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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경실련 "아파트 분양원가, 이미 공개되고 있다"

건교부 "추정사업비 내역을 분양원가로 볼 순 없다"

"분양원가는 이미 공개되고 있다."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을 3년째 벌이고 있는 경실련이 17일 이같은 주장을 내놓았다.

이는 아파트 원가 공개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고수하던 노무현 대통령마저 지난달 말 "분양원가 공개는 거역할 수 없는 흐름", "지금은 분양원가 공개를 반대할 수 없다"며 원가 공개 불가피론으로 입장을 바꾼 마당에 나온 주장이어서 다소 당혹스럽기도 하다.

자치단체들에서 이미 분양원가 공개

그러면 경실련은 어떤 근거로, 왜 이런 주장을 펴고 나선 것인가?

경실련의 '아파트값 거품 빼기 운동본부'의 김헌동 본부장은 "아파트 분양을 하려는 건설업체는 주택법 등 관련법령에 따라 주택사업계획 승인 단계와 입주자 모집 단계에서 해당 자치단체장의 승인을 얻어야 하고, 자치단체장은 소비자를 보호하고 공사를 감독할 감리를 정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지자체장이 건설업체에서 넘겨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분양원가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개되는 항목은 순공사비, 일반관리비, 설계비, 감리비, 대지비, 건설사의 이윤 등에 걸쳐 모두 58개다.
▲ 출처 : 건설교통부 고시 '주택건설공사 감리자 지정 기준'

각 항목은 법령과 기준에 따라 작성된다. 예컨대 일반관리비와 건설사의 이윤은 재정경제부가 작성한 '원가계산에 의한 예정가격 작성 준칙'에 따라 산정되고, 부가가치세액은 '부가가치세법'에 따라 산정된다.

이것을 두고 경실련은 "자치단체장이 감리자를 모집할 때 분양원가의 상세내역을 공시하고 있다"면서 "광역시의 경우 각 구청장이, 일반 시일 경우에는 시장이 분양원가를 공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경기 판교신도시에서 분양된 민간 임대아파트 대광로제비앙의 경우 관할 자치단체인 성남시가 지난 23일 시 홈페이지의 <입법예고/공고>란에 해당 아파트 공사의 감리자 모집 공고를 내면서 그 안에 이 아파트의 분양원가를 공개했다.
▲ 출처 : 성남시 홈페이지(http://www.cans21.net)

▲ 출처 : 성남시 홈페이지(http://www.cans21.net)

<프레시안>에서 확인해본 결과, 대부분 자치단체장들은 해당 아파트 공사에 대한 감리자 모집이 끝나면 분양원가 내역서가 담긴 공고문을 홈페이지에서 삭제하고 있다.

김헌동 본부장은 "보통 7일 내외로 분양원가가 공개되고 있다"며 "법과 제도에 의해 분양원가를 자치단체장이 '공시'하도록 돼 있다"고 지적했다.

건교부 "그건 분양원가 공개와 다르다"

이렇게 아파트 분양원가가 자치단체장에 의해 공시되고 있음에도 마치 건설업체가 분양원가를 꽁꽁 숨기고 있는 것으로 일반인들이 '오해'하게 된 이유는 뭘까?

특히 분양원가가 이미 공개되고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었음직한 건설교통부가 그동안 시민사회단체들의 끈질긴 분양원가 공개 요구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었던 것에 대한 궁금증이 커진다.

건설교통부는 "감리자 모집공고문의 내용은 어디까지나 사업비 추정 내용이며 실제 사업 시행까지는 1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변동 가능성이 높다"며 "감리자 모집 공고 시 공개되는 내역은 분양원가로 볼 수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경실련은 "그동안 시민단체에서 공개하라고 요구한 분양원가는 바로 감리자 모집 공고문에 나오는 원가 내역"이라고 일축했다.

