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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시대에도 중국이 느긋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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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시대에도 중국이 느긋한 까닭은?

[기고] '식물 정부' 한국, 대책이 없다

나날이 격화되어 가고 있는 21세기 글로벌 환경 속에서 생존을 위한 세계 각국의 몸부림 또한 과감해져 가고 있다. 이러한 처절한 변화상은 명실상부 G1, G2, G3로 불리는 가운데 전 세계에서 그 위용을 과시하고 있는 미국, 중국, 일본 등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은 기성 정치와는 맥을 현저히 달리하는 '아웃 사이더' 도널드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키며 미국뿐 아니라 글로벌 사회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일본은 '고무신 거꾸로 신는' 전통 아닌 전통을 새삼 입증이라도 하려는 듯 외국 정상으로는 최초로 트럼프와의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며 새로운 환경 속에서의 생존을 위해 새로운 패자(覇者)에게 발 빠르게 다가서고 있다.

그런데 중국은 빠르게 전개되는 일련의 변화상을 팔장 낀 채 두 눈을 지그시 감고 관찰하는 듯하다가 이내 대략적 셈을 마치고는 비교적 '느긋한' 자세로 새 시대를 기다리고 있다. 중국은 이제 곧 비롯될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와 동북아 정세에 대해 과연 어떤 셈을 마쳤길래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비교적 여유로운 자세를 지니고 있는 것일까? 중국 당국자들에 의하면, 중국의 여유는 다음과 같은 점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먼저, "位子决定脑子(위치가 두뇌를 결정한다)"라는 중국 선현들의 가르침이다. 그 사람의 지위는 그 사람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 말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람의 언행은 지위에 따라 달라진다"는 뜻과 유사하다.

중국은 '자연인' 트럼프는 '대통령' 트럼프가 되면서 적지 않게 달라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다시 말해, 자연인 트럼프의 '면면히 고려되지 않은' 각종 정책 등은 대통령 트럼프에 의해 '면면히 고려될 것이며', 그 속에서 그가 주창해 온 급격하며 급진적인 정책들은 "실제로 정책화되지 못하거나 시간이 지나며 크게 현실화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미국의 정치 시스템 요인이다. 3권 분립과 세력 균형이 잘 되어 있는 미국의 정치 시스템 덕에 미국 대통령의 힘은 제한적이므로, 아무리 트럼프라 하더라도 기존과 현격히 다른 정책의 집행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중국 당국자들은 트럼프가 당선되기 이전에도 "클린턴이든 트럼프든 누가 당선되어도 큰 문제는 없다!"는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트럼프가 당선된 지금도 여전히 "제 아무리 트럼프라 해도"라는 시각을 견지하고 있는 것은 지속성, 안정성 등으로 대변될 수 있는 바로 이 미국의 정치 시스템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중국이 바라보는 향후 미중 관계와 한미 관계 그리고 미일 관계 등은 과연 어떨까? 먼저 향후 미중 관계에 대해 중국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결국은 현행과 크게 다를 바 없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 이유로는 먼저, 정치적 측면에서 중국은 직전인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하던 시기와 비교해도 단순 비교가 안 될 만큼 그 국력과 위상 등이 현저히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영향력 등은 미국에 버금갈 만큼 강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미국의 각계각층에도 중국의 다양한 인맥과 채널 등을 적잖이 구축해 왔다.

이처럼 강성하게 부상하고 견고하게 다져온 중국에 대해 미국이 함부로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며, 또 만약 미국이 중국에 대해 기고만장하게 나오려 할 때는 그렇게 하지 못하게 할 역량도 충분하다. 다시 말해, 지금의 중국은 미국이 "장군이요!" 하면 결코 그 못지 않은 기세로 "멍군이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자연인 트럼프가 공언해 온 "불공정한 교역국" 중국에 대한 강력하고 파상적인 조치 등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물론, 집권 초기에는 공약 이행 차원에서 어느 정도의 강력한 조치들을 들고 나오겠지만 그 또한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가 들고 나온 강력한 조치로 인해 결국은 미국 경제가 오히려 더 큰 역풍을 맞게 될 것이고 그 속에서 "경제를 살려 달라!"며 트럼프를 지지했던 사람들이 등을 돌리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같이, 향후 미중 관계를 전망하는 중국 당국자들의 모습에는 트럼프가 "우리 미국이 중국에 대해 사실은 '종이 호랑이'에 불과했구나!"하며 깨닫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배어 있다.

