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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대통령은 최고의 정치인, 정치를 부정해선 안돼"

[고성국의 정치in] 경기도지사 김문수

지난 1년 6개월여 동안 <프레시안>에 '고성국의 정치분석'을 연재한 시사평론가 고성국 박사가 정치전문 인터뷰어로 독자 여러분들을 새롭게 찾아갑니다. 고 박사는 그동안 정치를 읽는 깊이와 여유로 호평을 받아왔습니다.

새로 시작하는 '고성국의 정치in' 역시 정치인들의 속 깊은 얘기를 통해 긴 호흡으로 정치를 조망해 보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정치인들부터 정치 신인들까지, 때로는 현실 정치권 바깥에 머무는 인사들까지, 어떤 선입견도 두지 않고 찾아 갈 것입니다.

정치와 사람을 씨줄 날줄로 엮어낼 '고성국의 정치in'의 첫번째 만남은 김문수 경기도지사입니다. 김 지사와의 인터뷰는 지난 31일 진행됐습니다. <편집자>

자신감에서 비롯된 여유일까, 마음을 비운 끝의 허허로움일까? 수원 경기도청 집무실에서 만난 김문수 지사는 막힘이 없었다. 대권의 꿈을 '즐거운 상상'이라고 할때도, 자신의 현재 모습을 "매우 자그마하다"고 표현할 때조차도 그랬다.

여권은 현재의 권력과 '미래의 권력들'이 충돌하면서 만들어내고 있는 갈등구조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4년은 긴 시간'이고 '정치는 내일을 모른다'는 주류의 언명에는 미래의 권력을 만들어 내는 것은 어디까지나 현재의 권력이라는 그들 나름의 자신감이 묻어 있다. 김문수 지사가 주목 받는 이유다. 주류가 만들어내고자 하는 '미래 권력'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여권 권력지도의 한 자리씩을 차지하고 있는 박근혜, 정몽준, 김문수. 세 사람은 서로를 어떻게 생각할까?

▲ ⓒ손문상

"세 사람이 70학번 동기죠? 친구처럼 지내시나?"
"친구라고 하기엔 너무나…내가 막말로 로얄리더십이라 하는데 (박근혜, 정몽준은) 우리하고 좀 다르죠. 박 전 대표, 정 최고위원은 로얄패밀리고 우리야 바닥이고 미천한 가문이지."(웃음)
"대립구도를 그렇게 로얄패밀리 대 바닥으로 만들어 갈 건가요?"
"그렇잖아요. 기본 밑천이 다르잖아요."(웃음)

'밑천이 다르다'는 말에서 결기가 느껴졌다.

"정권 재창출에 관심 있나요?"
"없을 수 없지요."
"가능하다고 보나요?"
"가능성이 높다고 봐요. 상식적으로 볼 때."
"후보가 문젠데. 박근혜 전 대표가 선두죠?"
"선두죠. 압도적으로."
"박근혜 전 대표가 후보가 되면 정권 재창출이 어렵지 않다. 대개 이렇게 보는 거 같은데."
"현재로서는 그렇지요. 워낙 인기가 좋으니까요."
"변수가 있을까요?"
"글쎄. 4년이란 세월이 짦은 게 아니죠."

내친김에 대권 도전에 대해 물었다.

"여론조사에도 자주 등장하고, 박근혜 대항마로 친이계가 생각하는 후보 중 한 사람으로 꼽히던데?"
"여론을 보면 (내 지지율이) 안 나오지요? 너무 안 나오기 때문에 좀 그렇죠."
"많이 나왔으면 하나?"
"나와야 하는데, 나 혼자 하는게 아니니까. 국민이 만들지 내가 만드는게 아니잖아요."
"친이계가 대항마를 만들어보자고 작심해서 여론형성 작업을 해 국민적 지지도가 올라가면 박근혜 전 대표와 경선을 할 수도 있나?"

대답이 재미있다.

"그 부분은 미리 단정할 수 없는데... 전제조건 자체가 즐거운 상상이죠."

"박근혜 의원을 어떻게 평가하나요?"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잘하고 있어요. 다소 부족한 점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버지하고 다닐 때 빼고, 초기 정치권에 나올 때 기대했던 것보다는 훨씬 더 잘하고 있죠. 자기 스스로 점수를 많이 땄어요."

내려다보는 느낌이다. 뉘앙스가 그랬다.

자연스럽게 '친박계' 이야기로 넘어갔다. 여의도 밖에 있어서인가. '친박계'에 대한 인식이 친이직계와 사뭇 다르다. 김 지사는 친이-친박간 갈등의 골을 봉합하지 못한 책임이 "일차적으로 대통령에게 있다"고 잘라 말했다.

