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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정부, 건설업체 뒤 봐준다는 의혹부터 벗어라"

[기자의 눈]백가쟁명식으로 쏟아지는 부동산 대책들

경제정의실천연합은 7일 경기도 화성동탄 신도시 개발 공사에 참여한 29개 민간 건설업체들이 땅값을 부풀려 2908억 원의 추가 이윤을 가져갔다고 폭로했다.

건설업체들이 소비자 몰래 가져간 이윤 규모 자체도 놀라운 일이지만, 이를 지방자치단체인 화성시가 방조했다는 대목은 더욱 놀랍다.

경실련은 "자치단체인 화성시가 제대로 검증만 했다면, 아파트 분양가가 15%는 낮춰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용적률과 건폐률 기준을 완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긴급 부동산 대책인 11.3 정책이 실현된다고 가정했을 경우, 전문가들이 분양가 5% 인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사실을 감안하면, 이같은 경실련의 주장은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11.3 정책은 '나랏 돈 풀어 분양가를 잡는다'거나 '신도시 개발 취지에 역행한다'는 등의 비판을 면하기 힘든 반면, 자치단체가 자신의 권한만 사용하면 분양가를 낮출 수 있다는 경실련의 주장은 조금 더 솔깃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자치단체장이 민간 아파트 분양가에 대해 갖는 권리란, 아파트 사업계획 승인권과 분양 승인권 등을 말한다. 즉 원가가 터무니없이 부풀려져 있을 때, 자치단체장은 이 공사에 대한 승인을 거부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자치단체장은 이같은 권리를 행사하지 않거나 행사하더라도 소극적으로 활용한다는 것이 지금까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번에 경실련이 폭로한 동탄신도시 사례를 봐도 각종 승인권이 있는 화성시는 건설업체들이 제출한 자료를 검증하기 보다는 그대로 도장을 찍어준 혐의가 농후하다.

화성시의 한 담당자는 지난 6일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건설업체가 제시하는 원가가) 투명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하면서도 "(실무자 입장에서는) 부풀려진 원가를 보면서도 '눈 뜬 장님'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나 모든 자치단체가 이처럼 무책임 태도를 취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기초단체장은 앞서 언급한 사업계획 승인권과 분양 승인권을 적절히 활용해 민간 아파트 분양가를 적절히 조절해 왔다.

특히 천안시는 적정 분양가를 매년 정한 뒤, 건설업체들이 이 가격 아래에서만 분양하도록 하는 '분양가 상한제'를 실시하고 있다.

천안시의 한 관계자는 "아파트 분양가는 땅값과 건축비에 적정 이윤을 더해 합리적으로 결정돼야 한다"면서 "그러나 요즘은 아파트 시세가 곧 '분양가'가 되는 모순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난 3년간 24개 업체가 분양가 상한선에 맞춰 1만 여 세대를 분양했지만 망했다거나 손해 봤다는 업체는 없다"고도 덧붙였다.

즉, 천안시는 건설업체들이 폭리를 취하지 못하도록 감독한 행위만으로도 '내 집 마련'이 꿈인 오늘날 대다수 서민들 중 일부인 천안시 시민들에게 적정한 가격으로 주택을 공급했다고 볼 수 있다.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의 김헌동 본부장은 이에 대해 "자치단체장으로서 지역 주민들을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대다수 자치단체장이 이를 방기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천안시의 노력은 높게 평가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자치단체가 제 역할만 하면 분양가의 상당부분을 낮출 수 있다는 사실은 오히려 부동산 문제가 쉽사리 풀기 힘든 정치적인 사안이라는 의심을 갖게 한다.

건설 승인을 둘러싼 갖가지 비리 사건은 이미 건설업체와 자치단체 간에 모종의 검은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나아가 재벌기업과 함께 건설업체가 정치인의 주된 자금줄이라는 공공연한 상식까지 종합하면 건설업체와 자치단체, 정치권 간의 검은 고리가 매우 두텁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요컨대 대다수 자치단체가 자신들의 권한을 스스로 포기하고 있는 사태의 이면에는 이같이 자치단체가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커버린 건설업체의 막강한 힘의 존재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최근 아파트값이 폭등하고, 이에 대한 여론이 들끓자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백가쟁명식으로 부동산 안정을 위한 대책들이 두서없이 튀어나오고 있다.

어떤 정치인은 부동산 시장 안정 대책으로 대통령의 긴급 명령권을 들고 나왔고, 또다른 정치인은 환매조건부 분양제도라는 일반인들이 듣도 보도 못한 정책을 제안하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지난 6일 시정연설에서 "모든 정책적 역량을 집중해 부동산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며 폭등하는 아파트값을 잡겠다는 자못 비장한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이합집산 하는 와중에 흔히 볼 수 있는 선심성 발언이라고 혐의를 두기도 한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줄곧 부동산 문제에 대해 수많은 정치인들이 침묵해 왔다는 점에서 이런 혐의에 대해 정치인들이 "진정성을 몰라주냐"고 항변하기는 힘들 듯 하다.

