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8일 자동차 도시 디트로이트가 있는 미시간 주의 경선에서 모든 여론 조사 예측을 깨고 미국 민주당의 버니 샌더스 후보가 50%를 얻어 48%의 힐러리 클린턴을 힘겹게 물리치고 신승하였다.
지난 한 달간 시행한 미시간 경선 결과에 대한 수많은 여론 조사가 힐러리가 11~37%포인트라는 큰 표 차로 샌더스를 압도한다고 예측한 것을 고려하면 이번 샌더스의 승리는 엄청나게 큰 '이변'이라고 할 수 있다.
선거 예측의 귀재 '538(fivethirtyeight.com)' 블로거 네이트 실버는 이렇게 평가했다.
"2008년 뉴햄프셔에서 클린턴은 오바마에 8포인트로 진다는 예측을 뒤집고 이겼다. 놀라운 역전이었다. 그러나 오늘 더 큰 이변이 있었다. 샌더스가 클린턴에 21포인트 차이로 진다는 우리의 예측을 뒤집고 이긴 것이다."
미시간 경선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발생했는가?
샌더스의 미시간 경선 승리는 다음 주에 있을 '제2의 슈퍼 화요일' 전망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미 중부 지역의 화난 백인 남성들의 몰표를 얻는 샌더스와 중년 이상의 여성 유권자와 남부 지역의 소수 인종, 특히 흑인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힐러리의 싸움 양상은 어떻게 진행될 것이며 후보 경선 전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지난 한 주 동안 모멘텀을 잃어버린 것 같았던 샌더스 후보의 최종 승리 전망은 얼마나 좋아졌는가?
이 문제를 더 깊이 살펴보기 위하여 박영철 전 원광대학교 교수와 인터뷰를 했다.
박영철 전 교수는 벨기에 루뱅 대학교 경제학과에서 국제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세계은행(World Bank)에서 경제 분석가(Country Economist and Project Analyst)로 15년(1974~1988년)간 근무했다. 그 이후 원광대학교 교수(경제학부 국제경제학)를 역임했고, 2010년 은퇴 후 미국에 거주하며 개인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박영철 : 우선 전당 대회에서 투표할 대의원 수는 3월 8일 현재 다음과 같습니다. 힐러리 후보의 절대 우세입니다.
전희경 : 지금까지 진행된 경선에서의 유권자 투표 성향은 어떤 특징이 있는지요?
박영철 : 매우 중요한 질문입니다. 연령별, 성별, 정치 성향별(Independents), 인종별(백인, 히스패닉, 흑인), 지역별 투표 성향이 놀랍도록 차별화되고 있습니다.
박영철 : 어제 미시간 경선에서 모든 예측을 뒤집고 샌더스가 힐러리를 50%대 48%로 이겼습니다.
한국 독자들에게도 이제 낯이 익은 '538' 블로그의 네이트 실버는 이렇게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오늘 미시간 경선에 엄청나게 큰 이변이 있었다. 샌더스가 클린턴에 21포인트 차로 진다는 우리 블로그의 예측을 뒤집고 이긴 것이다."
전희경 : 미시간 경선에서 샌더스가 이긴다는 여론 조사가 하나도 없었다는데 사실입니까?
박영철 : 그렇습니다.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힐러리가 이길 확률은 99%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샌더스가 이긴 것입니다.
'538' 블로그의 해리 엔튼은 어제 있은 미시간 경선에 대한 글 제목을 이렇게 잡았습니다.
"버니의 미시간에서의 놀라운 승리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샌더스의 미시간 경선 승리는 다음 네 가지 이유로 큰 의미가 있습니다.
1. 예측의 천재인 네이트 실버마저 힐러리의 미시간 승리가 99% 확실하다고 했는데 그 예측이 틀린 이유와 그 정치적 의미.
2. 샌더스에 몰표를 던진 미국 백인 남자들의 기득권 세력에 대한 분노.
3. 샌더스의 정치 혁명을 통한 중산층 재건 메시지에 대한 지지 기반 확충.
