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일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위원장 김도환)의 철도와 발전, 가스, 국민연금, 경북대병원 등이 총파업에 들어갈 예정인 가운데 한국노총 공공연맹(위원장 배정근)이 파업에 힘을 실어주기로 했다. 배정근 위원장은 "선진화 정책 반대 투쟁을 정부가 탄압한다면 이에 맞서 공동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두 조직은 오는 28일 공동 집회를 예고하고 정부와의 대화를 촉구했다. 지난 2007년 공기업 경영평가와 관련해 두 연맹을 포함해 양 노총의 해당 노조들이 공동 집회를 연 적은 있지만 당시에는 일회적인 성격이 더 강했다. 이명박 정부의 강경한 공기업 옥죄기 정책이 상대적으로 소원했던 두 조직을 '벼랑 끝'에서 손 잡게 한 셈이다.
양대 노총 공공부문 "정부가 공기업 희생양으로 선택"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과 한국노총 공공연맹은 이날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공공부문 선진화 정책에 맞선 공동대응을 천명했다. "공공부문 선진화 정책은 정부가 자신들의 무능력과 쏟아지는 비판을 모면해 볼 요량으로 공공기관을 정치적 희생양으로 선택한 것"이라는 이유다.
앞서 두 조직은 지난달 21일 첫 실무협의를 시작으로 30일 지도부 회동을 갖고 공동 투쟁을 위한 실무협의회 구성 등 7가지 사항의 합의문을 만들어냈다. 또 두 조직은 △노조 무력화 시도 중단 △임금체계 개악 중단 △경영평가제도 폐기 △노정 교섭 등 8가지 항목을 공동 대정부 요구사항으로 내놓았다.
▲ 4일 양대 노총의 공공연맹이 공동 투쟁을 선언했다. 기자회견 이후 머리 띠를 묶고 있는 배정근 한국노총 공공연맹 위원장(왼쪽)과 김도환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 위원장(오른쪽).ⓒ연합뉴스 |
이날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이들은 5일부터 20일까지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노동부 등 정부 부처와 국회, 시민사회단체를 찾아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입장을 전달하고, 오는 26일에는 공동으로 선진화 정책 관련 국민대토론회를 열 계획이다. 이어 28일 양 조직이 함께 주최하는 대규모 집회를 추진한다.
김도환 위원장은 "20만 공공 노동자의 목소리에 이제 정부가 답해야 한다"며 "정운찬 국무총리는 당장 양 노총 대표자들과 공식 협상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배정근 위원장도 "공기업은 정권의 희생양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기관임에도 정부가 힘으로 공기업을 유린하는 것을 국민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연대 투쟁은 이제 시작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영화, 인력 감축, 임금 삭감, 단협 개악이 공기업 선진화?"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공공기관 노동자들이 이처럼 조직의 틀을 넘어 함께 나선 것은 다각도로 진행되고 있는 정부의 공기업 정책 때문이다. 현 정부가 일부 기관의 민영화 뿐 아니라 공기업 경영평가 등을 이용해 인력 감축, 임금 삭감과 더불어 단체협약까지 건드리고 있는 것. 이미 인력 감축 및 임금 삭감은 대부분 완료된 상태며 최근에는 연봉제 및 임금피크제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임금체계 개편까지 시도하고 있다.
단체협약의 경우에는 올해 초 노동부가 유관기관 및 산하기관의 단협을 평가한 것을 시작으로 거의 모든 현장에서 사용자 측의 '개악' 시도가 진행 중이다. 실제 오는 6일 총파업을 벌이는 철도와 가스, 가스기술 등은 하나같이 올해 임금 및 단체교섭 타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5차례 본교섭 등을 벌였으나 1개 조항 외에 전혀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공단 측은 △3급 연봉제 도입 △유일교섭단체 삭제 요구 등의 요구안을 내놓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도 마찬가지로 사 측이 △3급 직원에 대한 연봉제 도입 △장기근속휴가 삭제 등의 요구안을 내놓아 올해 임단협이 지난 10월 결렬됐다. 가스공사는 해고 예고 기간을 단축하고 현재 2급 이상에 적용되는 '3진 아웃제'를 전직원으로 확대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임금 및 복지의 축소 외에도 이들 기관 및 공기업이 내놓는 단협 요구안의 공통점은 '노조 활동 보장 범위의 축소'다. 발전회사들의 경우 현행 유니온샵(입사하면 바로 조합원 자격을 갖게 되는 것)을 오픈샵(별도의 조합 가입 절차를 거쳐야 조합원이 되는 것)으로 바꾸자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노조 전임자를 현재의 50%로 줄이자고 요구했고, 가스기술공사는 노조 활동에 대한 차량 지원 및 행사 경비 지원 등을 모두 없애자고 했다.
이날로 45일째 파업 중인 공공연구노조 한국노동연구원지부도 국책 노동연구기관이 일방적으로 단체협약을 해지해 현재의 노사갈등의 불을 지폈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공공기관 노동자들이 이처럼 조직의 틀을 넘어 함께 나선 것은 다각도로 진행되고 있는 정부의 공기업 정책 때문이다. 현 정부가 일부 기관의 민영화 뿐 아니라 공기업에 대한 장악력과 경영평가 등을 이용해 인력 감축, 임금 삭감 뿐 아니라 단체협약까지 건드리고 있는 것. ⓒ프레시안 |
40~70% 필수유지업무 지키면서 합법 파업…노정 교섭 성사될까?
이런 탓에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이 하반기 투쟁을 앞두고 실시한 총파업 찬반투표는 높은 찬성율을 보이고 있다. 철도노조가 76.6%로 노조 사상 최대로 높은 찬성율로 가결됐고, 가스공사지부도 85%, 발전노조는 62.2%, 사회연대연금(국민연금공단)지부는 75.8%의 찬성율을 나타냈다. 조합 설립 16년 만에 처음으로 파업을 결정한 가스기술공사지부의 찬성율은 88.2%였다.
이들은 '선진화 분쇄 공동투쟁본부' 계획에 따라 오는 6일 파업에 들어간다. 이미 발전노조는 지난 2일 간부 파업을 벌인 바 있고 철도본부는 오는 5일에는 비수도권이 6일에는 수도권이 파업에 들어간다. 6일 시한부 파업 이후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은 16일부터 20일까지 지역별 순환 파업을 벌인다.
문제는 이들 공공부문이 대부분 필수유지업무제도의 적용을 받는 필수공익사업장이라는 것이다. 파업을 하더라도 일정 규모의 인력은 반드시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가스와 발전의 경우 필수업무유지율이 거의 100%에 가깝고, 철도도 평균 68%에 달하는 등 대부분의 사업장의 유지율은 40~70% 수준이다. 예전과 같은 파업의 효과를 나타내기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또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은 필수유지업무율을 지키는 합법 파업을 계획 중이어서, 물리력 과시라기 보다는 대정부 압박의 상징적 의미가 더 강하다. 상대적으로 덩치 큰 공기업이 많고 현 정부와 정책연대를 맺고 있는 한국노총 공공연맹이 공동 투쟁을 선언하고 나서면서 양 조직의 공동 행보 추이에 따라 노정 교섭의 성사 가능성도 높아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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