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유연한 외양' 한 꺼풀 벗기면 '강경론 속살'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유연한 외양' 한 꺼풀 벗기면 '강경론 속살'

박근혜 8박9일 방미 결산해 보니…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8박9일 간의 미국방문을 마치고 지난 19일 귀국했다. 이번 미국방문에서 박 전 대표가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외교·안보 지도자'로서의 이미지.

실제로 그는 이번 방미 기간 동안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 잭 클라우티 미 국가안보회의(NSC) 부의장 등 미국 정부의 핵심 인사들을 만나 6자회담,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 등 외교 현안을 논의했고, 하버드대 케네디 스쿨 강연, 워싱턴 내셔널프레스클럽 강연 등을 소화했다.

귀국 직후 박 전 대표 캠프의 한선교 대변인은 "핵심 인사들을 만나 한반도 문제를 논의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외교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했다"고 자평했다. 일각에선 '박근혜 독트린'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방미 중에 나온 그의 발언에는 외교안보 분야에 관한 박 전 대표의 노선이 담겨 있다.

대북 강경론 그대로
▲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미국방문을 마치고 19일 오전 인천공항에 도착해 환영인사들과 환담하고 있다. ⓒ연합

특히 그는 각종 국내외 현안에 대해 유화적인 포장지에 강경한 색채의 내용을 담아내는 나름대로 '세련된 접근법'을 구사한 것으로 평가된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한반도 문제에 대한 태도. 그는 지난 13일(이후 모두 현지시간)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강연 후 가진 질의응답에서 "북한을 개혁과 개방으로 변화 시켜 남북의 평화정착을 이루자는 포용정책의 근본취지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물론 그는 "포용정책은 원칙 없이 한계를 긋지 않고 무조건 지원하는 바람에 북한이 핵실험까지 하게 됐다"며 "(집권하면) 원칙 있는 포용정책을 통해 북한의 개혁과 개방을 이루겠다"고 강조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과는 상당한 거리를 뒀다.

박 전 대표는 특히 "북한 핵문제 해결은 동결이 아니라 완전 핵 폐기"라며 "북이 핵을 갖고 있는 한 남북한 간의 진정한 전면적 교류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발언 직후 날아든 6자회담 타결 소식에도 불구하고 대북 강경론에 근거한 박 전 대표의 기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대목.

그는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6자회담, 안보리 제재와 대량학살무기 확산방지구상(PSI), 미북 접촉, 남북대화 등의 4가지 열쇠(key)를 모두 통합해야 한다"고 '제재 병행론'을 분명히 했다.

특히 대북지원 재개 문제와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반대론은 확고했다. 그는 15일 워싱턴 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서 "북핵문제 해결 없이는 정상회담은 의미가 없고, 자칫 북한의 핵보유에 면죄부만 주는 꼴이 될 수 있다"고 면서 "핵위협 상황에서 개성공단, 금강산사업은 현 단계에선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14일 워싱턴 내셔널프레스클럽 강연에선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안보체제 중 하나인 한미연합사를 해체하고 작통권을 이양하려는 것은 잘못된 선택"이라며 "한국과 미국의 우정이 한 단계 성숙하기 위해서는 이 문제가 원점에서 재검토 되고, 새로운 '신 한미안보협정'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1950년 한국전쟁이 첫 번째 위기라면, 지금은 두 번째 안보위기"라고 북한 핵실험 이후의 현실을 규정했다.

이 과정에서 박 전 대표는 "북한은 해외에서 우리 대통령에 대한 폭탄 테러를 자행했으며 KAL기 폭파, 서해 교전 등 북한이 자행한 대남 폭력도발 행위의 리스트는 실로 길다"면서 "어머니께서도 북한의 사주를 받은 사람의 총탄에 돌아가셨다"고 개인사를 엮기도 했다.

이같은 그의 일련의 발언들은 6자회담 타결과 평화국면 형성에도 불구하고 그가 '정체성' 문제를 무기로 보수층 결집에 주안점을 두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은 딸로서…"

박 전 대표는 민주화 운동에 대해서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대한민국의 역사"라며 "이로써 대한민국은 20세기 후반 산업화와 민주화를 함께 달성한 유일한 나라가 됐다"고 긍정적 평가로 시작했다.

