 저는 '노무현 5년이 박지원 징역 5년이다', 이런 얘기를 한다. 하지만 나는 그 때도 김대중 5년, 노무현 5년으로 가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김대중 노무현 10년'으로 갈 때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무현 정부가 추구하는 정책과 이념이 김대중 정부와 거의 같았다. 무엇보다 햇볕정책이 평화번영정책으로 이어졌지 않았나. 그래서 나는 고초를 당했지만 그런 철학과 이념 정책들이 이어지니까 '노무현 정부도 내 정부다', 이런 생각을 가졌다. 감옥에서 성경 읽고 매일 기도했다. 그러자 '용서하는 사람에게 축복을 준다'고 하는 그런 역사가 일어나더라. 앙금은 그 때 다 해소됐다. 감옥에 가보니 하나님하고 가족 밖에 안 남더라."

박 의원은 달변이었지만 인터뷰 내내 단어 하나까지 신중하게 골라 쓰는 조심스러움을 잃지 않았다. 대화가 김대중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 김정일 위원장 같은 '사람 이야기'로 갈수록 더 했다. DJ의 영원한 비서실장이라는 별칭답게 신중함이 몸에 베인 듯했다. 그러나 '정치플랜이 없을 수 있겠냐'는 대목에서는 신중함과 함께 강한 자신감이 느껴졌다. '박지원의 정치'에 대한 기대를 갖게 된 인터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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