4. 다음 주 '미니 슈퍼 화요일'의 전망에 미치는 영향.
전희경 : 해리 엔튼은 "샌더스 후보의 미시간 경선 승리는 최근 미국 정치사의 가장 거대한 역전극 중 하나이다"고 선언했군요. 왜냐하면, 지난 한 달간 시행된 여론 조사 가운데 샌더스의 승리를 예측한 경우가 하나도 없었다고 합니다. 여론 조사의 천국인 미국에서 이런 수치스러운 여론 조사의 오류가 생겼는지요?
박영철 : 일단은 여론 조사의 표본에 문제가 있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더 근원적인 이유는 여론 조사의 기술상의 문제가 아닌, 소위 말하는 '숨은 표심'의 표출이라고 합니다. 미국에서는 드문 현상입니다. 개인 의사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미국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표심을 감춘 결과입니다. 이 설명이 아직은 대세는 아닙니다만 '분노한 백인 남성 표심'의 표출과 흑인 지지표의 증가가 주요인이었다는 점에는 의견이 일치한다고 합니다.
전희경 : 만약 이 같은 설명이 사실이라면 정치적 후폭풍이 불수도 있겠군요.
박영철 : 동의합니다. 다음 주 '미니 슈퍼 화요일'의 결과를 보면 알게 될 것입니다. 특히 샌더스가 소수 인종, 특히 흑인의 지지를 끌어 올릴 수 있을까가 최대 관심사가 되고 있습니다. 보수적인 남부(Deep South) 주에서 15% 선에 머물던 흑인 표가 미시간에서 30%까지 증가했습니다.
전희경 : 미 언론은 인종 문제나 백인 남성 분노 표출 거론에 조심스러워 보입니다. 백인 남성의 56%가 샌더스에 표를 던진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박영철 : 적절한 지적입니다. 공화당의 '막말 챔피언' 트럼프가 승승장구하는 이유로 인종과 이민 문제를 다루면서도 미 언론은 매우 신중합니다. 민주당의 경우에는 이민과 인종 문제를 거론조차 하지 않습니다. 특히 힐러리가 최근 남부에서 흑인들의 압도적인 몰표를 받는 시점에서 미 언론은 인종 문제를 피하고 있습니다. 극소수의 언론만이 백인 남성의 '숨은 표심'과 이 인종 문제가 연결될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백인 남성의 분노는 현재 중산층 몰락과 소득 불평등이 악화하는 미국 경제 상황과 미국 실업률의 심화 원인으로 지적되는 자유 무역에 대한 반항이라고 보는 관점이 더 설득력이 있습니다. 샌더스의 정치 혁명에 대한 호응이 뜨거운 이유이며, 힐러리의 '점진적 개혁'에 대한 의구심이 강한 이유입니다.
전희경 : 다음 주 화요일에 있는 경선이 더욱 치열할 것으로 봅니다. 샌더스의 승리를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박영철 : 지난 주의 경선 일정에 비해 다음 주 '미니 슈퍼 화요일'은 샌더스에게 덜 불리하다고 평가합니다. 그러나 샌더스에게 유리하다고 보는 시각은 드뭅니다. 현재로서는 힐러리가 우세하다는 여론 조사입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미시간의 선거 패턴이 이 주에서 어느 정도 재현될 것인가가 최대 관심사입니다.
샌더스는 튼튼한 '실탄'을 보유하고 있어 일단 장기전에 들어갈 확률이 큽니다만, 만약 3월 15일 '미니 슈퍼 화요일'에서 선전을 못 하면 중간에 포기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전희경 : 샌더스의 미시간 승리가 남긴 교훈을 말씀해 주십시오.
박영철 : 대학에서 '경제 통계학'을 강의하면서 학생들에게 여론 조사의 한계점과 조사 결과의 해석에 대한 주의를 강조했습니다. 어제 미시간의 경선 결과는 앞으로 오랫동안 여론 조사의 오류에 대한 대표적인 예로 남을 것입니다. 또 '숨은 표심'이 과연 존재하는가? 그 의미와 영향에 대한 현상 연구가 더 절실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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