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를 17일(미국 현지시간) 만났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당선자가 선거 뒤 만난 첫 외국 지도자다.
아시아 정책에 관한 트럼프 당선자의 구상을 엿볼 수 있는 회담으로 주목을 끌었으나, 실효성 있는 합의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의 회동은 뉴욕 맨해튼의 트럼프 타워에서 90분 간 진행됐다. 회담은 당초 1시간으로 예정돼 있었다.
회동 뒤 아베 총리는 기자회견을 통해 트럼프를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이어 "미일 동맹은 상호 신뢰 없이 작동하지 않는다"면서 "트럼프와 신뢰 관계를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베 총리는 "흉금을 터놓고 솔직한 이야기를 했다. 나는 여러 과제에 대해 기본적인 생각을 이야기했다"면서도 "이번은 비공식 회담으로 내용에 대해선 언급을 피하겠다"며 구체적인 회담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회동에서 아베 총리는 미일 동맹과 주일 미군 주둔비 분담 문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을 거론했을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가 서둘러 트럼프 당선자와 회동을 추진한 까닭도 미 대선 기간 동안 트럼프가 TPP 이탈, 미일 안보조약 불평등, 주일미군 주둔경비 증액, 일본의 핵무장 용인 등 동맹 관계와 경제 분야의 갈등을 시사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 트럼프 당선자가 회동에서 어떤 발언을 했는지 알려지지 않아 그의 입장 변화 여부는 분명치 않다.
회동에 앞서 대선 때 선거 캠프 선대본부장을 지낸 켈리엔 콘웨이는 이번 회동에서 "외교적 합의는 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책이나 미일 관계 등과 관련한 깊은 대화는 취임 이후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당선자가 국무부로부터 사전 보고를 받지 않고 아베 총리를 만나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WP는 전직 국무부 관리를 인용해 "외국 정상과의 회담에 앞서 여러 외교관으로부터 다양한 브리핑을 듣는 게 일반적"이라고 했다.
반면 일본 언론들은 아베 총리의 발빠른 접촉을 긍정하는 분위기다. <아사히신문>은 "TPP 철폐, 방위비 분담금 인상 등 민감한 발언을 해온 트럼프의 진의를 파악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했고, <교도통신>은 아베 총리가 트럼프 당선자와의 개인적 관계를 구축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
<닛케이신문>은 "당초 트럼프가 되면 아베 정권에 역풍이 불 것이라는 분석과 달리 트럼프 당선이 아베 정권에 지지가 쏠리는 플러스 카드로 작용한다는 분석이 있다"면서 "한국은 박근혜 대통령의 친구를 둘러싼 국정개입 의혹으로 혼란이 확대되고 있고, 영국에서는 유럽연합 탈퇴 소동의 여파가 계속되면서 아베의 안정감이 상대적으로 돋보이는 것은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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