이럼 혐의를 벗기 위해서라도 내주에 발표된다는 또다른 부동산 종합대책 중에 고분양가를 부추기는 건설업체들의 행태를 규제하는 방안이 포함되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야 정부와 정치권, 자치단체가 건설업체의 뒤를 봐주고 있다는 의혹만큼은 벗을 수 있을게 아닌가.
<분양가 상한제 선봉 성무용 천안시장>
▲ 성무용 천안시장. ⓒ연합뉴스

충남 천안지역의 아파트 값이 전반적인 가격상승 속도에 비해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천안시의 확고한 신축 아파트 분양가 상한선 시책에 힘입은 바 크며 그 시책의 전면에는 성무용 천안시장이 있다.

충남 천안지역에는 2004년 고속철도 개통, 2005년 수도권전철 천안연장개통 및 고속철도 천안아산신도시 역세권 개발 등 굵직굵직한 개발호재가 잇따르면서 부동산 값이 들먹이고 아파트 값 상승이 예상됐다.

이런 상황에서 천안시는 '서민들에게 내집 마련 기회를 주기 위해서는 아파트값 안정이 시급하다'고 판단해 2004년부터 신축아파트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했다. 천안시가 분양가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평당 가격은 2004년 599만 원, 2005년 624만 원, 올해는 655만 원이었다.

시는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올해 상한선 결정 때는 학계, 시민단체, 감정평가사 등 외부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았으며 결정된 아파트 분양가 상한선은 예외없이 적용됐다. 이같은 시책에 힘입어 신축 아파트의 분양가가 인근 도시보다 낮았으며 아파트 값 상승률도 인근 도시에 비해 둔화되는 등 천안지역 아파트 값이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모 시중은행이 분석한 2003년 대비 2006년 9월, 천안 및 인근 지역 아파트 상승률을 보면 천안 104.4%, 공주 123.0%, 아산 105.5%, 청주 118.0%으로 천안이 가장 낮았다.

천안시가 아파트 값 상한제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게 된 것은 성무용 천안시장의 확고한 의지가 한 몫 했다. 그는 기회 있을 때마다 서민들에게는 내집 마련의 꿈이 어느 소망 못지않게 크다며 이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천안시의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가 전국의 '이슈'로 떠오른 것은 한 건설업체가 천안시의 아파트 분양가 가이드라인에 불복,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비롯됐다.

천안 신도심인 불당동에 아파트 부지를 매입한 ㈜드리미 측이 지난 6월 자신들이 제시한 분양가 평당 877만 원에 대해 천안시가 655만 원으로 상한선을 긋고 입주자모집공고안을 불승인하자 '일률적인 분양가 상한 제한은 납득할 수 없고 분양가 자율화 원칙에도 위배된다'며 법원에 소를 제기했다.

이 소송에서 대전지법은 지난 8월 '민간자본을 들여 사인 간의 거래를 통해 구입한 택지에 건설되는 아파트에 대해 천안시가 분양가를 통제할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는 취지로 건설사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맞서 천안시는 지난 9월 초 법원의 판결은 공공복리에 의한 공공의 이익보다는 사업주체의 사익을 대변하는 듯한 판결로서 납득할 수 없다며 항소했다. 당시 성무용 천안시장은 작심한 듯 기자회견을 자청, 법원의 판결에 불만을 나타냈다.

천안지역 10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천안시민사회단체 협의회와 경실연, 천안시의회 등도 천안시의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지지하는 성명서 등을 잇따라 발표했다.

천안시의 분양가 가이드라인은 주공에서 이달 초 분양한 아산신도시 아파트에도 영향을 미쳤다. 주공은 1000여 가구의 서민용 아파트 분양가를 평당 평균 680만 원선으로 결정했다. 이 같은 분양가는 천안시의 가이드라인 655만 원선에 근접한 것이며 700만 원선을 웃돌 것이라는 일반의 예상을 깼다.

주공이 이같이 '적정한 가격'을 결정한 데에는 천안시의 가이드라인 시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천안시의 분양가 가이드라인 시책의 계속 추진 여부는 머지않아 나올 '천안시-건설사 분양가 소송'에 대한 법원의 최종 판단에 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다.

현재 천안지역에서 아파트 분양을 겨냥하고 있는 업체는 줄잡아 20개 업체에 1만여 가구에 이른다. 이들은 지금 기초자치단체의 분양가 가이드라인 시책이 적법한지를 결정할 고등법원의 판결을 본 뒤 아파트 분양가를 산정, 천안시에 제출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선을 조정하지 않으면 지자체가 아파트 값을 통제할 방법이 없다"며 "법원의 판결에 따라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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