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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위기의 힐러리, 샌더스가 구할까?

[박영철-전희경의 국제 경제 읽기] 샌더스의 유산은?

"민주당의 단합과 대선 승리를 위해 힐러리 후보와 함께 일할 기회가 곧 올 것을 기대한다."

지난 6월 7일, 반드시 이겨야 하는 캘리포니아 주의 경선에서 12.6%포인트의 큰 차이로 참패한 버니 샌더스 후보가 6월 9일 오바마 대통령과의 오전 회동을 마친 후 힐러리 후보 지지를 시사했다.

민주당 지지 성향의 미 주류 언론은 "단기적인 개인 권력욕을 깨끗이 접고 그 대신 미국의 장기적인 경제 번영과 장래의 주인공 밀레니앨 세대의 행복을 추구하는 용기 있고 아름다운 결단"이고 "샌더스의 경선 포기 시사"라며 극찬한다. 한편, 비주류 언론은 여전히 "샌더스의 경선은 마지막 남은 다음 주 화요일의 워싱턴 D.C. 경선과 7월 전당 대회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 6월 9일은 힐러리가 본선 승리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정치적 선물을 모두 받은 날이었다.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 진보 진영의 스타 엘리자베스 워런이 힐러리의 공식 지지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와 민주당 힐러리의 본선 막장 대결이 확정된 셈이다.

이제 지구촌의 최대 관심사는 이 두 후보 중 누가 오는11월 8일 대통령 선거에서 이길 것이냐에 쏠려있다. 이에 대한 답을 모색하기 위하여 현재 진행 중인 정치 상황을 좀 더 깊이 짚어볼 필요가 있다.

- 이 시점에서 힐러리와 샌더스 후보의 최종 대의원 확보 현황은 어떠한가? 샌더스 팬은 '사실상' 후보인 힐러리를 어느 정도 지지할 것인가?

- 샌더스가 민주당에 남기고 싶은 가장 중요한 정치 메시지(Heritage)는 무엇인가? 어떤 방법이 가장 유효적절한가? 힐러리가 어느 정도 이에 협조할 것인가?

- 민주당 후보 힐러리와 공화당 후보의 선거 전략과 그들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가?

- 선거 중 가장 뜨거운 이슈는 무엇이 될 것인가?

- 현 시점에서 여론 조사는 누구의 승리를 점치는가? 여론 조사의 결과는 어느 정도 믿을 만한가?

위의 문제를 알기 위해 박영철 전 원광대학교 교수와 인터뷰를 했다. 이번 주는 샌더스 돌풍의 유산에 대해서 다루고, 다음 주 화요일에는 힐러리와 트럼프와의 본선 대결 전망에 대해 다룬다.

박영철 전 교수는 벨기에 루뱅 대학교 경제학과에서 국제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세계은행(World Bank)에서 경제 분석가(Country Economist and Project Analyst)로 15년(1974~1988년)간 근무했다. 그 이후 원광대학교 교수(경제학부 국제경제학)를 역임했고, 2010년 은퇴 후 미국에 거주하며 개인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전희경 : 오늘 6월 14일(현지 시각),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 D.C.의 미니 경선(선언 대의원45명)을 끝으로 만 5개월간의 치열했던 민주당 후보 유세전이 막을 내립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인터뷰는 후보 지명전에서 패배한 샌더스가 장래의 미국 정계와 경제계에 어떤 장기적 유산을 남기는가를 짚어보고자 합니다. 그리고 다음 주에 본선에서 예상되는 민주당의 힐러리와 공화당의 트럼프의 '진흙탕' 격전에 대한 전망을 다루어 볼까 합니다. 교수님 의견은 어떠신지요?

박영철 : 매우 적절한 주제입니다. 오늘 인터뷰는 샌더스 돌풍의 정치적 유산에 집중되는 셈이군요.

전희경 : 그렇습니다. 우선 현 시점에서 각 후보가 확보한 대의원 수를 확인해 보겠습니다.

▲ [표 1] 미국 대선 대의원 수 현황(6월 9일 현재).

위의 표를 보면 공화당의 트럼프는 후보 지명에 필요한 1237명보다 많은 1447명을 획득하여 사실상(Presumptive) 대통령 후보가 되었습니다. 민주당의 힐러리도 후보 지명에 필요한 2383명을 넘는 2780명을 확보할 것으로 가정하여 사실상 대통령 후보로 선언됐습니다. 단, 힐러리의 경우, 7월에 투표할 슈퍼 대의원 수(577명)를 포함하지 않으면 선언 대의원 수는 2203명으로 후보 지명에 필요한 대의원 수에 미달합니다.


