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샌더스 선택한 밀레니얼 세대, 한국 2030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샌더스 선택한 밀레니얼 세대, 한국 2030은?

[박영철-전희경의 국제 경제 읽기] 밀레니얼 세대

미국의 젊은 밀레니얼(Millennials=1980~2000년생) 세대가 자칭 민주적 사회주의자 민주당 버니 샌더스 후보의 '정치 혁명을 통한 소득 불평등 해소' 메시지에 열광하고 있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이 젊은이들은 자신을 '4 공포' 세대로 규정하는데, 이 '4 공포'는 불완전 고용, 과도한 부채, 비싼 의료 보험료 그리고 삶의 꿈인 결혼과 내 집 마련의 장기간 연기와 관련된 '불안감'을 의미한다. 이들은 이런 암울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북유럽형의 민주 사회주의' 정부처럼 소득 양극화 해소와 무상 대학 교육과 같은 광범한 복지 정책을 주창하는 샌더스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밀레니얼 세대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샌더스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 대의원을 뽑는 경선 일정이 반 조금 넘은 현시점에서 힐러리 클린턴에게 크게 고전하고 있다. 샌더스가 민주당 전당 대회에 참가하는 '대의원 수의 덫'에 걸려 있다. 즉 샌더스가 확보한 대의원 수가 후보 지명에 필요한 2383명에 크게 못 미치고 있어, 앞으로 남은 모든 경선에서 평균 66.6%의 득표율로 압승해야만 승리할 수 있는 어려운 처지에 있다.

샌더스가 7월 말에 있을 민주당 전당 대회에서 후보 지명을 따낼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다음 세 가지 사항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과연 누구인가? 이들은 지난 베이비부머(Baby Boomer) 세대와 X세대와 어떻게 다른가? 특히 경제와 정치 현안 문제에 대한 이들의 성향은 어떤가? 이들은 샌더스가 주장하는 '민주적 사회주의'가 자신이 추구하는 '미국의 꿈(The American Dream)'과 같다고 믿는가?

샌더스의 '민주적 사회주의' 경제 모델의 핵심은 무엇인가? 최근 한국 정계와 재계에서 뜨겁게 논의되는 경제 민주화나 동반 성장과 비슷한 개념인가?

밀레니얼은 실제로 최근 경선에서 '투표'로 샌더스를 지지하고 있는가? 이들은 얼마나 열성적으로 현장 투표하고 있는가? 샌더스의 꺼져가는 불씨를 살려낼 것인가?

위 문제를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하여 박영철 전 원광대학교 교수와 인터뷰를 했다.

박영철 전 교수는 벨기에 루뱅 대학교 경제학과에서 국제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세계은행(World Bank)에서 경제 분석가(Country Economist and Project Analyst)로 15년(1974~1988년)간 근무했다. 그 이후 원광대학교 교수(경제학부 국제경제학)를 역임했고, 2010년 은퇴 후 미국에 거주하며 개인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전희경 :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최근까지의 미국은 1945~1964년에 태어난 베이비부머 세대, 1965~1979년 사이에 태어난 X세대, 그리고 1980~2000년 사이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가 지배하고 있습니다. 이 세 세대가 각기 특유의 정치 및 경제적 성향을 지니고 있다고 봅니다. 이들 세대별 특성을 간단히 설명해 주십시오.

▲ 미국의 각 세대별 특성.


박영철 : 매우 적절한 질문입니다. 위 표와 차트를 보면서 주로 밀레니얼 세대를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우선 강조하고 싶은 점은 미국의 장래는 1980~2000년 출생자인 밀레니얼이 좌우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왜냐하면, 2015년 현재 이들은 9200만 명으로 미국 총인구의 29%를 차지합니다. 따라서 이 세대가 향후 미국 사회의 주역을 담당하게 되어, 미국의 정치 경제 사회의 진로를 결정할 것입니다. 그리고 주목할 사항은 밀레니얼의 인종 배분이 전과는 크게 바뀐다는 사실입니다. 백인의 비중이 현저히 낮아지고(57%), 소수 민족, 그 중에서도 히스패닉의 비중(21%)이 흑인 비중(13%) 보다 크게 높습니다.

둘째, 밀레니얼 세대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이전 세대와 확연히 다른 특성이 있습니다. 이들은 소위 '미국의 황금(경제 성장률이 3.5%를 넘어선)' 시절을 체험하지 못하고, 오히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와 대침체(Great Depression), 그에 따른 높은 실업률과 임금 정체 내지 감소라는 경제적 시련을 맛본 세대입니다.

따라서 이들의 소비 성향은 크게 절제되고, 개인 저축률은 2012년 12월에 유례없이 10.5%까지 치솟고(그 이후 평균 5%대에 머물고), 과도한 학자금 및 신용카드 빚에 쪼들립니다. 평균 임금 수준이 낮아 의료 보험료 지불에도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래서 장래 이들의 소비 형태가 이전 세대와 다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것은 '소비'가 GDP의 68%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 경제의 장기적인 측면에서 보면 일종의 '빨간 불'인 셈입니다.