▲ ⓒ프레시안
"경선 후유증 치유, 일차적으로 대통령 책임이죠?"
"그렇죠. 승자에게 일차적 책임이 있죠."
"앞으로는 어떨까요?"
"나는 잘할 수 있다고 보는데, 대통령이 자신감을 갖고 좀 더 정치적으로 해야 해요. 대통령이 정치를 싫어하시는데… 좀 그렇지 않아요? 대통령은 최고의 정치인이에요. 정치인이 아니고는 대통령직을 잘 수행할 수 없다는 점을 점점 느끼게 될 것입니다."
"대통령에게 직접 얘기한적 있습니까?"
"나는 뭐, 말씀 다 하죠. 못할 것 없지요."
"대통령은 그러면 뭐라고 하세요?"
"정치에 관심 없다는 말씀을 많이 하세요. '나는 정치에 관심 없다'. 그런데 그래 가지고는 큰 리더십을 형성할 수 없죠. 정치에 대해 부정적 편견을 갖고 있는 게 당신의 큰 한계죠. 정치는 그야말로 대통합, 미래와 비전, 그런 큰 리더십을 말하는 거죠. 절대로 부정적인 것이 아니고…"

이 정도 선은 대통령도 인정해 줄 것이라는 자신감이 엿보인다. '신뢰'가 있기 때문에 "불신"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직언할 수 있다는 자신감.

내가 TK 본류

이명박 대통령도, 김 지사도, 박근혜 전 대표도 TK다.

"스스로 TK 주류라고 생각하나요?"
"나는 경북 중고등학교를 나온 사람이에요 진짜 TK 중의 TK지. TK 안에서도 동지상고(포항에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모교)…이런 것은 별로 쳐주지 않지."(웃음)
"TK가 왜 그렇게 박근혜 의원을 미나요?"
"박정희 대통령 때문이지요."
"그 정서가 건강하다고 보나요?"
"건강하지 않은 점도 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을 먹고 살게 한 것은 박정희 대통령이다. 국민 다수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요?"
"박정희 정권과 목숨 걸고 싸우지 않았나요?"
"목숨 걸고 싸웠지요. 나는 민주화 관점에서 싸웠는데 다른 점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기여를 많이 했어요. 민주화는 우리가 기여했다면 먹고 사는 데는 박대통령이 많이 기여 했죠."
"박정희에 대한 재평가는 언제쯤 했나요? 민중당 시절에?"
"민중당 할 때쯤이라고 봐야죠. 이런 식의 군사 독재는 우리 역사에 매우 유익한 것이라고요. 산업정책에서도 중화학 수출 위주의 공업화 전략, 이게 적중한 거지요. 그래서 오늘의 대한민국을 먹여 살렸어요. 민중당이 패배하고 해산되면서 더 확실히 정리가 됐죠. 그래서 내가 민자당에 입당했죠."
"그 때가?"
"1994년도, 아마, 마흔 네 살 때네."
"한 20년 민주화 운동하다가..."
"한 25년 했죠. 혁신운동."
"그러다 세계관·역사관이 전환되면서 민자당에 입당했고요?"
"세계관을 전환했다기보다 세계가 대전환을 했죠. 사회주의는 이상주의적이고 자본주의는 현실주의고, 그런데 높은 이상, 인간의 이성과 계획과 이상 이런 것을 중시하는 흐름이 땅에 떨어져 부서진 거죠. 그 과정에서 내 생각도 많이 부서졌고…."
"사회주의자였나요?"
"사회주의자라기보다 사회주의적 이상에 많이 공감했고, 사회주의적 요소가 많았죠."
"혼란 느끼지 않았나요?"
"많이 느꼈고 고민 많이 했죠."
"혼란 끝에 민자당을 선택해 새출발을 했다?"
"그렇죠."

김 지사와 이명박 대통령은 닮은 점이 많다. TK 출신의 수도권 단체장이라는 정치경력도 그렇고 "바닥"인생도 그렇다. 김 지사는 이명박 대통령과 자신간의 차이를 "국가적 관심도"의 차이로 설명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기업으로 갔지만, (나는) 조금 더 국가적 사안에 관심이 많았던 사람"이라며 '민주화 운동'과 '애국심'에 무게를 싣는다.

"제가 국회의원을 세 번 했어요. 그리고 고등학교 때부터 3선 개헌 반대 시위를 다닌다든지, 어릴 때부터 국가적인 문제에 가장 관심을 많이 갖고 있었어요."

이 대통령은 TK를 발판으로 수도권 표를 결집해 대권을 잡았다. 김 지사도 이를 벤치마킹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TK 본류에, 경기도지사를 하면서 수도권 표를 모으면 수도권 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한 박근혜 의원과 겨뤄볼 만하지 않나?"