두 번째로 한미 관계다. 중국은, 한미 관계 또한 트럼프에 의해 급격 또는 과격하게 손상되지는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 트럼프는 선거 기간 내내 고립주의와 보호주의를 주창해 왔다. 그러면서 한미 동맹 분담금 증강, 한미 FTA 조정 등과 같이 한국으로서는 적잖이 우려될 주장을 내비췄다.

하지만, '손해에 민감한' 사업가인 그가 동북아 지역에서 미국 국익이 현저히 위축되는 것을 좌시하지는 않을 것이다. 자신의 설익은 정책으로 인해 동북아의 주요국인 한국과의 관계를 손상시키고 그로 인한 반대급부로 한중 관계가 강화되며 그를 토대로 역내에서 중국의 위상이 한층 더 강화되는 모습을 만들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는 진단인다.

마지막으로 미일 관계 또한 위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일본은 전 세계 차원에서 미국의 매우 중요한 후원국이다. 게다가 미국의 최대 도전 세력인 중국에 대한 견제와 공동 대응이라는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동맹국이다. 더욱이 트럼프가 미국 국내 재건에 집중하기 위해서도 미국 대신에 중국을 견제해 줄 세력이 필요한데 일본은 그러한 의미에서도 미국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다.

이와 같은 몇 가지만 보더라도, 선거기간 동안 일본에 대해 트럼프가 내비친 다양한 사안들은 많은 경우 그야말로 선거 기간의 "레토릭"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향후의 미일 관계에서는 미국이 일본을 더 필요로 했으면 했지, 절대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국은 "요동칠 수 없는" 미중 관계에 대한 여유로움 속에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을 기다리고 있다. 이러한 그들로부터는 "요동칠 수도 있는" 한미 관계에 대한 묘한 기대감도 함께 느껴진다.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함부로 할 수 없는 중국'과 '함부로 해선 안 될 일본'에 비해 한국은 '어느 정도는 함부로 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본인이 주창해 온 공약을 물거품으로 만들며 지지자들을 등 돌리게 하기 전에 한국에 대해서만큼은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을 요구해볼 만하지 않은가.

그런데 그 과정에서 소원해질 수도 있는 한미 관계는 중국으로서는 한국을 자신에게 더 가까이 이끌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중국은 트럼프의 미국이 한국에 취하고 나올 정책 등에 대해서도 남다른 관심을 지니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이는 곧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향후 미중 관계에 있어서 우리의 역량과 위상을 보다 더 강화시킬 수 있는 호기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지역은 미국, 중국, 일본 그리고 러시아라는 세계 최대의 4강이 국익을 첨예하게 대립시키고 있는 곳이다. 이들 속에서 생존과 번영을 구가해 나가야 할 우리의 국력은 이들과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열세에 놓여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로 인해 우리는 실로 적지 않은 외침에 시달려야 했고 또 식민 지배 등도 당해 왔다.

한반도가 분단되지 않았던 고려 시대나 조선 시대에도 그러한 시련이 끊이질 않았거늘, 하물며 현재의 한민족은 남북으로 분단되어 있는, 더 아찔한 상황 속에 놓여 있질 않은가. 21세기 현 시기를 살아가는 우리 한반도의 후예들은 국제 정세에 대해 그만큼 더 냉철하게 인지하고 대비하며 대처해야 마땅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현재 상황은 어떤가? 남북으로 분단되어 있음에도 그 분단된 남쪽에서는 또 동서로 첨예하게 대립되어 있고, 그 와중에 국가의 안위를 누구보다도 먼저 수호해야 할 대통령이 국민에게 선전포고를 하다시피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한민족이 단일대오로 대처해도 쉽지 않을 판에 차마 입에 담기조차 부끄러운 국정 농단을 자행해 온 대통령이 국가와 민족의 안위를 오히려 더 전례 없는 위기 속으로 내몰고 있지 않은가.

이와 같은 아수라장 속에서 치욕스럽기 그지없던 구한말의 그 모습이 점점 더 진하게 '오버랩'되어 오는 것은, 과연 조국 밖에서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조국을 안타까이 바라봐야만 하는 이방인 아닌 이방인의 과민한 기우에 불과하기만 한 것일까? 글로벌 사회의 최강국들이 새로운 국제 환경 속에서 생존과 번영을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는 와중에, 지금 한국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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