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원 구속…外銀 '헐값 매각' 실체 드러나나

'증거인멸' 우려…검찰, 금융당국으로 수사확대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 사건과 관련해 이강원 전 행장이 7일 새벽 검찰에 구속됐다. 이로써 '헐값매각'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금융당국으로 확대되는 등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이날 론스타 경영진의 '주가조작' 혐의에 대한 영장 재심사가 예정돼 있어 이에 대한 결과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이상주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 전 행장에 대해 "여러 범죄 혐의 중 구속영장 발부에 필요할 정도로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인정되며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부장판사는 구속사유 중 '도주 염려'는 포함시키지 않았지만 '증거 인멸 우려'에 비중을 둬 주목된다. 이 부장판사는 "범죄의 특성상 피의자의 지위에 비춰 증거 인멸의 개연성이 높고, 실제로 피의자는 수사를 받으면서 관련자들을 접촉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 부장판사는 '관련자'에 대해서는 "수사기밀에 해당할 수 있다"며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다.
  
  검찰, 금융당국 관련자들로 수사 확대
  
  이 전 행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크게 '배임'과 '배임 수재'의 두 가지 혐의이다. 배임 혐의는 주로 외환은행의 매각 과정에서 이 전 행장이 론스타 측에 유리하도록 영향력을 행사(부실 과장)해 주주 등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혐의이고, 배임수재는 인테리어 공사, 전산망 교체 등을 실시하며 납품업자로부터 4억8000만 원을 받는 등 지위를 이용해 모두 19억8000만 원을 부당하게 받아 챙긴 혐의이다.
  
  법원은 이 두가지 혐의에 대해 "구속영장 발부에는 어느 한 혐의만 소명돼도 충분하다"고 말해 어느 한 혐의만 인정된 것인지, 모든 혐의가 인정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검찰이 최근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이 전 행장이 재정경제부, 금감원, 금감위 등 금융당국 실무자를 접촉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어, 수사가 외환은행 부하직원들뿐만 아니라 금융당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 전 행장을 구속함에 따라 조만간 '관계자'들을 잇따라 소환해 조사를 벌일 계획이어서 금융당국 관계자들을 긴장케 하고 있다. 검찰은 이르면 이번 주말께부터 소환조사 작업에 착수할 전망이다.
  
  반면 이날 구속수감 된 이 전 행장은 자신의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이 전 행장은 서울구치소로 향하며 "저는 취임 직후부터 임직원들이 거리로 쫓겨나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였고 당시 외환은행은 위기였으며 론스타가 유일한 대안이었다"며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으며 양심의 가책을 느낄 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 전 행장은 "개인 비리와 관련해서는 단돈 1원도 사실이 아니다. 앞으로 사법 과정을 통해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론스타 경영진 체포영장 재심사 결과 주목
  
  한편 7일 오후에는 이미 한 번 기각된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를 비롯한 론스타 경영진의 '주가조작' 혐의에 대한 체포영장 재심사가 실시된다. 법원은 지난 주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는데, 당초 '한 자도 고치지 않고 영장을 다시 내겠다'던 검찰이 영장을 재청구하며 30여 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추가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추가자료에서 증권전문가의 의견서, 외환은행 소액주주의 피해 진술서 등을 첨부해 '범죄의 중대성'을 강조한 것으로 정해져, '범죄의 중대성' 판단에 이견을 보였던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