"그것은 뭐 아주 즐거운 분석이죠."(웃음)
▲ ⓒ프레시안

그러나 그는 철저한 현실주의자다. 이명박의 서울과 김문수의 경기도가 정치적으로 다르다는 설명이 바로 이어졌다.

"경기도는 정체성이 아주 약한 곳이죠. 응집성이 아주 약해요. 최근 조사 보면 내가 많이 노력한 결과 조금 나아진 점도 있지만 워낙 취약해요.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 시민에게서 받았던 일관되고 응집된 지원을 경기도지사이기 때문에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보기는 상당히 어려워요. 쉽지 않죠."
"도정에서 제일 신경쓰는 것은 뭔가요?"
"현장의 필요(needs)에 맞춰 서비스하는 것."

경기 북부, 양주, 동두천, 포천, 연천의 한탄강 수계에 있는 염색공장 사례에서 김 지사가 생각하는 현장중심 행정을 짐작할 수 있다.

"거기에 염색공장이 많아요. 나환자촌도 있고…. 나환자들이 몽둥이 갖고 지키니까 단속도 안돼요. 이 지역에 옛날에 물고기가 떼로 죽어서 폐수 방류 시설을 불허하고 폐수 방류 허가가 나야 폐수처리장 시설 허가를 내주는데 그게 안되니 무단 방류를 계속하는 거지요. 그런데 이 지역은 세계 제일의 염색단지로 성장했어요. 노조도 없고 주말·명절 없고 밤낮도 없고 소량 주문도 척척 받아주다 보니 주문받으면 일주일이면 납품이에요. 세계 최단기 납품 시스템이 갖춰진거죠. 근데 이게 다 불법이에요."

"하루는 현장시찰을 나갔는데 일요일인데 굴뚝에서 연기가 하도 많이 나와서 '저기가 어디냐' 했더니 '나환자촌이고 염색공장입니다' 그래요. 일요일이면 단속이 더 없으니까 연기가 더 심한거지요. 왜 그냥 놔두냐 하니까, 군수 말이 '가봐야 나환자들한테 망신만 당한다'는 거에요. 그래 내가 직접 갔어요. 가서 해결했어요. 이 지역을 양성화 해주고 폐수처리장 만들어서 물 깨끗하게 하고, 외국인 노동자 합법적으로 고용하게 했어요. 이렇게 하니까 경쟁력이 높아지고 동네도 깨끗해지고…. 지방 공무원들, 그 동안 중앙정부에 눌려 반체념 상태에서 하루하루 때우는데 이건 지방도 문제지만 중앙에서 현장을 너무 모르고 현장의 니즈(needs)를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에요."

"현장 행정, 이거야말로 이명박 정부에게 가장 기대가 높았던것 아닌가?"
"(대통령이)지방자치를 중시하는 점은 있죠. 회의 하면 장관들 뒤에 앉히고 우리가 앞에 앉아요. 그런데 자리만 앞에 앉게 하지 말고 권한을 좀 주셔야지. 이명박 대통령이 권한을 지방에 이양하려고 산림청, 중소기업청, 노동지청, 이런 것 여덟 가지를 지방에 이양한다고 하다가 지금은 싹 들어가고 하나도 없어요."

김 지사는 재정 자립도를 높여야 한다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매번 핏대를 세우지만 대통령은 아직까지 미온적이란다. 왜 그럴까?

"재정부 공무원에 둘러싸여 있어요. 임기 초반 100일 안에 못하면 계속 못한다는 얘기가 있는 데 그 케이스죠."
"건의는 해봤나요?"
"물론. 그런데 워낙 우수한 기획재정부 관료들과 그 시스템에 둘러싸여 진도가 덜 나가는 것 같아요. 나는 '기왕에 하는 것 조금 통 크게 역사와 미래를 위해 세게 한 번 밀어주십쇼. 세게 한 번 나갑시다'라고 하는데 이 양반(이명박 대통령) 이럽디다. "당신도 해봐, 되나…."
"이것저것 생각하면 아무것도 안되죠. 그런 면에서 가장 무식하고 화끈하게 잘한 것은 YS야. 다 인정하잖아요?"

▲ ⓒ손문상
현안에 대한 비판 수위가 예상 밖으로 높다. 이 대통령과 '차별화'하겠다는 정치적 고려 때문이라기보다는 처음부터 생각이 다른 것으로 보였다.