박영철 : 매우 중요한 지적입니다. 그래서 한국의 독자도 이미 잘 이해하고 계신 줄 알지만, 다시 한 번 민주당의 전당 대회 후보 지명 투표 방식을 설명하겠습니다.

첫째, 민주당은 미 대통령 본선에 출마할 공식 후보를 7월 전당 대회에서 결정합니다. 이때 후보 지명 투표에 참여하는 선언 대의원은 적어도 1차 투표에서는 경선이나 당원 대회에서 자신들이 지지한다고 선언한 후보를 반드시 찍어야 합니다. 하지만 슈퍼 대의원은 1차 투표에서 처음으로 후보 선택을 공식화합니다. 따라서 슈퍼 대의원의 표심은 그때까지는 법적 효과가 없습니다.

둘째, 슈퍼 대의원은 누구인가? 이들은 선출직인 전 현직 대통령과 상하의원, 주지사, 민주당 지도부 간부 등입니다. 즉 기득 제도권 세력입니다

셋째, 슈퍼 대의원 수는 714명으로 전체 대의원의 15% 이상을 차지합니다. 이처럼 슈퍼 대의원의 비중이 높은 이유는 '민주당의 제도권이 싫어하는 후보를 선출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넷째, 이런 슈퍼 대의원 제도가 과연 민주당의 풀뿌리 민의를 반영할 수 있는가 하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전희경 : 샌더스 진영이 지난 6월 7일의 캘리포니아 경선 전까지 힐러리의 '사실상 후보' 선언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 이유를 잘 알겠습니다. 힐러리 지지를 시사한 현 시점에서 샌더스 진영은 이 슈퍼 대의원 제도의 재검토를 민주당 지도부에 강력히 요구할 것이라고 하는데 사실인가요?

박영철 : 샌더스가 이 슈퍼 대의원 제도의 폐지를 민주당 정치 개혁안에 포함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번 천명한바 있습니다. 샌더스 유산 목록에 들어갈 것으로 봅니다.

전희경 : 민주당의 대선 공약 작성 팀이 벌써부터 가동하고 있는 줄 압니다. 15명으로 구성된 이 팀은 힐러리, 샌더스 그리고 민주당 지도부에서 추천합니다. 샌더스는 이 대선 공약에 최대한으로 자기 유세 메시지를 담으려 합니다. 교수님이 보는 '최우선 의제'가 무엇일까요?

박영철 : 지난 6월 8일 샌더스가 오바마와 오전 회동을 마치고 힐러리 후보의 지지를 시사하는 발언을 한 직후, 민주당 성향의 언론 매체는 거의 경쟁적으로 샌더스의 유세 메시지가 미국과 민주당의 장래, 그리고 다음 세대인 젊은층을 위해 귀중한 정치적 유산을 남긴다고 극찬을 쏟아냈습니다.

민주당의 단합을 위해 실의에 빠진 샌더스 후보를 위로한다는 차원도 있지만, 실제로 미 국민 다수가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과감하게 선언하여 영감을 준 샌더스의 메시지가 이번 대선 후에도 미 경제계와 정계에 참신한 바람을 불러내기를 바랍니다.

전희경 : 지난2월, 저와의 인터뷰에서 샌더스의 경제 공약을 자세히 분석해 주셨습니다. (☞관련 기사 : 샌더스 경제 공약은 '거품'인가?)

박영철 : 그렇습니다. 샌더스의 경제 공약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 힐러리의 경제 공약과 비교해 만든 표를 다시 인용하면서 설명하겠습니다. (☞관련 기사 : "힐러리는 만만한 악마, 샌더스는 무서운 악마!")


전희경 : 위에서 언급한 민주당 대선 공약 작성 팀에서 샌더스 진영이 반드시 공약에 넣고 싶어하는 최우선 의제는 무엇인가요?

박영철 : 매우 중요한 질문입니다. 아직 자세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언론에 보도되는 정보를 종합하면 아래와 같은 그림이 그려집니다.

