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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더스 경제 공약은 '거품'인가?

[박영철-전희경의 국제 경제 읽기] 왜 노벨상 경제학자는 샌더스를 공격하는가

지난 2월 17일 샌더스 진영을 놀라움에 빠트린 믿기 어려운 일이 생겼다.

버락 오바마와 빌 클린턴 대통령의 경제 자문 위원회(CEA : Council of Economic Advisers) 의장을 지낸 민주당 경제학자 4명이 샌더스의 경제 공약을 '현실성이 없다'고 신랄하게 비난하는 공개 서한을 블로그에 올린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경제학계의 스타인 폴 크루그먼마저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샌더스를 비판하며 힐러리를 지지했다.

민주당 행정부의 경제 자문을 맡았던 경제학 대가들이 왜 샌더스를 공격할까?

첫째, 샌더스가 예상을 뒤집고 민주당 지도부와 엘리트 기득권 세력을 대변하는 힐러리를 바짝 추격하고 있어서, 샌더스의 경제 공약을 폄하할 필요가 생겼기 때문이다.

둘째, 매사추세츠 주립대학교 교수 제럴드 프리드먼(Gerald Friedman)이 최근에 발표한 논문에서 "혁명적"이라는 평을 받는 샌더스의 경제 공약을 통하여 앞으로 미국 GDP의 연 성장률을 5.3%로 끌어올릴 수 있고 실업률을 3.6%까지 내릴 수 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누구의 주장이 옳은가? 아니면 둘 다 틀린 것인가? 샌더스 경제 공약이 과연 '거품'인가? 아니면 미국 경제의 구세주인가? 이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음 사항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 샌더스 경제 공약의 비용과 재원 조달 비교.
- 제럴드 프리드먼 교수의 샌더스 경제 공약 효과 분석.
- 민주당 중도 및 중도 좌파 경제학자의 반샌더스 공격의 허와 실, 특히 전 민주당 대통령 경제 자문 위원회 의장들의 공개 서한이 가진 정치적 의도.
- 지난 2월 20일 네바다 당원 대회에서 패배한 샌더스 후보의 향후 승리 전망.

위의 문제를 자세히 알아보기 위하여 박영철 전 원광대학교 교수와 인터뷰를 했다.

박영철 전 교수는 벨기에 루뱅 대학교 경제학과에서 국제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세계은행(World Bank)에서 경제 분석가(Country Economist and Project Analyst)로 15년(1974~1988년)간 근무했다. 그 이후 원광대학교 교수(경제학부 국제경제학)를 역임했고, 2010년 은퇴 후 미국에 거주하며 개인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전희경 : 지난 1월 18일 교수님과 인터뷰에서 부와 소득의 불평등 해소를 위해 '정치 혁명'이 필요하다고 주창하는 샌더스가 이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발표한 경제 공약의 내용을 자세히 검토해 보았습니다. 오늘은 이 샌더스 공약을 시행하기 위한 재정 비용과 재원 조달 방법을 짚어 주셨으면 합니다. 왜냐하면, 힐러리와 공화당 진영에서 '현실성이 없다'고 비난하는 대목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관련 기사 : "미국에서 빨갱이가 대통령 되면, 한국은?")

박영철 : 매우 중요하고 적절한 질문입니다. 샌더스 경제 공약의 중요한 특징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샌더스 경제 공약은 적자나 균형 예산이 아니라 흑자 예산입니다. 10년 기간에 2.9조 달러 흑자를 낸다는 대담한 주장입니다. 실현 가능성 문제가 제기 되는 근본 이유입니다.

둘째, 샌더스 경제 공약에 필요한 정부 예산 규모가 10년에 약 16.9조 달러, 1년 예산으로는 1조6900만 달러가 필요합니다. 다시 말하면 엄청난 정부 지출의 증가와 동시에 막대한 증세를 제안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같은 정부 지출과 조세 증가는 민간 투자의 '구축 효과(Crowding-Out Effects)'를 발생하여 오히려 경제를 위축시킬 위험이 있다는 반박을 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셋째,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샌더스 공약이 필요로 하는 총비용 16조9000억 달러 가운데 15조7000억 달러, 즉 93%가 복지 지출이라는 사실입니다. 즉 전 국민 의료 보험(13조8000억 달러), 사회 보장(1조2000억 달러), 그리고 무상 공공 대학(7500억 달러)의 총액입니다. 샌더스 경제 공약을 복지 정책, 21세기형의 민주 사회주의 정책이라고 보는 이유입니다.