왜냐하면 소비자 입장에서 알아야 할 분양원가는 건축물이 다 만들어지고 나서 산정되는 '확정 분양원가'가 아니라 분양 당시에 추정되는 '예정 분양원가'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공개된 분양원가의 내용은 엉터리

경실련은 건설교통부나 자치단체장들이 분양원가가 이미 공개되고 있다고 말하지 못하는 이유를 다른 데에서 찾았다.

경실련 측은 "자치단체장이 공개하는 분양원가 내역은 실제와는 상당히 다르게 부풀려져 있다"며 "완전한 엉터리 원가가 공개되고 있으니, 건교부가 이미 원가가 공개되고 있다는 사실조차 내놓고 말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 자치단체장이 공시하는 분양원가는 얼마나 부풀려져 있을까? 이는 지난 5월 한국토지공사 산하에 있는 국토도시연구원이 공개한 용인시, 남양주시, 파주시, 화성시의 택지 공급가격과 자치단체장이 감리자 모집 공고문을 통해 공시한 택지비용을 비교해 보면 대략 가늠할 수 있다.

경실련이 작성한 다음 표에서 볼 수 있듯이 용인시 동백지구의 경우 토지공사는 건설업체들에 평당 평균 191만 원에 택지를 공급했다고 밝혔지만, 자치단체장이 공시한 택지비용을 보면 건설업체들은 평당 평균 514만 원을 지출한 것으로 돼 있다. 무려 323만 원의 차액이 발생하는 셈이다.
1) 한국토지공사 산하 국토도시연구원 공개 택지공급가격(2006.5.1) (출처 : 경실련)

용인시 신봉지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토지공사는 건설업체들에게 평당 평균 171만 원에 택지를 공급했지만, 자치단체장의 공시 내용을 보면 건설업체는 평당 538만 원을 택지를 구입하는 데 쓴 것으로 나온다. 차액은 367만 원에 달한다.

이 자료를 만든 경실련의 김성달 부장은 "건설업체들은 거의 관행처럼 택지구입가를 평균 1.5~2배 이상 부풀려 분양가를 높이고 있다"며 "이를 검증해야 할 자치단체가 제 역할을 하지 않기 때문에 부풀려진 원가가 그대로 공시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경실련 "자치단체가 제 역할만 했더라면…"

경실련은 건설업체들이 내놓는 자료를 자치단체들이 제대로 검증만 한다면 분양원가에 대한 논란 중 상당부분은 해소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김헌동 본부장은 "지금껏 자치단체에서 건설업 인·허가를 내주는 부서는 건설업체 로비의 핵심 대상이었다"며 "1990년대 말 분양가 자율화 정책이 도입된 이후 시작된 집값 폭등의 책임 중 절반은 자치단체들과 그들을 통제하지 못한 중앙정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김 본부장은 "집값 폭등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일면서 분양원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일부 자치단체들에서 모범사례가 발견되고 있다"며 "한 예로 천안시는 건설업체가 내는 자료를 제대로 검증해 주변 도시보다 아파트 분양가를 30% 정도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안시는 지난 2004년부터 매년 물가상승률과 땅값, 공사비 등을 감안해 분양가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있다. 올해 천안시의 분양가 가이드라인은 평당 665만 원이다.

경실련의 윤순철 시민감시국 국장은 일단 "그동안 분양원가 공개 주장은 많았지만 정작 공개의 주체나 방법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 제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즉 아파트를 지은 건설업체가 분양원가 공개를 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건축을 승인한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분양원가 공개를 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공개해야 하는 분양원가가 '완성 분양원가'인지 '예정 분양원가'인지와 관련해서도 혼선이 계속돼 왔다는 것이다.

김헌동 본부장은 "집값 폭등에 서민들의 분노가 터져 나오고, 이런 분노는 원가공개 운동으로 이어졌다"며 "그 과정에서 부동산 문제의 심각성이 널리 인식되는 성과는 있었지만, 원가공개 문제가 지나치게 정치화되는 현상이 빚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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