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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에 바라보는 '대선기상도'…누가 유리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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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에 바라보는 '대선기상도'…누가 유리한가?

얽히고설킨 정치 이야기 7가지를 풀어본다

온 국민이 '정치 9단'이 되는 설 명절이다. 올해는 특히 대선이 있는 해다. 그래서인지 예년에 비해 짧은 연휴임에도 불구하고 여야 정치권은 '설 민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권의 어떤 정파는 연휴 뒤 '설 민심동향 간담회'까지 연다고 한다.

가장 궁금한 건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이냐'이겠지만 그 누구도 한달음에 대통령이 되는 경우는 없다. 그리고 12월 대선은 아직도 멀었다. 뒤죽박죽, 우여곡절이 있을 것이다. 여의도를 보며 눈살을 찌푸릴 일도 있을 테고 조마조마한 일도 있을 것이다. 그게 과정이다.


벌써부터 정국은 달아올랐다. 특히 설을 앞두고 터진 '이명박 X파일' 사건은 한나라당을 집어 삼킬지도 모를 핵폭풍의 조건을 갖췄다. 지지율 1위의 대선주자의 과거행적, 그것도 돈과 비리가 얽힌 의혹이기 때문이다. 설 연휴는 물론이고 그 뒤에도 당분간 이 문제가 최대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문제를 포함해 가족, 친지들과의 얘깃거리가 될만한 일곱 가지 주제를 뽑아 봤다. 최근의 정치 상황과 향후 대선 정국을 전망할 때 참고자료가 되기를 기대한다. 즐거운 설 명절인 만큼 너무 무거운 논쟁거리는 다음 기회로 미뤄두자.<편집자>


1. 이명박 고공행진, 어디까지?
▲ 이명박 대세론은 계속될까? 17일 한나라당 충남도당 신년인사회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아직까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지지율을 단연 독보적이다. 16일 발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에 따르면 그는 48.5%로 압도적인 1위 자리를 유지했다. 22.7%로 2위를 기록한 박근혜 전 대표와는 더블스코어가 넘는 차이.

그러나 1등은 언제나 위험에 노출돼 있는 법. 2002년 이맘때 쯤 이 전 시장에 못지않던 '이회창 대세론'은 결국 결승점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대세론에 안주해선 도전자들의 공격을 버텨낼 수가 없다.

게다가 이 전 시장 스스로 "1대9의 싸움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토로할 만큼 여야를 막론하고 공격의 초점은 그에게 집중돼 있다. 당 내에는 만만치 않은 라이벌도 있다. 연일 검증공세를 퍼붓는 박근혜 전 대표의 화력이 만만치 않다.

정인봉 전 의원이 '이명박 X파일'을 들고 선봉을 자처했다. 불발탄에 그치는 듯 보였던 '정인봉 파동'은 이 전 시장의 측근이던 김유찬 전 비서관이 새로운 주장을 하고 나서면서 재점화됐다. 그는 96년 이 전 시장의 선거법 위반 재판 당시 "이 전 시장 측이 1억2500만 원 상당을 제시하며 위증교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전 시장 측으로부터 차마 입에 담지 못할 험악한 말을 들으며 "살해 협박으로 느꼈다"고도 했다.

물론 그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물증을 남기지는 않았지만 이 정도만 해도 이 전 시장에게는 치명적 상처가 될 수 있다. 게다가 박근혜 전 대표 측의 극구 부인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캠프-정인봉-김유찬 사이에 치밀한 사전 각본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게다가 시중엔 이보다 더 많은 '이명박 X파일'이 다양한 버전으로 나돌고 있다. 제2, 제3의 정인봉, 김유찬은 반드시 나온다는 얘기다. 대세론은 단 한번에 무너질 수도 있지만, 가랑비에 옷 젖는 식으로도 꺾인다. 정인봉 파동을 겪으며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은 열흘 만에 4.8%포인트가 떨어졌다.(KSOI 조사)

이 전 시장의 '몸 사리기'도 자충수가 될 수 있다. 내륙운하 등 자신의 의제 외에 그는 최근 웬만해선 각종 현안에 대해선 침묵하거나 원론적 얘기로 비껴간다. 관중들이 싸우지 않는 선수에게 호응하는 일은 없다. 1등의 가장 무서운 적은 '타성'이다.

2. 이명박-박근혜, '싸움의 끝'은 어디인가?

정인봉 파동을 거치며 한나라당은 크게 출렁였다. 검증 자료의 파괴력을 떠나 이명박 박근혜의 분열 가능성이 점차 얼개를 갖춰가고 있기 때문. 한나라당의 심재철 홍보기획본부장은 16일 "국민들은 이번 설 이야기 중에 한나라당이 분열하지 말아야 할 텐데 하는 걱정들을 많이 하겠지만 우리들은 절대 분열하지 않는다"고 다잡았다.

하지만 김정훈 의원은 "상대는 아직 나타나지도 않았는데 한나라당 선수들만 링에 올라 서로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며 "극단적으로 당이 분열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말했다. 연초까지만 해도 설마 하던 분위기와는 딴 판이다.