▲ 샌더스 공약의 비용과 세입 비교표. ⓒberniesanders.com

전희경 : 프리드먼이 지난 1월 28일에 발표한 논문에서 샌더스 경제 공약의 핵심 내용을 크게 세 가지로 요약했습니다. 샌더스의 공약은 1) 사회간접자본 투자, 무상 교육, 사회 보장 제도 확충 그리고 전 국민 의료 보험 체계 확립 등을 주창하고, 2) 월스트리트 재벌에 대한 증세 등을 통해 필요한 예산을 조달하고, 3) 노동조합 강화와 최저 임금 인상 그리고 양성 평등 임금, 조세 정책 등을 통해 불평등을 해소하려는 것입니다. 프리드먼의 주장에서 무엇이 문제이기에 경제학자들이 지상 논쟁 중인가요?

박영철 : 지난 1월 28일에 발표한 프리드먼의 경제 성장 모델 시뮬레이션에 의하면 샌더스 공약이 시행되면 발생할 중요한 경제 효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가장 중요한 주장은 이런 결론입니다.

"샌더스 공약을 시행하면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 하나는 GDP 성장률 증가와 고용 창출을 할 수 있고, 둘은 빈곤율과 불평등을 축소할 수 있고, 셋은 재정 균형을 이룰 수 있다."

좀 더 세부적인 내용은 아래에 요약해 뒀습니다.
1. 연 GDP 성장률을 현재 2.1% 수준에서 5.3%로 끌어 올릴 수 있다. 개인당 실질 GDP는 2016년까지 현재보다 2만 달러 이상 증가할 것이다.

2. 가계 중간 소득은 매년 현 0.8%에서 3.5%씩 증가하여 2026년에 8만2000달러가 된다.

3. 2600만 개의 일자리 창출로 인하여 실업률은 샌더스 임기 말인 2021년에 3.8%까지 내려갈 것이다.

4. 노동 생산성은 매해 3%씩 향상한다. 그리고 실질 임금은 1960년대 이후 처음으로 매해 2.5% 상승한다.

5. 전 국민 의료 보험 제도의 도입으로 의료 비용이 절감된다.

6. 소득 불평등이 해소된다. 상위 소득 5%와 하위 소득 20%의 비율이 현 27.5배에서 2026년에 10.1배로 축소한다.

7. 정부 예산은 2026년 현재 예측한 1.3조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한다.

8. 복지 혜택은 더 확대 강화되고 수혜자 수도 증가한다.
전희경 : 샌더스 경제 공약 효과 분석이 장밋빛으로 보일 수 있겠네요.

지난 2월 17일 클린턴과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 자문 위원회 의장을 지낸 로라 타이슨(클린턴 행정부), 크리스티나 로머, 오스탄 굴스비, 앨런 크루거(오바마 행정부) 등이 프리드먼을 혹독하게 비판하는 공개 편지를 블로그에 올려 지상 논쟁을 벌였군요. 폴 크루그먼과 클린턴 행정부에서 일했던 캘리포니아 대학교 교수 브래드 드롱(Brad Delong)도 동참했고요. 이들 주장의 핵심은 무엇인가요?

박영철 : 프리드먼의 논문에 공격을 가하는 경제학자를 두 부류로 나누어 검토해야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

한 부류는 순수한 경제 이론과 성장 모델에 대한 논쟁입니다. 예를 들면, 프리드먼이 사용한 성장 모델의 변수(variables)의 타당성(plausibility) 여부에 대한 학술 논쟁입니다. 또 한 부류는 샌더스의 정책(policy) 분석이 아닌 순전히 정치적(politics) 성격의 논쟁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전희경 : 오늘은 두 번째 부류의 경제학자들이 무엇을 왜 주장하는지 살펴보죠.

