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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질긴 박근혜, 철도 민영화에 또 한걸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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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질긴 박근혜, 철도 민영화에 또 한걸음 더!

[기고] 국토부는 왜 철도 관제권을 회수하는가?

지난 20일 국토교통부는 그동안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위탁 관리하고 있던 철도 관제권을 회수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가 관리하는 '국가종합철도관제센터'를 신설해 철도 안전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그 이유다. 국토부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철도공사가 맡고 있는 관제 센터에서 항공기의 계기 비행 장치와 비슷한 KTX의 열차 자동 제어 장치가 원인도 모른 채 꺼졌다고 한다. 한국철도공사 관제 센터가 이런 사실을 상위 기관인 국토부에 보고하지 않는 등, 사고 은폐에 해당될 수 있는 행위를 해 철도 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고, 이 때문에 관제권을 독립시키겠다는 것이다.
일부 언론은 국토부의 발표를 그대로 인용, 대형 철도 사고를 막게 되었다는 내용의 보도까지 했다. 마치 관제권만 회수하면 사고가 저절로 막아질 것처럼 선전되고 있다. 국토부가 한국철도공사로부터 관제권을 빼앗겠다며 든 이유들은 일반인들이 보기에 타당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국토부가 예로 든 사안들은 제도를 잘 운영하고 책임을 명확히 하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방향 지시등이 문제가 있다며 멀쩡한 차를 폐차시키고 새차를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난 20여 년 넘게 지속된 철도 경쟁 체제 도입과 민영화를 향한 국토부의 집념이 숨겨진 채 관철되고 있는 형국이다.

관제권 환수의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지난 수년간 한국 철도의 모습을 보면, KTX 광명역 탈선 사고나 대구역 충돌 사고 등 중대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지만 사고율은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이다. 선진국인 미국, 네덜란드, 프랑스, 스페인 같은 곳에서도 대형 충돌 사고나 탈선 사고들이 이어졌다. 국가를 불문하고 철도 사고를 막기 위한 노력은 지속되고 있으며 한국 철도 역시 예외는 아니다. 대구역 충돌 사고는 개량 공사 과정에서 미비된 안전 시스템이 기관사의 신호 착각을 예방하지 못한 것이었다. 이런 인적 실수를 줄이기 위한 시스템 보완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철도에서 사고가 일어나는 원인은 관제실의 오류보다는 안전을 보장하는 신호 시스템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거나 차량이나 선로 등 시설의 유지 보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발생한다. 2000년 10월 17일 열차의 하중을 견디지 못한 선로가 300조각으로 갈라지면서 일어난 영국의 햇필드 역 사고는 민영 선로 보수 회사가 선로 보수를 외면한 결과였다. 이 사고로 4명이 사망하고 34명이 중상을 입었다.

국토부는 철도 관제도 항공 관제와 같이 운행사인 항공사로부터 독립된 형태로 가야한다고 밝혔다. 이런 주장은 국토부 철도 정책의 빈곤함만을 드러낼 뿐이다. 관제라고 해서 다 같은 것이 아니다. 항공 관제와 열차 관제는 관제라는 이름만 같을 뿐이지 그 적용 원리와 작동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국토부의 관제권 이관 근거가 타당하다면 안전성을 자랑하는 철도 선진국들도 관제권이 독립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세계 최고의 안정성을 자랑하는 일본 철도는 운영 기관이 직접 관제를 하고 있다. 독일 철도는 독일철도공사 산하의 자회사가 관제를 맡고 있다. 이런 것만 봐도 철도 관제를 운영 기관에서 독립시키는 것이 안전을 보장하는 절대조건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국토부가 한국철도공사로부터 관제권을 회수하려는 이유는 따로 있다. 그동안 추진해왔던 철도 경쟁 체제 도입 방침에 따른 여러 철도 운영 기관의 설립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 바로 관제권 회수 추진이다. 국토부는 동해남부선과 성남여수선에 대한 신규 운영 기관 입찰 공모를 추진해 왔다. 이와 함께 수서KTX를 필두로 한 다른 철도 운영 기관의 확대를 도입을 위해 철도공사의 관제권을 회수하려 하는 것이다.

즉,
국토부가 추구하는 철도 정책이 완결되면 한국철도공사는 여러 철도 운영 기관 중의 하나가 된다. 그런데 열차 운행을 총괄하는 관제권을 한국철도공사가 독점하면 불공정 경쟁이 발생하게 된다는 논리다.

현재 인천공항에 취항하는 항공사는 89개사이다. 항공 관제는 항공사로부터 시스템적으로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독립적 운영이 당연하다. 그러나 국토부가 아무리 경쟁 체제를 독려해도 한국 철도의 주간선에 수십 개의 철도 회사를 두는 것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비효율적이다.

대륙 철도의 꿈 꾼다면서한국철도공사 쪼개는 국토부
한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동일 노선에서 한국철도공사와 수서KTX라는 두 개의 고속철도 운영 기관을 갖게 되었다. 또 국토부의 방침에 따라 앞으로 건설되는 신설 노선에는, 한국철도공사를 제외한 다른 운영 기관에 우선권을 주는 경쟁 입찰 방식으로 운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이와 같은 로드맵은 국가 기반 시설을 대여받아 사업에 나서는 민간 사업자, 투자자, 외국 자본에게는 이익이 될지 모르겠다. 그러나 통합과 조화를 바탕으로하는 철도의 특성과는 떨어져있다.

특히 대륙 철도 연결 사업과 같은 국가적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야 하는데, 철도 운영 능력을 인정받은 국가 기간 공기업의 역할은 그런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 경영 능력이 없어 고속철도도 분리당하고, 각 지역 노선을 다른 운영 기관이나 민간 컨소시엄에 넘겨주는 한국철도공사가, 어떻게 민족적 숙원 사업인 대륙 철도 연결 사업을 주도하겠는가? 대륙철도 물류 시장의 국제 경쟁에서, 러시아나 중국의 대형 철도 운영 기관의 단순 하청 기관으로 한국철도공사가 전락하더라도 이상할 게 없다.
이번 정책을 주도한 국토부의 구본환 철도안전정책관은 20년 전부터 한국 철도의 민영화와 경쟁 체제 도입 정책을 추진해온 인사다. 구본환 정책관은 철도 적자를 줄이기 위해 한국철도공사의 강력한 구조 조정과 효율 경영을 강제해왔다. 그런 그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최근 철도 공기업 CEO들이 단기 영업 이익 강조와 신규 노선 개통 등 수익성과 운송에 치중한 나머지 안전이나 질서 유지에 소홀할 우려가 있었다"며 이를 위해서도 관제권 회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철도 적자를 줄이라고 압박하고 CEO들의 성과 지표로 경영 능력을 판단하겠다고 강요해온 게 국토부였고 그런 정책을 추진한 핵심 인사가 구본환 정책관과 같은 엘리트 관료들이었다. 그동안의 행태에 비하면 적반하장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상황과 조건에 따라 말을 바꾸면서도 끈질기게 정책을 밀어붙이는 관료들의 뚝심은 존경스러울 정도다. 그러나 국가 정책을 좌우하는 관료의 '확신'이 신자유주의적 세례에 굳어진 신념이고, 철도 산업에 대한 심각한 오해를 낳는 요인이 된다면, 한국 철도의 앞날은 매우 어두워질 수 밖에 없다. 한국 국민들에게도 재앙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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