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양가 논란에도 정부가 신도시 건설 사업을 계속 강행하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 화성 동탄신도시 건설에 참여하는 롯데건설 등 민간 건설업체들이 고의적으로 분양가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이익을 챙겨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자료가 경실련에 의해 제시돼 파문이 예상된다.
또한 분양가를 검증할 권한이 있는 자치단체인 화성시는 이를 묵인하고 있는 한편, 건설교통부는 이같은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토공 "1302억원 받고 땅 팔아" vs 롯데건설 "1775억원 주고 사"
동탄 신도시 3-3 블록에서 아파트를 짓고 있는 롯데건설은 땅값에서만 최소 400억 원(총액 기준) 이상의 이윤을 몰래 챙겨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정 원가가 공개돼 있는 '감리자 모집 공고문'을 보면, 롯데건설은 이 공사를 위해 토지공사로부터 매입한 땅값으로 1775억 원을 지불한 것으로 나와 있다. 반면 토지공사가 경실련에게 공개한 롯데건설에 토지를 판매한 가격은 1302억 원으로 나타났다. 롯데건설이 밝힌 액수에 비해 무려 473억 원이나 차이가 있는 셈이다.
이를 3-3 블록에서 롯데건설이 짓고 있는 35평 형 아파트를 분양받은 소비자가 부담한 비용을 추정해 보면, 한 세대당 약 3290만 원(용적률 175%)을 추가로 부담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같은 상황은 화성동탄 신도시 개발 사업에 참여한 또다른 건설업체에서도 발견됐다.
2-9블록에서 아파트를 짓고 있는 현대산업개발은 '감리자모집 공고문'을 통해 토지 매입 가격이 692억 원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토지공사 자료를 보면 현대산업개발로부터 땅값으로 442억 원을 받았다고 되어 있다.
이뿐만 아니라 포스코 건설 역시 토지공사에 지불한 토지 매입비용이 394억 원이라고 말했지만, 토지공사는 이보다 70억 원 적은 317억 원이라고 밝히고 있다.
요컨대 똑같은 땅을 두고 땅을 산 건설업체와 땅을 판 토지공사 간에 매매 가격이 다른 셈이다.
경실련의 윤순철 시민감시국장은 "동탄 신도시에서 민간 건설업체들이 땅값으로만 모두 3000억 원 이상을 부풀려 자신들의 이윤으로 가져간 것으로 파악된다"고 주장했다.
화성시 "건설업체 폭리 의심하지만 검증 힘들어"
이처럼 건설업체들이 수백억 원대의 이윤을 아무렇지도 않게 챙겨갈 수 있었던 배경에는 자치단체의 묵인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자치단체는 건설업체들에게 사업 승인 등을 내주는 과정에서 건설업체가 자신들에게 제출하는 예정 원가를 검증할 권한을 갖고 있다. 즉 건설업체들이 제출한 자료가 실제와 다르게 작성이 돼 있다면 승인 거부 등을 통해 예정원가를 정상화시킬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취재 결과, 화성시는 이같은 권한을 스스로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화성시의 한 관계자는 "건설업체들 스스로 전문가(감정평가사)를 통해 원가 내역을 평가받아 오기 때문에 자치단체가 가타부타 말하기 힘든 구조"라며 "분양가가 너무 높으면 조정 권고는 하지만, 이 때문에 사업 승인을 내주지 않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건설업체가 내는 자료가 실제와 맞는지 하나하나 따져볼 여력도 없다. 사실상 자치단체는 부풀려진 원가를 보면서도 '눈 뜬 장님'과 다를 바 없는 신세"라며 "민간건설업체가 밝히는 원가 자료가 투명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건설사 "금융비용만 400억 원 든다"
한편 건설업체들은 땅값 부풀리기 등을 통해 폭리를 취한다는 지적에 대해 "잘 모르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롯데건설의 A 관계자는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감리자 모집 공고상에 나오는 땅값은 실제 우리가 토지공사에 지급한 가격이 아니라 땅의 '미래가치'가 포함된 가격"이라며 "감정평가사들이 땅값을 감정해 낸 결과를 토대로 작성 된다"고 해명했다.
롯데건설의 B 관계자는 이와는 전혀 다른 해명을 내놨다. 그는 "사업기간이 3년 정도 되니까 금융비용만 400억 원이 넘는다"면서 땅값을 부풀려 이윤을 챙겨간다는 지적에 대해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이런 해명은 사실관계에 부합하지 않는 설명이다.
건교부 지침인 '주택건설공사 감리비지급기준'을 보면, 감리자 모집 공고상의 땅값 항목은 매입원가에 매입 관련 금융비용과 각종 제세공과금을 합한 가격을 기입하도록 돼 있다.
즉 롯데건설측의 설명처럼 땅값의 '미래가치'가 반영될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나아가 금융비용이 롯데건설측의 또다른 설명처럼 400억 원에 달한다는 주장도 부동산 전문가들은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의 김헌동 본부장은 "아파트를 다 지은 다음에 분양하는 시스템인 후분양제 하에서는 건설업체의 금융비용이 높아질 수 있지만 지금과 같은 선분양제 하에서는 금융비용은 전적으로 아파트 소비자가 부담하고 있는데, 무슨 금융비용이 400억 원이나 드는지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건교부, "모두 자치단체가 알아서 할 일" 발뺌
이와 관련, 건설교통부는 건설업체들이 땅값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이윤을 가져가고 있는 실태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교부의 한 관계자는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감리자 모집 공고에 나오는 예정원가에 대한 승인 여부는 자치단체장의 소관 업무"라며 "중앙 부처에서 관여할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건설업체들이 땅값을 부풀려 이윤을 챙겨가고 있다면 이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자치단체의 책임"이라고 덧붙였다.
경실련은 조만간 화성동탄 신도시 개발에 참여한 29개 민간 건설업체들이 땅값 부풀리기 등의 수법으로 챙겨간 이익 규모를 구체적으로 밝힐 예정이어서 적지 않은 파문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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