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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스스로는 자기 행태가 이해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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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스스로는 자기 행태가 이해될까?

[기자의 눈] 유권자들이 이해하는 것과 이해 못할 것

최종적으로는 오는 2일 열릴 열린우리당 의원총회 결과를 두고 봐야 알겠지만, '100년 정당'을 자임하던 우리당이 '3년 정당'으로 문을 닫는 게 기정사실인 것 같다. 지난 7월까지 행정부에 몸 담고 있던 천정배 전 법무장관도 지난 22일 노무현 대통령을 찾아 사실상 '결별'을 선언했을 정도다.
  
  지난 2003년 11월 창당부터 2004년의 4.15 총선 직후까지 반짝 전성기를 누리던 우리당은 그 이후 지속적으로 내리막길을 걸었고 결국 최근엔 창당 주역들이 "태생부터 잘못됐다"고 고백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른 것이다.
  
  정동영 전 의장, 김근태 의장, 천정배 전 장관 등이 입을 모아 '재통합'을 외치지만 그 전제인 '민주당 분당-우리당 창당 실패론'이 '결과적으로 볼 때' 그렇다는 말인지 '창당 의도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인지에 대해선 뚜렷한 답을 내놓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어디에 평화개혁세력이 흩어져 있나?
  
  그리고 이 대주주들 가운데 '우리당 이후'에 대한 그림을 내놓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기껏해야 "질서 있는 퇴각을 통해 공멸을 피하고 그 이후는 상황을 봐서…"라는 몸 사리기뿐이다. 3년 전 창당 전야에 이들이 '개혁'을 외치며 발휘하던 결기는 간 곳이 없다. 왜일까? 지킬 게 많아져서일까? 장영달 의원 말마따나 실패를 자인하고 차라리 정계를 은퇴할, 침몰하는 배와 운명을 같이 할 선장 하나조차 이 당엔 없다.
  
  자칭 평화개혁세력이 행정부와 입법부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평화개혁세력 재집결론을 설파하는 이들은 도대체 어디에 다른 평화개혁세력이 흩어져 있는지, 장관과 당의장을 번갈아 맡았던 자신들이 무슨 명분으로 다시 그 중심에 설 수 있다는 것인지도 속 시원히 설명하고 있지 않다.
  
  하긴 이유야 어쨌든 우리당이라는 간판의 값어치가 땅에 떨어진 마당에 어떻게든 살 길을 찾으려는 것은 인지상정일수도 있다. 하지만 그 명분이 뭐냐는 것이 최근 정계개편론을 지켜보면서 드는 의문이다.
  
  사실 북핵실험 정국은 이들 자칭 평화개혁세력에게는 정치공학적으로 볼 때 기사회생의 계기가 될 수도 있었다. 한나라당과 4배 차이가 나는 지지율을 일거에 뒤집을 수는 없겠지만 대북 강경책을 반대하는 여론을 집결해 재기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들은 북한외무성 발표 한 달 남짓 동안 갈피를 못 잡았다. 오직 DJ의 입만 바라보며 북핵실험 이후 정치권과 여론의 흐름을 민주당과의 재통합의 계기로 삼으려 하고 있을 뿐이다. DJ의 적자를 자임하는 민주당이 오히려 그들의 보수성을 드러냈는데도 다시 "우리는 DJ의 같은 자식들"이라고 DNA를 확인하고 있다는 말이다.
  
  정치공학도 명분이 보태져야 힘을 얻는 법인데 우리당 대주주들의 퇴행적인 언행에서는 명분을 찾아볼 길이 없다. 그저 홍수에 떠내려 가듯 황망한 가운데 "상황이 이렇게 됐으니…" "살 길은 이것뿐이니…"하며 종종걸음을 칠 뿐이다.
  
  답은 알지만 명분도 의지도 없다
  
  물론 진퇴양난에 처한 이들의 상황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우리당 내의 한 전략가는 지난 5.31 지방선거 참패 직후 "다음 대선은 한나라당의 '선성장 후분배'를 강조하는 경제성장론 대 성장과 분배의 균형을 강조하는 경제민주화 세력의 대결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런데 높은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 '신자유주의의 폐해를 뛰어넘는 복지, 개혁' 등의 말의 성찬을 쏟아냈지만 사회적 양극화, 한미FTA, 부동산 폭등 등 현실적 문제에 대해선 무엇 하나 자기 계급장을 걸어본 적 없는, 오히려 때로는 정부의 뒷다리를 잡았던 이들이 차마 그 이야기를 다시 꺼낼 명분이 있을까 싶다.
  
  그러니 오직 붙잡을 수 있는 동앗줄은 DJ이고, 내걸 수 있는 구호는 평화개혁세력이라는 추상적인 단어일 수밖에.
  
  실패의 원인 알면서도 되풀이 할 수밖에 없는 딜레마
  
  민주당 시절부터 당료로 활동해 온 한 청와대 인사는 최근 "우리당 간판이 내려가는 것은 기정사실이다"고 말했다. '우리당의 실패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이 인사는 "노선형 정당이 못되고 잡탕식 통합형 정당이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신당은 노선형 정당이 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이 인사는 답을 하지 못했다.
  
  백가쟁명식 난상토론이 벌어지는 여권의 딜레마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물론 우리당 사수와 개혁 깃발을 외치는 친노세력들에게 '지켜야 할 개혁이 뭐냐'고 물어보면 "권력기관을 놓았고, 과거와는 문화가 확실히 다르고…" 따위의 판에 박힌 답이 돌아올 뿐이다.
  
  '한미 FTA는, 이라크 파병은 어떻게 된 거냐'고 다시 물어보면 "국가를 운영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는 모범 답안이 준비되어 있다.
  
  심판은 나중 문제다
  
  모든 정치세력은 장밋빛 미래를 이야기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새 그림을 그리는 우리당 대주주들은 좀 더 솔직해 질 필요가 있다. 민주당까지인지, 고건까지인지, 손학규까지인지 함께 할 수 있는 평화개혁 세력의 한계가 어디인지를 밝혀야 할 것이고, 우리당은 태어나지 말아야 했을 정당인지 양육이 잘못된 정당인지도 밝혀야 할 것이다.
  
  그리고 반한나라당을 위해선, 재집권을 위해선 퇴행적이라는 비판을 받더라도 지역연합의 부활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
  
  합리적인 유권자들은 이런 상식적인 물음에 대한 답을 원한다. 만약 그 답이 궁하다면 솔직히 지금 열린우리당 간판 갖고는 잘 안될 것 같아서 응급수혈을 하고자 하는 거라고 솔직히 답해야 한다. 그게 궁색한 답보다는 백배는 나은 길이다. 심판은 그 이후의 문제다. 향후에 야당을 해도 그렇게 야당을 하는 게 속도 편하고 훨씬 떳떳하다. 왜냐하면 그래야 바닥을 치고 올라가 앞으로 기회가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살펴봐도 자기설명력을 갖추지 못한 열린우리당의 최근 행보를 앞에 두고 '이 당은 아직도 바닥을 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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