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에 없던 범국본 대표자들의 항의방문에 직면한 제주지방경찰청은 300여 명의 전의경을 앞세우고 대표자들의 진입을 막았다. 이에 범국본 대표자들은 경찰청 진입 시도를 중단하고 경찰청 정문 앞에서 즉석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사상 유례 없는 1만여 명의 대규모 경찰력을 동원해 한미 FTA 반대의 목소리를 묵살하려 한다"면서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은 채로 소수의 한미 정부 협상단만 비밀리에 협상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정부 당국이) 있지도 않는 폭력시위를 운운하며 삼엄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며 "그 과정에서 (정부 당국은)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멋대로 유린하며 한미 FTA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예비 범죄자로 취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범국본 측이 제출한 모든 집회신고서에 대해 제주경찰청은 "폭력시위로 변질될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금지 통보를 했다. 범국본의 박석운 집행위원장은 "헌법은 경찰에게 집회 허가권을 주고 있지 않다"며 "경찰이 불법을 천연덕스럽게 저지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해 제주경찰청에서 집회신고 처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협상장이 있는 중문단지와 그 주변 지역에서 집회를 하겠다는 신고에 대해서는 모두 금지 통보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범국본의 정광훈 공동대표는 지난 6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1차 협상 때의 상황을 소개하고 "당시 백악관 앞에서도 평화적인 시위는 허용됐다"며 "우리 정부는 도대체 무엇이 두려워 집회를 원천봉쇄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한편 협상장 주변 지역에 대한 집회금지 외에도 제주경찰청은 제주지역이 한미 FTA 4차 협상 장소로 결정된 지난 9월 중순부터 이미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는 행정을 펴 왔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미 FTA 저지 제주 도민운동본부'의 임기환 집행위원장은 "9월부터 제주는 사실상 경찰계엄 상황이나 마찬가지였다"며 제주경찰청의 무리한 법집행 사례를 조목조목 따졌다.
그에 따르면, 제주경찰청은 농협을 통해 집회에 참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제주 농민들의 명단을 파악하는가 하면, 농민들이 시위에서 농기계를 사용할지도 모른다는 판단 아래 농가별로 트랙터 등 농기계 소유 현황을 파악하기도 했다. 또 집회에 참가할 가능성이 높은 농가를 가려내어 개별적으로 전화를 걸어 집회참가 사실이 적발될 경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제주경찰청도 제주도민운동본부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부인하지 않고 있다.
힌편 한미 FTA 범국본 대표자들이 제주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 등 농민단체 회원 1000여 명은 제주공항 앞 해태동산에서 결의대회를 갖고 한미 FTA 협상 중단을 정부에 강력히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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