그는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강연에서 "민주주의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 수많은 분들의 용기와 희생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면서 "이 분들의 희생 덕분에 오늘날 한국의 민주주의가 꽃을 피우게 됐다"고 말했다.

민주화 운동에 대한 유연한 언급으로 '독재자의 딸'이라는 비판을 희석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되지만, 인혁당 등 구체적인 과거사 문제에 이르러선 예의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박 전 대표는 13일 워싱턴의 한 호텔에서 열린 교포언론 간담회에서 "(인혁당 문제는) 국내에서도 얘기했듯이 그 때도 법정에서 결정한 것이고 이번에도 법정에서 결정한 것"이라며 "내가 사과하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니라 역사가 평가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나아가 그는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을 했던 민주인사라는 분들은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한 면에서는 진정 민주화에 헌신한 분이 있고, 또 한 쪽은 민주화의 탈을 쓴 친북좌파가 있다"면서 "(나에게 사과하라고) 그렇게 말하기에 앞서 (친북좌파들도) 서해교전, 1.21사태, 울진삼척 무장공비 사건의 피해가족에 대한 사과해야 한다"고 받아쳤다.

이와 함께 그가 강조한 것은 박 전 대통령 시절의 '개발주의 경제모델'의 성과. 박 전 대표는 하버드대 강연에서 "1961년 1인당 국민소득 82달러에 불과했던 한국이 올해는 2만 달러를 눈 앞에 두고 있다"면서 "겨우 40여 년 만에 국민소득은 250배, 수출액은 3000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나는 반드시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일으키겠다"며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은 딸로서 저만큼 선진국을 잘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성과'는 활용하고, '그늘'에는 눈을 감는 이중적인 모습을 드러냈다는 평가를 피해가지 못했다.

확연해진 자신감

이번 미국 방문에서 박근혜 전 대표는 자신감 넘치는 발언을 연이어 쏟아냈다. 차기 지도자의 자질에 관한 3인칭 화법이 아니라 "내가 집권하면" 식의 직접적인 어조가 확연했다.

하버드대 강연에선 "위기의 조국을 구하기 위해 나섰다(I'm in to save my country)"고 강조했다. 이는 "대선 승리를 위해 나섰다(I'm in to win)"는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출마선언과 오버랩 되면서 자신의 집권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밝힌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또한 그는 16일 로스엔젤레스 코리아타운의 한 교회에서 열린 자신의 후원회 발대식에선 "오직 나라와 국민을 위해 한 치 물러섬 없이 나아가겠다"면서 "나는 결혼도 안 했고 자식도 없다. 나에겐 국민이 가족이고 대한민국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이 행복하지 않으면 나도 행복하지 않다"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자랑스런 선진 한국을 만들어 보이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이명박 전 시장과의 지지율 격차, 설 연후 직후부터 전개될 검증공방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원칙'을 강조하는 특유의 스타일로 정면에서 돌파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다만 외교안보, 과거사 분야에 대해선 여전히 강경론으로 일관함으로써 '평화'와 '화해'라는 해당분야 키워드를 수용하는 데에는 한계를 드러냈다. 치밀한 계산이 엿보였던 이번 방미 활동에서도 박 전 대표를 옭아 매 온 '보수의 덫'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얘기다.
<박근혜 전 대표의 미국방문 주요 발언>

▶박정희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은 딸로서 저만큼 선진국을 잘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본다."

▶북한
"북한은 해외에서 우리 대통령에 대한 폭탄 테러를 자행했으며 KAL기 폭파, 서해 교전 등 북한이 자행한 대남 폭력도발 행위의 리스트는 실로 길다. 어머니께서도 북한의 사주를 받은 사람의 총탄에 돌아가셨다."

▶한미관계
"미국은 가장 가깝고 좋은 친구, 피를 나눈 형제와 같은 존재다. 작통권 문제는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과거사
"인혁당 문제에 대한 두 판결에 차이가 나니 둘 중에 하나는 잘못된 것이다. 친북좌파들도 서해교전, 1.21사태, 울진삼척 무장공비 사건의 피해가족에게 사과하라."

▶2007 대선
"위기의 조국을 구하기 위해 나섰다"
"오직 나라와 국민을 위해 한 치 물러섬 없이 나아가겠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