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하고 있는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현지시간으로 12일 6자회담 타결과 관련해 "긍정적이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북한 핵은 동결이 아니라 완전 폐기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전 대표는 이날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존 F 케네디 주니어 포럼'에서 '대한민국과 미국, 함께 나눌 미래'라는 주제로 열린 특강에서 "미국을 비롯한 6자회담 당사국들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이 문제를 먼저 해결하고 그게 해결되면 남북한 공동발전을 추구하려 한다"고 말했다.
"한미동맹의 파괴, 용납하지 않을 것"
영어로 진행된 이날 강연에서 박 전 대표는 "북한의 핵실험으로 한반도의 안보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면서 "1950년 한국전쟁이 첫 번째 위기라면, 지금은 두 번째 안보적 위기"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포용정책의 근본 취지에는 찬성하지만 원칙을 지키지 않아 완전히 실패하고 말았다"면서 "한계를 긋지 않고 북한이 핵실험까지 했는데도 북에 대해 무조건적 지원을 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는 "(집권하면) 원칙있는 포용정책(engagement policy)을 전개하려 한다"면서 "핵문제 해결을 대북정책의 최우선에 둘 것이다. 굳이 정치, 영토적 통일을 하지 않더라도 군사적 대결이 사라지고 왕래가 자유로워져 남북 경제공동체가 되면 그것도 작은 통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6자회담, 유엔 안보리 제제,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미북접촉, 남북회담 등 4가지 '키(열쇠)'가 동원되고 있다"면서 "북핵이라는 단단히 잠긴 문을 열려면 이 요소들을 모두 통합해 실질적 진전이 이뤄지도록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박 전 대표는 "4가지 키 외에 북핵 해결을 위해 결정적 중요성을 갖는 또 하나의 키가 바로 한미동맹"이라며 "한미관계가 이혼 직전의 부부관계라는 비유마저 등장하고 있지만, 앞으로 한미동맹의 미래를 결코 비관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국민도, 미국 국민도 더 이상의 동맹 파괴 행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어떤 경우에도 북핵은 용납될 수 없다는 국제 사회의 강력한 의지가 유지돼야 하고, 이 점이 북한에 일관되게 전달돼야 할 것"이라며 "한국 정부도 유엔 안보리 제제 조치와 PSI 조치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걸어가야 할 외교적 입장 역시 자주냐 외세냐의 이분법이 아니라, 국가 이익을 생각하는 실리외교를 펴야 한다"면서 "한미동맹도 21세기에 맞게 더욱 성숙시키고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을 구하기 위해 나섰다"
이어 그는 또 "지금 한국은 자유냐 평등이냐, 성장이냐 복지냐, 민족공조냐 한미공조냐 이런 대립으로 혼란과 정체에 빠져 있다"면서 "한국이 가야 할 길은 분명하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더욱 발전시키고, 법치주의를 확립하고 노사관계에 원칙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년 12월에 있을 한국의 대선은 한미동맹의 운명이 걸린 선거이며, 제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미국과 진솔한 대화를 통해 한미동맹의 미래를 설계해 나갈 것"이라며 "나는 조국을 구하기 위해 나섰다(I'm in to save my country)"라고 말했다.
이는 최근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대선출마 선언하면서 사용한 "I'm in"이라는 말을 인용한 것.
한편 한미 FTA 협상과 관련해 그는 "최소한 양국 어느 한 쪽이라도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는 국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 "미국에서 생각하는 산업적인 측면만을 갖고 한국농업, 특히 쌀시장의 개방을 요구한다면 한국민들의 동의를 얻어내기가 상당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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