첫째, 선진국 중 가장 심각한 미국의 '소득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그 재원은 부자 증세로 할 것임을 강조합니다. 미 국민의 다수가 이번 샌더스의 유세 현장에 나가서야 미국의 부끄러운 현실을 인식했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합니다.

둘째, 북유럽 국가의 사회주의 복지 정책에 가까운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복지 정책을 도입을 주장합니다. 특히 전 국민 건강 보험 제도의 도입과 일반적인 무상 대학 교육, 빈곤층의 감소 정책을 강조합니다.

셋째, 경제 성장 부양책의 일환으로 10년에 걸친 대규모 사회간접자본의 대규모 투자를 주장합니다. 이로 인한 재정 적자 문제는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제프리 삭스 교수의 주장을 발표했습니다.

넷째, GDP의 6%에 해당하는 경제 공헌도에 비해 무려 총 이윤의 18%를 차지하여 날로 심화하는 소득 양극화의 주범인 월스트리트의 대대적인 개혁을 주창합니다. 금융권 대마불사의 신화를 깨고 해외 조세 도피 책략에 철퇴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다섯째, 선거 모금 법률을 개정하여 선거가 '부자와 기성 정치인'의 투기장이 되지 않고 민의가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민주당의 슈퍼 대의원 제도가 기성 정치인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풀뿌리 민의가 제대로 반영되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끝으로 미국 노동자에 피해가 발생하는 국제 무역 협정에 반대하고, 지구 온난화를 재촉하는 대기오염 방지 정책 강화를 주창합니다.

전희경 : 지금 말씀하신 최우선 순위의 메시지는 샌더스가 유세 기간 청중들의 가장 열광적인 호응을 일으킨 훌륭한 공약들이군요. 교수님은 샌더스의 이런 공약이 민주당의 공식 선거에 어느 정도 반영될 것으로 보시는지요?

박영철 : 매우 어려운 질문입니다.

힐러리가 본선에서 트럼프를 꺾기 위해서는 샌더스 팬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샌더스가 50개주 중 22주에서 승리하여 민주당 총 유권자의 45% 이상의 지지를 얻어냈습니다. 그런데 현재 여론 조사에 의하면 샌더스 팬의 15% 정도가 힐러리 지지를 포기할 것이라고 합니다. 저는 그보다는 훨씬 적을 것으로 봅니다만,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는 본선에서 트럼프를 물리치기 위해서는 단 한 명의 이탈자도 있어서는 안 되는 상황입니다.

전희경 : 그런 상황이라면 힐러리 진영이 샌더스의 요구를 거의 다 수용할 가능성이 크군요.

박영철 : 불행히도 샌더스의 요구를 모두 다 수용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민주당의 보수 중도파는 힐러리가 이미 너무 왼쪽으로 치우쳤다고, 심지어 오바마보다 더 진보 쪽으로 돌았다고 봅니다. 본선 승리에 양당의 중도층 지지가 절대로 필요한 힐러리가 샌더스의 진보 정책의 일부라도 수용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전희경 : 그렇다면 샌더스의 돌풍은 겨우 여기까지인가요?

박영철 : 샌더스의 돌풍도 대선이나 총선에서 성공하지 않고는, 어떤 진보적 이념이 진보적 정책으로 발전하고, 다시 한 발 더 나아가 현실적인 정책으로 채택되기는 정말 어렵다는 산 증거입니다. 하지만 샌더스의 돌풍이 미 국민의 경제 평등과 정의(Economic Equality and Justice)에 대한 큰 의식 변화를 가져온 사실은 대단한 유산입니다.

최근까지 소득의 양극화, 월스트리트의 탐욕, 복지 정책의 필요성 등에 대한 미 국민의 인식은 거의 무지에 가까웠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샌더스 돌풍은 더 정의롭고 안정적인 미래의 미국 경제 민주화에 큰 공헌을 했다고 봅니다.

전희경 : 오늘 인터뷰를 마치면서 남기고 싶은 말씀은?

박영철 : 2017년 가을에 한국에 대선이 있습니다. 샌더스 후보처럼 경제 평등과 정의를 주창하며 돌풍을 일으킬 후보가 나타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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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철 전 원광대학교 교수
전희경

조지아서던 대학교 겸임교수로 보건 정책, 역학을 연구 중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경제 분석 및 산업 안전 보건, 노동 환경 정책 연구원으로 일했다. 보스톤 대학교에서 경제학 석사, 매사추세츠 주립대학교에서 노동 환경 정책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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