특히 '정인봉 파동'이 김유찬 씨의 폭발력 있는 주장으로 되살아나면서 이명박, 박근혜 진영은 거의 전면전 분위기다. 이 전 시장 측은 즉각 박 전 대표 측의 '정치공작'이라고 반격했다. 이러다간 당내 경선 문턱에도 가기 전에 어느 한 쪽이 치명상을 입고 고꾸라지거나, 당을 뛰쳐나가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게다가 양측의 이전투구가 과열돼 감정이 골이 패이고 두 사람에게 줄을 선 의원들도 서로 등을 돌리면 분열은 돌이킬 수 없는 수순이 될 수 있다. 여기에 경선 방식에 대한 양측의 합의가 도출되지 못할 경우 분열의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 있다. 한나라당엔 이를 제어할 컨트롤타워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지지기반도 거의 겹치지 않는다. 이 전 시장은 수도권의 30~40대, 화이트칼라 등인 반면 박 전 대표의 지지층은 농촌지역, 보수적 유권자들이 핵심이다. 갈라서도 자기 기반이 유지된다는 계산이 나올 법하다.

3. 손학규, 여권行?
▲ 손학규의 고민은? 손 전 경기지사가 4일 광주 무등산을 등반한 후 증심사에 들러 예불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런 양강의 틈바구니에서 손학규 전 지사의 향후 행보도 관전 포인트. 그의 지지율은 양강에 한참 못 미치는 4.2%(KSOI). 이변이 없는 한 한나라당 내에선 전망을 세우기가 녹록치 않다.

유권자들도 그를 유혹한다. 최근 KSOI 조사에서 손 전 지사와 관련해 "후보는 좋지만 당이 싫다"는 응답이 48.2%에 달했다. 이명박(39.5%) 박근혜(17.3%)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치다.

여권에서도 러브콜을 받고 있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의장은 공개적으로 손 전 지사가 여권의 오픈프라이머리에 참여할 것을 요청했다.물론 김근태 전 의장이나 탈당파 두 그룹을 이끄는 김한길 의원, 천정배 의원은 난색을 표하고 있지만, 범여권 통합 과정에서 '손학규 합류'가 가져올 시너지 효과에 주목하는 저변은 꽤 넓다.

특히 그는 최근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 계승론'을 화두로 한나라당은 물론이고 박근혜-이명박과 확연히 구분되는 독자행보를 걷고 있다. 이에 대해 여권의 제 세력은 모두 환영했다. 손 전 지사 본인은 한나라당 탈당 관측에 손사래를 치지만 뚜렷한 명분과 조건이 주어지면 손학규발(發) 지각변동이 일어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4. '아웃복싱' 정동영-'인파이팅' 김근태, 살아날까?

이처럼 날고 기는 한나라당 주자들이 이슈와 여론을 선점한 가운데 범여권의 제세력은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저마다 '대통합' 레이스에 뛰어들었지만 열린우리당이건 탈당파건 반전의 기회가 쉽게 찾아오긴 힘든 처지다. 대통합 논의가 지루한 과정을 남겨둔 가운데 일차적으로 관심이 가는 대목은 정동영, 김근태 등 두 전직 의장의 기사회생 여부.

이미 정동영 전 의장은 본격적인 대선행보를 시작했다. 정 전 의장은 15일 "서민들 속에서 통합신당의 정체성을 '몸'으로 제시하겠다"는 '탈(脫)여의도, 서민 속으로' 선언과 함께 두 달 일정으로 '민심기행'을 시작했다. 무계보 선언, 노무현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이어 당과도 일정한 거리를 두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정 전 의장 측은 "앞으로 여의도 정치를 벗어나 이른바 '신소외계층'인 도시빈곤층, 자영업자, 농민, 중소기업 근로자들과 함께 지낼 것"이라고 말했다. 범여권 통합 논의 등 여의도 정치에 구애받지 않고 범여권의 대선후보로서의 입지를 분명히 하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이와 함께 정세균 의장이 진두지휘하는 우리당의 통합논의가 지지부진하면 1~2개월 내에 탈당을 결행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 지난 12월 당 진로를 논의하기 위한 긴급 조찬회동 자리에서 악수하고 있는 김근태, 정동영 전 의장. ⓒ뉴시스

아웃복싱을 하는 정 전 의장과 달리 김근태 전 의장은 철저한 인파이팅을 할 예정이다. 김 전 의장 측은 "지금은 어느 누구도 전체 여권의 상황을 방치하고 개인 행보만으로 지지율을 올릴 수는 없을 것"이라며 "이른바 여권의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정동영, 천정배 등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의장 직을 벗은 뒤 대통합 논의에 매진하겠다는 뜻이다.

김 전 의장은 설 연휴를 서울 도봉구 창동 자택에서 가족들과 조용히 보낸 뒤 다음주엔 4박 5일 일정으로 제주도를 찾을 예정이다. 휴식기간 이후에도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는 나서지 않고 정치권 바깥 인사를 만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의장의 한 측근은 휴식도 정치적인 것 아니겠느냐"며 "여기저기 다니면서 구경도 하고 사람도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당을 명실공히 대통합의 중심으로 세우기 위해선 외부세력 영입 작업이 빠른 시일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5. 공개된 히든카드, 정운찬-문국현-강금실?

