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한미 FTA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회원들이 제주도로 입도하는 관문인 제주공항 일대와 협상장이 차려진 중문단지 부근에는 경찰병력들이 대규모로 배치돼 삼엄한 경비활동을 벌이고 있다. 정부는 이번 협상 기간 동안 시민단체들의 불법행위 등을 통제하기 위해서라며 1만여 명의 병력을 제주에 파견했다.
이런 가운데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 소속 시민단체들은 2~3일 전부터 대표단을 제주에 파견하기 시작했고, 협상 개막을 하루 앞둔 22일에도 각 단체 회원들이 속속 입도했다. 이들은 한미 FTA 협상장 주위의 중문단지 일대에 10~20여 명씩 머무를 수 있는 숙소를 마련해 놓았다.
시민단체 회원들의 입도 상황을 총괄하고 있는 '한미FTA저지 제주도민운동본부'의 한 관계자는 "항공과 배편을 이용해 22일 현재 2500여 명의 시민단체 회원들이 입도를 완료했다"며 "범국민대회가 열리는 25일까지 1000여 명의 회원들이 추가로 제주에 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22일 오후 3시 제주공항에서는 범국본 대표자들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이번 협상에 대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한 국민적 총의의 산물이 아니라 노무현 정부와 일부 개방 맹신자들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졸속 밀실협상"이라고 비판하고 "한미 FTA 협상의 중단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이번 협상이 북한 핵실험 사태의 와중에 열린다는 점에서 "북의 핵실험을 이유로 한국과 미국 일부에서 한미동맹을 운운하며 한미 FTA를 강행하려는 일련의 움직임이 있다"며 "정치적인 이유로 한미 FTA를 강행하려는 발상을 단호히 거부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한 정부가 1만 명의 경찰병력을 제주에 파견해 배치한 사실과 관련해 "정부 당국이 제주도를 사실상 계엄상태로 몰아가고 있는 점에 주목한다"며 "우리는 정부 당국의 불법적이고 비상식적인 탄압에 맞서 한미 FTA에 반대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반드시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한미 양국 정부 협상대표단은 21일과 22일 이틀 간에 걸쳐 제주도 입도를 완료했다. 웬디 커틀러 미국 측 협상대표는 22일 오후 제주공항에 도착한 뒤 헬리콥터를 타고 협상장소가 있는 중문단지로 이동했다. 김종훈 한국 측 협상대표는 이보다 하루 앞선 21일 저녁 제주에 도착한 뒤 마찬가지로 헬리콥터로 숙소로 향했다.
제주공항은 시민단체들의 잇따른 기자회견과 경찰의 삼엄한 경비가 맞물리면서 어수선한 분위기다.
제주도청은 이번 협상 기간 동안 협상장소인 중문단지로 들어가는 대중교통을 모두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이 때문에 중문단지 관광을 위해 제주도에 온 관광객들이 공항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한국공항공사의 한 관계자는 "22일부터 중문단지를 관통하는 모든 대중교통 편이 통제된다"면서 "관광객들은 중문단지 입구에서 하차해 걸어 들어가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중문단지 내에 있는 호텔을 예약한 관광객들은 호텔 셔틀버스를 이용하면 되지만 일반 관광객들은 불편함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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