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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신격호는 왜 일본에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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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신격호는 왜 일본에 갔을까?

[비즈니스 프리즘] 제2롯데월드, 신동빈 체제 살릴까 죽일까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19살 때 일본으로 건너갔다. 주머니에 있는 돈은 83엔. 1940년대 조선인 청년들이 종종 그랬듯, 신 총괄회장도 고학을 했다. 신문과 우유를 배달하며 학비를 벌었다.

한국에 임신한 아내를 두고 왔던 신 총괄회장은 일본에서 두 번째 결혼을 했다. 이 결혼이 그의 인생을 바꿨다.

'A급 전범' 시게미쓰 마모루의 조카 사위

그가 머물던 집 주인의 딸, 시게미쓰 하스코(重光初子) 씨가 두 번째 부인이다.

시게미쓰 하스코 씨의 외삼촌은 시게미쓰 마모루(重光葵) 전 일본 외무대신이다. 윤봉길 의사의 홍커우 공원 의거 당시 다리를 다쳤던 그는, 일본이 패망할 당시 미주리 함에서 목발을 짚고 항복 문서에 서명하는 모습으로 대중에게 각인됐다. 후에 'A급 전범'으로 처벌받았다. 하지만 곧 가석방으로 풀려났고, 정계에 복귀해 영향력을 발휘했다. 최근 개봉한 영화 <암살>에도 등장한다.

조선인에 대한 차별이 극심하던 일본에서 신 총괄회장이 대기업을 이룬 배경에는 처가의 영향력도 작용했다고 한다. 한국에서 결혼했던 첫 아내는 딸을 하나 낳았다. 신영자 롯데삼동복지재단 이사장이다. 신 총괄회장의 첫 번째 자식인 셈. 일본인 아내 시게미쓰 하스코 씨는 아들을 둘 낳았다.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다. 신 회장은 미스롯데 출신 연예인 서미경 씨에게서 낳은 딸도 호적에 들였다.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이다.


한국 롯데 매출이 일본 롯데의 20배

신 총괄회장은 지난 2012년까지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경영을 했다. 홀수 달엔 한국, 짝수 달엔 일본에 머무르는 식이다. 과거엔 일본 롯데의 비중이 컸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 롯데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한국 롯데의 매출이 일본 롯데의 20배다. 신 총괄회장 역시 지금은 주로 한국에 머문다. 서울시 소공동 롯데호텔에 집무실이 있다.

지난 28일 발생한 롯데 '왕자의 난'은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 사이의 힘의 격차와도 관계가 있다. 당초 신 총괄회장의 후계 구상은 장남 신동주에겐 일본 롯데를, 차남 신동빈에겐 한국 롯데를 물려준다는 거였다. 실제로 이런 식으로 계열사 경영을 맡겼다. 신동주, 신동빈 형제는 모두 일본에서 자랐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한국어를 거의 하지 못한다. 신동빈 회장 역시 한국 롯데를 경영하기 전까진 한국어를 못했다. 지금도 한국어가 능하지는 않다고 한다.

한국 롯데는 신동빈 회장 체제에서 꾸준히 성장했다. 신 회장은 성격이 외향적이고 금융에 밝다. 건설 및 개발 사업에 어울리는 자질이다. 일본 롯데는 신동주 전 부회장 체제에서 대체로 정체됐다. 자연스레 차남에게 힘이 쏠리게 됐다. 지난해 말 신 전 부회장이 그룹 내 주요 보직에서 물러나면서, 롯데그룹 전체를 신동빈 회장이 물려받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던 건 그래서였다.

지배 구조 정점은 일본 광윤사, 그리고 신격호

그런데 뇌관이 있었다. 전체 규모는 한국 롯데가 압도적이다. 그러나 지배 구조의 정점은 여전히 일본 롯데다. 후계 경쟁에서 밀려난 것으로 보였던 신동주 전 부회장이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과 함께 지난 27일 일본으로 향한 건 그래서다. 롯데그룹이 출발한 상징성이 있는 곳, 신 전 부회장이 최근까지 경영했던 곳이 바로 일본 롯데다.

일본 롯데그룹 지주회사는 일본 롯데홀딩스다. 또 일본 롯데홀딩스는 호텔롯데 지분 19.07%를 갖고 있다. 호텔롯데는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격이다. 일본 롯데홀딩스를 장악하면,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을 지배할 수있다. 신동주, 신동빈 형제가 갖고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은 약 20%로 거의 같다. 일본 롯데홀딩스 최대주주는 신격호 총괄회장이다. 28%를 갖고 있다. 이 지분이 누구에게 돌아갈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신동주 전 부회장 입장에선 여전히 해볼 만한 싸움이다.

눈에 띄는 대목은 또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27.65%를 갖고 있는 '광윤사'다. 소규모 포장재 제작 업체인데, 비상장 업체라서 지분 구조는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광윤사 지분 역시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이 29%씩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총괄회장 지분은 3% 정도지만, 12% 지분율을 가진 우리 사주가 신동빈 회장의 우호 세력으로 추정된다. 광윤사가 신동빈 회장을 지지한다고 해도, 신 총괄회장이 신동주 전 부회장을 지지한다면, 후계 구도는 달라진다. 문제는 올해 94세인 신 총괄회장이 자기 의사에 따른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느냐는 점인데, 이 대목에서 말이 많다.

▲ 사진 오른쪽에서 두 번째 노인이 신격호 총괄회장이다. 그가 지난 5월 22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타워 공사 현장을 방문했을 당시 찍은 사진이다. ⓒ롯데그룹

신동빈 체제 대표작 제2롯데월드, 동앗줄인가, 썩은 줄인가

신 총괄회장이 지난 27일 자신을 제외한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 전원에게 해임 통보를 했다. 그리고 얼마 뒤에 자신이 해임 통보한 이사에게 "그룹을 잘 부탁한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다만 이런 이야기는 신동빈 회장이 장악하고 있는 롯데그룹 측이 흘린 것이다. 실제로 롯데그룹은 지난 28일 관련 보도가 나오자마자 보도 자료를 냈다. 신동빈 회장 체제를 두둔하고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을 깎아내리는 내용이다. 신 총괄회장의 지분이 어디로 향할지 알 수 없으므로, 롯데그룹 후계 경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보는 게 맞다.


중요한 변수가 있다. 신동빈 회장 체제의 대표작인 '제2롯데월드' 사업이다. 안전성에 대한 의심은 여전하고, 입주 업체의 한숨도 깊다. 건설 과정에서 불거진 이명박 정권과의 유착 논란도 뇌관이다. 이명박 정권의 잘못을 본격적으로 털어내는 국면이 되면, 문제가 드러날 수 있다. '제2롯데월드' 사업에 대한 신동빈 회장의 애정과 자부심은 대단하다고 한다. '제2롯데월드' 사업이 실패로 끝날 경우, 롯데그룹 후계 구도는 다시 바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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