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 간 제주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4차 협상이 27일 끝났다. 한미 FTA 협상 중단을 요구하며 협상장 부근에서 진행돼 온 반대시위도 이날 종료됐다.
이번 시위를 주관한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이날 오후 5시 제주 중문단지 입구에서 지난 22일부터 6일 간 벌여 온 한미 FTA 반대 시위에 대해 평가하는 '투쟁 보고대회'를 가졌다.
중문단지는 협상장이었던 신라호텔이 있는 곳으로, 한미 FTA 반대 시위대는 이곳을 중심으로 모든 시위와 집회를 진행했다. 이 때문에 중문단지 일대는 시위를 저지하려는 경찰들과 시위대 사이에 가장 많은 힘겨루기가 있었던 장소다.
범국본은 이 자리에서 다시 한 번 한미 FTA 협상 중단을 요구했다.
범국본의 정광훈 공동대표는 "한미 FTA가 체결되면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노동자와 농민 등 민중의 삶은 더욱 고달파질 것이 분명하다"면서 "지금이라도 우리 정부는 미국에 협상 중단을 선언해야 한다"고 밝혔다.
양윤모 영화평론가협회 회장도 "한미 FTA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우리 삶을 근본적으로 뒤바꿀 한미 FTA 협상을 중단시키기 위해 보다 깊고 넓은 투쟁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범국본은 한미 양국 협상단이 올해를 넘겨 내년 초까지 협상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으며, 5차 협상이 열리기 전까지 한미 FTA 협상에 반대하는 여론을 보다 확산시킨다는 방침이다.
특히 다음달 15일부터 진행되는 민주노총의 총파업과 22일로 예정된 민중총궐기를 성공적으로 치르고 이를 통해 정부에 한미 FTA 협상을 중단하라는 압박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다음달 22일로 잡혀있는 민중총궐기에는 민주노총뿐만 아니라 전국농민회총연합(전농) 등 농민단체와 전국빈민연합 등 빈민단체 회원들도 일제히 참여해 전국적으로 동시다발로 집회와 시위를 벌이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범국본의 오종렬 공동대표는 "이제는 민중총궐기를 준비해야 할 때"라며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말고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민중총궐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열심히 발로 뛰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의 허영구 부위원장도 "민중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한미 FTA를 차근차근 진척시키고 있다"며 "그러나 11월에는 민주노총의 총파업 등으로 새로운 국면이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날 '투쟁 보고대회'에서는 엿새 간의 시위 기간 동안 논란을 일으켰던 경찰의 과잉진압 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제주도민운동본부의 임기환 집행위원장은 "경찰 당국이 무방비 상태의 농민과 노동자들에게 무차별적으로 방패와 곤봉을 휘둘러 다수의 부상자를 발생하게 한 일에 대한 책임은 반드시 물을 것"이라며 "한미 FTA에 반대하는 의견을 표명하는 것조차 가로막는 경찰과 정부는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2일부터 엿새 간 한미 FTA 반대 시위가 진행되는 동안 모두 8명의 농민과 노동자들이 경찰에 의해 부상을 당했다.
또한 경찰은 범국본 측에서 낸 집회신고의 대부분에 대해 금지 통보를 함으로써 공권력 남용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범국본의 박석운 집행위원장은 "평화적인 시위마저 가로막은 정부는 국민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훼손한 점을 깊이 반성해야 한다"며 "국민의 기본권까지 침해하면서까지 강행되는 한미 FTA는 어떤 명분도 설득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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