"대통령 국정 수행 평가가 안좋다."
"맞아요. 성적이 안좋아요."
"30%대, 많이 회복됐다는게 30%인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일년 동안 허송세월했죠. 촛불시위 때문에 너무 과도하게 시간을 뺏겼어요. 백일 넘게 그렇게 보냈잖아요."
"대처를 잘못했다고 보나요."
"잘못 대처했죠. 좀 더 과감하게 대처했어야죠. 불법에 대해서는 딱딱, 제대로 하고. 미국 쇠고기 진짜 문제가 있느냐 본질적인 문제를 다뤄야 했어요. 문제가 있는 것은 고쳐야죠. 과학에 의존해야지, 시위에 의존하지 말고."
"양쪽 다 문제였다고 보나요?"
"나는 대통령이 문제가 더 많았다고 봐요. 대통령은 국법질서를 지키고 치안을 유지할 책임이 있어요. 촛불시위 때 외국 나가면 계속 질문이 너희 나라 괜찮냐 그것 뿐이었어요."

"보수층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법치를 제대로 확립하기 위해 과감하게 하라는 주문이 많았는데 그 영향이라 보나요? 그 이후에 밀어붙이기식 국정운영이 지금까지 계속되지 않나요? 그 과정에서 용산 참사도 났고."
"용산참사는 불행한 일이죠. 경찰 대응이 미숙했어요. 전철연이 어제 오늘 생긴게 아니잖아요. 재개발 분규도 그렇고."
"미숙한 대응이 나온 원인은 역시 촛불시위 이후에 반사적으로 강경한 국정운영이 이뤄졌고, 경찰이 거기에 부응하다보니 나오지 않았나 싶은데요?"
"그런 것도 일부 있죠. 여섯명이 숨지는 그 정도까지 안 가도 될 일이었는데. 나도 광주 대단지부터 삼십년간 그런 것 좀 본 사람인데, 좀 더 잘할 수 있는데 저렇게 밖에 안되나 이런 아쉬운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남북관계도 지난 일년간 너무 대북 압박정책을 일방적으로 쓴 것 아닌가요? 최근 들어서는 기류 변화가 조금 있는 듯 하기는 한데."
"개성공단 기숙사 지원, 그거 지어줘야지, 왜 안 지어줘요? 내가 대한민국 헌법 중시하는 사람이에요. '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와 부속 영토다. 북한도 우리 영토다.' 북한 주민들이 전부 대한민국 국민이에요. 여기 오는 탈북자 주민등록 만들어서 1인당 1억씩 줘요. 여기 오는 사람도 1억씩 주는데 거기 있는 사람 인도주의적 지원해야지, 거기에 왜 자꾸 조건을 달아요?"
"한나라당이 야당 때 DJ, 노무현 정부의 인도적 지원을 퍼주기라고 비난하지 않았나요?"
"그런 점이 있었는데 나도 그 사이에 갈등 많이 한 사람이에요. 이 부분 고민도 많이 해보고, 속도 많이 상해본 사람인데, 결론이 뭐냐. '헌법의 정신이 그러하더라' 이거지요."

▲ ⓒ프레시안

인터뷰 시간이 다 됐다. 마지막 질문 하나 정도. 불쑥 이재오 전 최고위원 얘길 꺼냈다.

"이재오 전 의원하고는 오랜 동지죠?"
"정치적으로는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좀 선배죠. 국회의원은 같이 됐지만 이 전 최고는 6.3때부터 해서 정치적으로나 나이나 연배나 밥그릇이, 짬밥이 좀 더 많죠."
"민자당도 같이 들어갔나요?"
"내가 조금 빨리 들어갔죠."
"아, 기억납니다. 앞으로도 쭉 같이 할 건가요?"
"지금도 같이 한다고 생각하고 있죠."

이재오 전 최고위원은 '킹'보다는 '킹메이커'가 더 어울린다. 누가 뭐래도 그는 이명박 정권의 '개국 공신'이다. 이 전 최고위원이라면 김 지사를 차기 대권 주자로 만들어보겠다는 욕심을 낼 수도 있겠다.

"이재오 전 최고가 김 지사를 만들겠다 하면 어떡할건가요?"
"다른 문제를 자꾸 결부시키면 이재오 선배의 정치 복귀에 다 장애가 돼요. 지난번 선거에서 안 돼가지고 정치 입지도 매우 어렵고 심적으로도 어려운데…."
"정치 복귀가 우선인가요?"
"그렇죠. 이재오 선배는 정계 복귀가 우선이죠. 당연하죠."

'딱 거기까지'라고 선을 긋는다.

"본인이 살아온 삶이, 이미 정치적으로도 3선 국회의원도 했고, 상당한 국가적 비전도 갖고 있는데, 그 부분을 펼치려면 발판이 있어야지요. 지금은 완전히 받침이 무너져 있는 상태지요."

강한 단언에서 오랜 세월을 함께한 선배에 대한 연민이 묻어난다.

"말이 좀 되나요?"
"편하게 했죠? 말이 좀 되는 것 같네요."

바쁘게 헤어졌다. 집무실을 나서는데 그새 꽃망울을 활짝 터트린 벚꽃이 확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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