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충격에 빠트린 미국 대선 결과가 한반도에 미칠 영향이 주목되는 가운데,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는 10일 미국 대외 정책에 큰 방향의 변화가 왔다고 진단했다.
이날 SBS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문 교수는 "트럼프는 세계의 대통령이 아니라 미국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면서 "전 세계에 적극적으로 개입과 관여를 해 온 게 미국의 정책인데, 거기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 원인으로 "세계화해서 미국의 문호를 열어 많은 사람들이 실직자가 되고 미국이 어려워졌다. 결국 자유무역이 좋은 것이 아니었다고 느낀 것"이라고 했다.
이어 미국 우선주의, 고립주의를 내건 트럼프 시대의 미국 대외 정책 변화 가능성에 대해 문 교수는 "쉽지는 않을 것이다. 대통령 혼자서 움직이는 미국 사회가 아니다"면서도 "그러나 큰 방향의 변화가 온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패권 국가로서의 관성은 계속 남을 것이지만, 다른 한 편에서 등장한 국익 추구와 양자 사이의 충돌이 생긴다"며 "조정을 통해서 트럼프의 외교정책이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문 교수는 한반도 정책의 현안인 사드와 미사일 방어체계(MD) 문제와 관련해 "지금 미국에선 사드를 한국에 무상으로 배치해준다고 이야기한다. 그에 대한 응당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논쟁이 있다"면서 "최순실 정국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사드를 가지고 강력하게 주장을 못하는 상황이 되면 차기 정부로 문제가 넘어갈 수 있다"고 했다.
한미 양국의 정치 상황과 맞물려 국민 여론이 한반도 사드 배치에 비우호적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문 교수는 특히 최순실 파문에 휩싸인 박 대통령의 외교적 리더십에 대해 "지도자가 국내에서 지지가 많아야 외국 정상들과 만나면 힘이 받쳐지고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며 "지금 같은 상황에선 우리 외교가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그는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책임총리제에 대해선 "사실상 결정권을 가진 사람이라면 상대방 입장에서도 대화와 협상의 상대가 될 수 있다"면서도 "그런데 그렇게 협의한 사항을 국회에서 비준하거나 정책화 할 때 힘이 있느냐 없느냐. 진짜 오너냐 대리인이냐의 차이는 있다"고 했다.
또한 한일 군사정보협정 문제에 관해선 "그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다"면서도 "타이밍이 안 좋다. 대통령이 준 유고상황에 있는데 일방적으로 나갔을 때 국민적인 정서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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