박영철 : 이들의 주장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첫째, 프리드먼의 샌더스 공약 경제 효과 분석이 부실하여 사실과 증거 중심의 경제 정책을 이끌어 온 민주당의 신뢰성에 흠을 낸다고 주장합니다. 예를 들면, 연 GDP 성장률 5.3%, 실업률 3.4%, 노동 생산성 증가율 연 3% 등이 너무 낙관적 전망으로 민주당의 증거 기반(evidence-based) 경제 정책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얘기입니다.

둘째, 샌더스 공약은 전 국민 의료 보험 제도 도입과 사회간접자본의 대량 투자, 그리고 무상 공공 대학 교육을 근간으로 하는데 이런 "급진적(radical)" 공약은 "비현실적이고 성취 불가능"하다며, 힐러리의 "점진적(Incremental)" 접근법이 더 실용적이고 현실적이라고 주장합니다.

다시 말하면, 프리드먼이 발표한 경제 효과 분석의 질이 낮아 설득력이 떨어지고 샌더스 공약 자체가 '버블'이라는 주장입니다. 심지어 공화당의 만병통치약인 작은 정부와 감세를 통한 성장 공약만큼 허황하다고 비난하기도 합니다.

전희경 : 샌더스 진영의 반격도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실제로 어떤가요?

박영철 : 맞습니다. 지상 논쟁을 뜨겁게 달구는 반격이 진행 중입니다. 이들의 반격을 세 부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 전 경제 자문 위원회 의장의 주장에 반박하는 데이비드 다엔 기자의 주장입니다. 둘째,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낸 로버트 라이시(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캠퍼스 교수)와 텍사스 대학 교수 제임스 갤브레이스(경제학자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의 아들)가 쓴 민주당의 중도 및 중도 좌파 교수의 주장을 반박하는 편지입니다.

셋째, 프리드먼의 제자가 자신의 은사가 사용한 경제 모델의 타당성을 주장하는 두 편의 학술 논문과 에모리 대학교 교수 케네스 토프의 반박 논문입니다.

전희경 : 샌더스 경제 공약에 대한 찬반 논쟁이 재미있을 것 같군요. 오늘 인터뷰에서는 첫째와 둘째 반박을 짚어보고 싶은데, 이들 주장의 내용을 간략히 설명해 주십시오.

박영철 : 수십 개의 반박 기사 가운데 가장 이해하기 쉽고 공감이 가는 반박 논리는 <뉴 리퍼블릭>의 데이비드 다엔 기자가 쓴 기사 "버니 샌더스의 애매한 경제에 대한 경건한 공격(The Pious Attacks on Bernie Sanders's 'Fuzzy' Economics)"입니다. 부제가 재미있고 신랄합니다.

"경제 예측이 한 번도 틀린 적이 없는 자가 맨 먼저 돌을 던져라."


위의 차트는 블로그에 공개 편지를 올려 프리드먼의 예측이 부실하다고 비난한 네 사람 전 경제 자문 위원의 경제 예측이 한 번도 맞은 적이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위의 예측 차트가 보여주는 재미있는 현상이 있습니다. 클린턴 행정부의 예측은 비관적으로, 오바마 행정부의 예측은 너무 낙관적으로 나타납니다.

한 예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경제 성장률 예측은 4.2~4.3%로 낙관적이었으나, 실제 성장률은 1.5~2.2%로 예측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오류 차트는 많은 인적 물적 자원을 동원해 예측하는 위원회일지라도 그 오류의 규모가 작지 않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심한 경우 3%포인트 가까운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전희경 : 최신 컴퓨터와 최신 경제 모델을 사용해 만든 경제 예측도 일기 예보 수준의 적중도 밖에 안 된다는 농담이 실감이 나는군요. 둘째 논쟁으로 가겠습니다. 라이시와 갤브레이스가 프리드먼 편을 든 내용이 궁금합니다.

박영철 : 이 두 교수의 반박은 주로 폴 크루그먼과 클린턴과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 자문 위원회 의장을 지낸 4명 경제학자의 공개 편지에 대한 것입니다.

우선 라이시는 이렇게 주장합니다.

