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판 '왕자의 난'이 불거졌다.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 총괄회장이 28일 전격 해임됐다. 일본 롯데그룹 지주회사인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이사 회장 자리에서 쫓겨난 것.
이번 사태는 치열한 후계 갈등이 빚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의 장남은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이다. 차남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인데, 장남과 치열한 후계 경쟁을 벌여왔다. 장남이 부회장 자리에서 밀려나면서, 경쟁의 승자는 차남으로 굳어지는 형국이었다.
장남은 이를 뒤집으려 했다. 그가 신격호 회장과 함께 지난 27일 비밀리에 일본으로 간 건 그래서였다. 신 회장은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자신을 제외한 일본롯데홀딩스 이사 6명을 해임했다. 차남인 신동빈 회장 측 인사들을 밀어내려는 조치였다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신동빈 회장은 즉각 반격에 나섰다. 다음날인 28일, 일본롯데홀딩스 긴급 이사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신동빈 회장 측 이사들은 "신격호 회장의 27일 이사 해임 결정은 정식 이사회를 거치지 않은 불법 결정"이라고 반박했다. 그리고 창업주인 신격호 회장을 전격 해임하는 결정을 내렸다.
아들이 아버지를 몰아낸 셈이다. 조선 초기, 태종 이방원이 주도한 '왕자의 난'을 그대로 빼닮았다. 이로써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의 2세 경영체제가 됐다.
그러나 아직 변수는 있다.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의 지분 비율 차이는 극히 미미하다. 지주회사인 일본롯데홀딩스의 경우, 두 형제가 각각 주식을 20% 안팎의 비슷한 비율로 갖고 있다. 그리고 신격호 회장의 이 회사 지분율은 28%다. 다른 계열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신 회장 및 다른 가족이 장남인 신동주 전 부회장을 지지한다면, 후계 구도가 바뀐다. 문제는 신 회장의 의중이다. 지난해 말 장남이 주요 보직에서 물러날 때만 해도, 신 회장이 차남을 더 선호한다는 해석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이번 사태에서 신 회장이 보인 태도는 반대의 해석을 낳는다. 신 회장은 올해 94세 고령으로 언어 구사 및 신체 활동이 원활하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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