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 사건을 9개월 동안 수사해 온 검찰이 7일 그간의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지난 2003년 미국계 투자펀드인 론스타에 외환은행이 '불법으로 매각'됐다고 밝혔다.
당시 변양호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과 이강원 외환은행장이 론스타 측과 공모해 고의로 은행 자산을 저평가하고 부실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정상가보다 3443억~8252억 원 정도 낮은 가격으로 은행을 매각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같은 수사결과를 바탕으로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과 하종선 변호사 등 2명을 특정경제범죄처벌법 상의 배임죄 등으로 구속 기소하고 변양호 전 재경부 국장과 이달용 전 외환은행 부행장 등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또한 외환은행이 론스타에 매각된 뒤인 2003년 말에 외환카드를 인수할 당시 '허위 감자설'을 유포해 소액주주들에게 손해을 입힌 혐의(증권거래법 위반)을 받고 있는 유회원 현 론스타코리아 대표는 대법원의 재항고 결정이 나오는 대로 기소할 계획이다,
또 검찰은 미국으로 도주한 스트븐 리 전 론스타코리아 사장, 검찰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은 론스타의 엘리스 쇼트 부회장과 마이클 톰슨 법률 고문 등에 대해서는 범죄인 인도 절차를 통해 신병이 확보되는 대로 수사를 재개할 계획이다.
박영수 대검찰청 중수부장은 "외환은행 매각 관련 로비나 외환카드 주가 조작 등을 둘러싼 미진한 의혹은 중수부에 특별전담팀을 별도로 편성해 계속 수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당초 예상대로 2003년 당시 정부의 최고위층의 혐의는 확인하지 못했고, 이에 따라 이들에 대한 사법처리도 포기했다.
검찰은 론스타 측의 로비를 받고 매각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김진표 전 경제부총리와 김광림 전 차관, 론스타 측 법률자문을 맡았던 김앤장 고문을 지낸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등에 대해 모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또 금융감독원이 공식 확인한 외환은행의 2003년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전망치가 9.14%라는 사실을 알았던 김석동 전 금융감독위원회 감독 정책1국장이 론스타에 은행법 상의 예외승인 조항이 적용되도록 주도했다는 의혹도 검찰은 확인해내지 못했다.
이같은 수사결과 때문에 검찰은 9개월에 걸친 장기간의 수사에도 불구하고 몸통에는 손도 대지 못하고 깃털만 건드리고 말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에 대해 검찰은 "수사대상이 외국투자회사, 정부부처 및 금융기관이고 특히 정책결정이나 자금집행에 관한 중요 인물과 결정적 자료들이 대부분 외국에 있는 관계로 수사상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어 "게다가 이 사건을 수사하는 와중에 '외환은행 매각은 경제부처의 정책적 판단에 따라 이뤄졌다'는 주장과 이번 수사를 '반외자 정서를 자극하는 포퓰리즘적 수사'라는 일부 해외언론의 비판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검찰은 "국가정책이라도 국민의 요구가 있다면 그 절차나 내용에 있어서 원인과 책임이 규명돼야 한다"면서 "외국기업이라고 해서 차별돼서는 안 되지만, 국내 자본시장의 규범이나 질서에 어긋날 때는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런 취지에서 모든 수사역량을 동원해 진상을 규명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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