이미 세 갈래로 나뉜 범여권은 어느 그룹을 막론하고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에 대한 기대가 높다. 정작 본인은 "열린우리당에서 거론되는 게 더 싫다"며 거부반응을 보였지만, 실제로는 당분간 여의도와 거리를 두고 '대선 공부'를 하고 있다는 관측이 대다수다.

그와 막역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진 김종인 민주당 의원이 최근 범여권의 대선 토론회에 참석해 새로운 구심점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등 범여권의 의원들과 접촉을 늘리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이계안 의원도 최근 한 라디오프로그램에 나와 "정 전 총장이 자신의 입장만 생각해 '시대적 소명'을 저버리지 않을 것으로 안다"고 말해 그의 출마 가능성을 열어뒀다.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도 빠지지 않고 거론된다. 최근 '창조한국 미래구상'과의 접촉이 잦았고,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내륙운하 구상을 비판하는 등 눈에 띄는 정치적 행보를 보였다. 한 여권 인사에 따르면 문 사장 역시 "나는 정치수업을 받은 적이 없다"며 사양하고 있지만, "대안이 없다면"이라는 전제를 달아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한다.

얼마전 <서른의 당신에게>라는 산문집을 낸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의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한 관심도 높다. 강 전 장관은 "대선주자에서 이름을 빼 달라"고 하소연할 정도였지만 16일 발표된 KSOI 여론조사에선 범여권의 가장 기대되는 제3의 대선후보로 꼽혔다.

이 조사에서 강 전 법무장관은 20.3%를 얻었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16.5%, 박 원순 변호사 3.0%, '문국현 유한킴벌리 회장' 0.7%로 그 뒤를 이었다.

6. '노무현 끗발' 어디까지 갈까?
▲지난 25일 신년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뉴시스

여권이 지리멸렬하다보니 대선정국의 키를 쥔 사람은 단연 노무현 대통령이다. 개헌 발의, 한미 FTA, 남북정상회담, 자신의 탈당 여부 등 가지고 있는 카드가 많다. 적어도 상반기 내내 써먹을 정도의 분량은 된다.

청와대는 여론의 향방과 관계없이 일단 3월 초 개헌안을 발의한다는 계획이다. "개헌을 전제로 당에서 요구한다면"이라는 조건을 달아 탈당 가능성도 열어뒀다. 한나라당은 '무시'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지만 일단 개헌안이 발의되면 '이유 있는 반대'라도 내놔야 한다.

13일 타결된 6자회담에 힘입어 남북정상회담 추진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기 전에 모종의 외교적 성과를 내놓으려 한다는 관측도 남북정상회담의 성사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다. 대선정국 한 가운데에서 종전 선언 및 평화협정을 이끌어 낼 경우의 파급력은 간단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FTA(자유무역협정) 체결도 정국을 흔들 변수다. 청와대는 일단 3월말 내지 4월 초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사안은 범여권 내에서도 각 그룹별로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사안이라 후폭풍이 만만치 않은 사안이다.

이런 현안이 아니어도 노 대통령은 여야의 대선 후보들을 견제할 가장 큰 파워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고건 전 총리도 노 대통령의 "실패한 인사"라는 견제를 받은 이후 맥없이 무너졌다. 범여권의 세 그룹이 너나없이 노 대통령과 거리를 두려고 하지만 그의 영향권 밖으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는 이유다.

7. 북풍은 훈풍? 냉풍?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타결됐다는 소식이 여권에 득일까? 얼핏 '한반도 평화'를 주창해 온 범여권 주자들에게 이 소식은 '훈훈한 북풍'처럼 보인다.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으로의 대체, 북미 수교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햇볕정책 계승'을 주창해 온 범여권의 주자들이 한나라당과의 차별성을 드러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측면에선 북핵 해결 국면이 이들에게는 '팍팍한 모래바람'이기도 하다. 정동영, 김근태, 천정배 등 대선주자들은 6자회담 타결 소식이 전해진 13일 즉각 환영 논평을 내놨으나 속내는 그리 편치 않은 기색이다.

무엇보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번 합의를 통해 대북 관련 주제를 지속적으로 이끌 것으로 전망되면서 자신들의 의제 설정력이 반감될 수 있기 때문. 노 대통령을 넘어서야 전망이 나오는 범여권 대선주자들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어긋나는 대목이다.

이는 CBS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한 여론조사에서 '2.13 합의' 직후 노 대통령의 지지도는 4% 포인트 상승해 20% 대로 재진입한 반면 열린우리당에 대한 지지도는 14일 전당대회를 치렀음에도 오히려 0.4% 포인트 떨어져 14.5%에 그친 데서도 나타난다.

남북정상회담 문제 역시 한나라당과 대립선을 그을 수 있는, 반(反 )한나라당 전선 구축의 유력한 이슈이지만, 성사 시 열매는 노 대통령에게 돌아간다는 점이 부담스러운 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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