셋째, 정치 및 사회적인 이슈에 관하여 이들은 매우 진보적인 의식을 보입니다. 정당 가입보다는 '무당층'을 선호하고, 공화당(17%)보다는 민주당(29%)을 지지합니다. 특히 지난 세대와는 달리 경제 정책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개입과 광범한 복지 정책을 지지합니다. 동성애와 마리화나 합법화에 동조하고 약 30%가 무종교(None's)를 선언합니다.

전희경 : 오늘 인터뷰의 핵심은 밀레니얼 세대의 정치 성향 검토입니다. 구체적으로 이들이 왜 샌더스 후보의 '정치 혁명' 메시지에 열광하는지 그 이유를 찾아보고자 합니다. 그러기 위해 우선 샌더스의 '민주적 사회주의'가 무엇인지를 자세히 알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경제 민주화', '동반 성장' 그리고 '포괄적 성장'에 관한 논의가 활발합니다. 한국 언론에서는 샌더스의 '민주적 사회주의'를 이들에 비유하던데, 교수님 의견은 어떠신지요?

박영철 : 전혀 아니라고 봅니다. 현재 한국에서 논의되는 화두는 샌더스의 민주적 사회주의 경제의 근처에도 가지 못합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샌더스의 '민주적 사회주의'를 간략히 정의하면 '정부의 강력한 개입을 통하여 시장 경제의 실패(Market Failures)인 소득의 양극화를 해소하고 공정한 소득 분배를 성취한다'입니다. 즉 정부 경제 정책의 최종 목적은 경제적 공평성(Economic Equality)과 경제적 공정성(Economic Fairness)을 이룩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씀 드리면 '북유럽식 사회적 시장 경제'와 비슷한 경제 모델을 도입한다는 얘기입니다.

전희경 :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북유럽식 사회적 시장 경제' 모델을 부러워하고 칭찬하는데, 일반 독자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해 주십시오.

박영철 : 쉽게 말씀 드리면, 북유럽식 사회적 시장 경제 모델은 다음 세 가지의 요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불가능합니다.

- GDP 대비 정부의 세입(Tax Revenues) 비중이 매우 높아야 한다. 보통 40% 이상은 되어야 한다.
- 정부의 예산 가운데 복지 지출 비중(연금, 국민건강보험, 교육 지원 등)이 매우 높아야 한다. 보통 45~50% 선이다. 적자 예산의 주범이다.
- 원활한 노사 관계 설립으로 노동조합의 '단체 교섭권'의 강화와 '주주 총회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위의 세 가지 요건이 건전한 수준으로 충족된 나라가 북유럽 국가와 프랑스, 독일 등입니다.

전희경 : 첫 번째 요건 충족이 가장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무도 세금을 많이 내려 하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국민의 공감대가 절대로 필요하구요. 구체적으로 어느 국가에서 이 요건이 충족되고 있나요? 그리고 미국과 일본, 한국의 경우는 어떤가요?

▲ GDP 대비 세수(Tax Revenues as % of GDP).
박영철 : 왼쪽 표와 아래 차트를 보면 스웨덴, 핀란드 그리고 프랑스의 비중이 40% 이상입니다. 평균적으로 말하면, 국민 각자가 자기가 번 돈의 40% 이상을 정부에 세금으로 바친다는 뜻입니다. 물론 개인과 기업 그리고 개인 간, 기업 간 세금 비중이 크게 다릅니다. 그 다음이 독일입니다. 반대로 GDP 대비 세금을 제일 적게 내는 나라가 한국입니다. 바로 그 뒤를 미국과 일본이 쫓고 있습니다.

전희경 : 어느 나라가 두 번째 요건을 가장 성실하게 충족시키는지요?

박영철 : 당연히 세금을 많이 걷는 나라가 복지 지출을 가장 많이 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정부 세입을 초과하는 복지 지출로 만성적인 예산 적자를 축적하게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균형 예산이 최선이라는 주장의 근거가 미약합니다. 이 문제는 경제 정책의 패러다임과 직결됩니다. 정부와 국민의 선택 문제입니다.

전희경 : 원활한 노사 관계 설립 면에서는 어느 나라가 나은가요?

박영철 : 첫 번째와 두 번째 요건을 충실히 실천하는 나라는 일반적으로 원활한 노사 관계를 유지합니다. 그 중 노조의 주주 총회 참여를 허락하는 독일의 경우가 눈에 띕니다. 반대로 노조가 가장 무력한 나라는 미국입니다. 그 뒤를 한국이 쫓고 있다는 평입니다.


