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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하기가 이렇게 어려워서야…"

반FTA 범국본, 경찰의 철통봉쇄 속에 간신히 회견

"어이구, 기자회견 한 번 하기가 이렇게 어려워서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활동을 벌이기 위해 제주에 온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 대표자들은 23일 겹겹이 쳐진 경찰의 봉쇄망 앞에서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범국본 대표자들은 이날 오전 9시 중문단지 입구 앞 삼거리에서 한미 FTA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려고 했지만, 경찰이 중문단지 외곽도로에서부터 검문검색 등의 방식으로 이들의 이동을 제한하고 나서는 바람에 기자회견에 일부 차질이 빚어졌다.

경찰의 통제에도 불구하고 일부 대표자들은 기자회견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지만, 다른 일부 대표자들은 경찰의 통제에 막혀 예정된 시간에 기자회견 장소에 도착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범국본과 경찰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고, 예정보다 40분이 지연된 뒤에야 대표자들 대부분이 기자회견장에 도착해 기자회견을 열 수 있었다.
▲ 이날 오전 9시 40분부터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대표자들은 협상장으로 가는 길목인 제주 중문 단지 입구 삼거리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프레시안

범국본 대표자들은 숙소에서 출발해 기자회견장까지 가는데 2~3차례 이상씩 경찰의 검문을 받아야 했다. 이렇다 할 증명서를 갖고 있지 않은 이들은 그때마다 자신이 범국본의 대표자임을 구구히 증명해야 하는 곤욕을 치렀다. 또한 외교통상부에서 출입증을 발급받지 않은 기자들도 여러 차례 신분증 제시를 요구받았다. 일부 기자들은 경찰의 과잉통제에 항의하며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범국본 대표자들은 이날 오전 9시 40분경부터 경찰 병력에 의해 둘러싸인 채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전국민중연대의 정광훈 공동대표는 한미 FTA를 제주 4·3 사건에 이은 '제2의 양민학살'로 규정했고, 민주노동당의 문성현 대표는 "삼별초의 영령과 4·3 사건 때 돌아가신 제주 민중의 혼을 이어받아 한미 FTA를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의 조준호 위원장은 11월 15일부터 진행할 총파업을 언급하면서 "노무현 정부를 굴복시킬 강력한 투쟁을 준비하겠다"고 약속했으며, 전국농민회총연맹의 문경식 의장은 "11월 말에 전 민중적 항쟁으로 한미 FTA 협상을 물거품으로 만들겠다"고 비장한 결의를 다졌다.
▲ 봉쇄망을 뚫고 숲길로 들어가려는 범국본 소속 시민단체 회원들(좌)과 이들의 뒤를 쫒는 경찰들(우). ⓒ프레시안

전국여성단체연합 박영미 대표는 "FTA는 대부분의 여성에게 열악한 일자리를 가져다 줄 것"이라며 "지금껏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더 힘들게 살도록 만드는 것이 바로 FTA"라고 주장했다.

이밖에 양윤모 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지금종 문화연대 대표, 윤금순 전국여성농민회총연맹 회장, 고대언 한미 FTA 저지 제주도민 운동본부 공동대표 등도 한 목소리로 한미 FTA 협상 중단을 촉구했다.

한편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중문단지 외곽 곳곳에서 협상장 근처로 진입하려는 범국본 소속 시민단체 회원들과 경찰 사이에 산발적으로 충돌이 발생했다.

시민단체 회원들은 경찰의 봉쇄망을 뚫기 위해 가벼운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고, 숲길과 밭길 등 우회로를 통해 협상장 근처로의 진입을 시도했다. 경찰은 지휘소의 통제과 지시에 따라 시민단체 회원들의 협상장 근처 진입을 막기 위해 부산하게 움직였다.

경찰은 시민단체 회원들을 뒤쫓아 발걸음을 재촉하는 등 지휘관의 명령에 따라 부산히 움직였다. 그러나 시민단체 회원들과 경찰 사이에 격렬한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 경찰 봉쇄망 뒤로 늘어선 차량 행렬. 호텔 리무진 버스에 내려 걸어가는 신혼부부가 보인다(좌) 중문단지 내 식당으로 콩나물을 배달하는 제주도민이 경찰에 막혀 발을 구르고 있는 모습(우). ⓒ프레시안

한편 범국본 대표자들이 중문단지 입구 앞 삼거리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경찰이 중문단지로 드나드는 모든 통로를 봉쇄함에 따라 관광객들과 제주도민들이 상당한 불편을 겪었다.

경찰들은 때때로 차량 3~5 대씩 나눠서 길을 열어줬지만, 외곽도로는 멈춰선 차량 행렬로 이내 메워지곤 했다.

도로 정체가 한 시간 남짓 이어지면서 관광객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한 관광객은 승용차에서 내려 "당장 서울로 올라가야 하는데 벌써 30분 동안 발이 묶여 있다"면서 "이럴 거면 미리 2~3시간 먼저 출발해야 한다고 경찰이 사전공지를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현장 경찰관에게 따져 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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