"크루그먼이 샌더스를 오해하고 샌더스 유세 진영이 '주술 경제학(Voodoo economics)'을 펼치고 있다고 비난한다. 크루그먼은 프리드먼의 논문을 '비상식적(nonsense)'이라고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그리고 이들이 대변하는 정치적 실용주의 관점에서 본다 해도 중대한 구조적 변혁을 통해 이루려는 목표치는 처음부터 높게 잡아야 한다. 허황한 공약이 아니다."

갤브레이스는 다음과 같이 조목조목 그리고 매섭게 반박합니다.

- 프리드먼의 GDP 연 성장률 5.3%가 과장된 것이라고 하는데 레이건 대통령 시절 1983~85년간 연 GDP성장률이 5.4%였다.

- 샌더스 경제 공약이 여러 부문에서 엄청난 경제 효과를 낸다고 주장하는 프리드먼의 경제 모델은 경제학의 주류 이론에서 벗어난 부실한 가정에 의존한다고 주장하는데 사실과 다르다. 주류 경제 성장 모델과 다르지 않다.

- 프리드먼의 논문은 '정치적 동기(motive)'가 있다는 주장도 틀린다. 프리드먼은 현재 힐러리 진영에 매달 10달러씩 헌금하고 있다. 그리고 샌더스 진영에서도 프리드먼의 논문을 공식 입장으로 수용하지 않고 있다.

- 샌더스 공약이 '허황하도록 거창하다'고 비난하는데 큰 변혁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목표는 처음부터 거창해야 한다. 샌더스가 레이건 대통령에게서 배운 것 같다.

- 프리드먼의 논문을 비난하는 당신들이야말로 이 논문을 제대로 읽지도 않고 정치적인 이유로 이 논문을 헐뜯는 것 같다.

전희경 : 잘 들었습니다. 어려운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이 두 진영의 논쟁에 대한 교수님의 의견은 어떠신지요?

박영철 : 이들 논쟁에 대한 제 의견을 다음과 같이 요약하겠습니다.

첫째, 이런 논쟁의 승자 패자는 결정할 수 없습니다. 결정할 객관적 기준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각자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상대방의 반론을 들으려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거기까지입니다. 이들 논쟁에서 무엇을 얼마나 챙기느냐는 어렵지만 일반 국민의 몫입니다.

둘째, 꼭 승자를 짚어야 한다면 저는 샌더스 진영을 지원합니다. 왜냐하면, 샌더스 공약이 성취하고자 하는 목적, 즉 날로 악화하고 있는 미국의 소득 불평등을 해소하겠다고 하기 때문입니다.

셋째, 샌더스 공약의 실천은 재정 정책의 확충을 요구합니다. 올바른 정책 선택입니다. 저성장의 늪에서 허덕이는 현 경제 상황에서는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이나 양적 완화 정책으로는 불가능합니다.

결론적으로 샌더스 공약만이 과감한 정치 및 경제 변혁을 통한 경제 성장과 더 평등한 분배를 가져올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전희경 : 마지막 질문을 드립니다. 샌더스 경제 공약이 시행되려면 샌더스가 대통령이 돼야 하는데 지난 2월 20일 네바다 당원 대회(코커스)에서 5.3%포인트 차이로 힐러리에게 패했습니다. 샌더스 승리 전망은 어떻게 되나요?

박영철 : 어려웠던 싸움이 조금 더 어려워졌습니다. 다행히 민초들이 헌금한 실탄이 상상외로 튼튼하고 히스패닉 유권자의 지지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고무적입니다. 반대로 오늘 <월스트리트 저널>에 의하면 민주당의 슈퍼 대의원 수가 400명선이 아니라 700명을 넘는다는 충격적인 뉴스입니다. 이것이 사실이면 샌더스의 승리 전망은 더욱더 어두워집니다.

오는 3월 1일 '슈퍼 화요일'에 민주당 전당 대회에 참가할 선언 대의원의 19%가 선출됩니다. 샌더스는 여기서 반드시 승리하거나 선전을 해야만 최종 후보 지명을 따낼 수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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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철 전 원광대학교 교수
전희경

조지아서던 대학교 겸임교수로 보건 정책, 역학을 연구 중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경제 분석 및 산업 안전 보건, 노동 환경 정책 연구원으로 일했다. 보스톤 대학교에서 경제학 석사, 매사추세츠 주립대학교에서 노동 환경 정책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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