전희경 : 교수님 말씀을 들으면서 '북유럽식 민주적 사회주의' 경제 모델을 운영하기가 만만치 않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런데 샌더스가 바로 이 같은 민주적 사회주의 경제 모델을 주창하는데, 그의 경제 공약의 핵심을 간단히 말씀해주십시오.

(☞관련 기사 : 샌더스 경제 공약은 '거품'인가?, 2월 1일, 어쩌면 미국이 빨갛게 물든다)

박영철 : 샌더스 경제 공약의 핵심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습니다.

- 전 국민 건강 보험 제도를 도입한다.
- 최저 임금을 시간당 $15로 인상한다.
- 무상 등록금을 도입한다.
- 낙후한 사회간접자본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하여 일자리를 창출한다.
- 금융 시장의 규제를 강화한다.
- 대마불사의 대형 은행을 해체한다.
- 부자 증세 제도를 도입한다.
- 재벌의 탈세 방지법을 강화한다.
- 노조 활동을 강화한다.

전희경 : 위에서 교수님은 '4 공포'를 불완전 고용, 과도한 부채, 비싼 건강보험료 그리고 결혼과 내 집 마련 등 삶의 꿈을 오랜 동안 접어야 하는 불안감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런 '4 공포'에 시달리는 밀레니얼 세대가 위에 자세히 설명한 샌더스의 경제 공약에 열광하는 이유는 쉽게 이해가 가는군요. 이들은 자신의 '아메리칸 드림'의 성취를 샌더스의 메시지에 투영하는 셈이군요.

박영철 : 그렇습니다. 따라서 강조할 점은 밀레니얼은 자신의 정치 신념을 경선 현장에서 투표로 표현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샌더스가 승리한 경선에서는 18~29세 젊은 층의 샌더스 지지율은 80% 선입니다. 놀랍게도 이 80% 선은 8년 전 오마바가 얻은 지지율을 크게 웃도는 수치입니다.

또 샌더스 승리에 매우 중요한 변수는 이 젊은 층의 투표율이 과거보다 더 높아졌는지 여부입니다. 안타깝게도 이 통계가 아직 발표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샌더스 진영에서 현장 동원 자원봉사자 수가 크게 늘었다는 사실은 고무적입니다.


전희경 : 지난 3월 15일 '제2의 슈퍼 화요일' 경선에서 샌더스가 완패했습니다. (☞관련 기사 : 샌더스, '희망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주 화요일(3월 22일)과 토요일(3월 26일)에 있었던 미국 북서부 지역 5개주 경선에 샌더스가 70~82%대의 득표율을 얻어 압승을 했습니다. 샌더스가 다시 모멘텀을 찾았다고 보는지요?

박영철 : 오는 7월 필라델피아에서 열리는 민주당 전당 대회에 참가할 대의원을 현재 누가 더 많이 확보하고 있는가를 보면 샌더스가 힐러리에게 크게 뒤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샌더스가 후보 지명을 따내기 위해서는 지난 3월 22일부터 6월 중순까지 열리는 모든 경선에서 평균 66.6% 득표율을 확보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난 3월 22일과 26일에 열린 5개주 경선에서 놀랍게도 70~82%선의 높은 득표율을 얻어냈습니다. 크게 고무된 샌더스 진영은 이제 경선 완주는 말할 것도 없고 전당 대회 승리도 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전희경 : 남은 경선 일정이 샌더스에게 유리하다는 평가도 있는데, 교수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박영철 : 유리하다기보다 불리하지는 않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일단 남은 경선 일정은 힐러리를 열렬히 지지하는 보수 남부(Deep South) 지역을 벗어났습니다. 그리고 승부의 판가름을 할 수 있는 200명 이상의 대의원 수가 걸려있는 대형 경선이 몇 개 남아 있습니다.

전희경 : 다음 주 화요일의 위스콘신 경선이 첫 관문이라고 하는데, 샌더스가 이길 승산이 높은가요?

박영철 : 솔직히 모릅니다. 미국 언론도 반반으로 갈라져 있습니다.

전희경 : 오늘 인터뷰를 끝내면서 남기고 싶은 말씀을 해주십시오.

박영철 : 미국 재벌 언론과 민주당 지도부가 최근 샌더스에게 '민주당의 본선 승리' 명분으로 경선을 포기하라는 압력을 암암리에 넣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보수 기득권 세력의 저항이라고 할까요? 샌더스 열풍의 한계인지 아닌지는 곧 판가름 날 것입니다.

그리고 한국 4월 총선에서 '헬조선'에서 벗어나기 위해 '7포' 세대인 젊은 층의 적극적인 투표 참여가 있기를 바랍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박영철 전 원광대학교 교수
전희경

조지아서던 대학교 겸임교수로 보건 정책, 역학을 연구 중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경제 분석 및 산업 안전 보건, 노동 환경 정책 연구원으로 일했다. 보스톤 대학교에서 경제학 석사, 매사추세츠 주립대학교에서 노동 환경 정책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