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의 인력 감축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26일 이사회를 열고 정원의 10.7%를 줄이기로 결정했다. 이에 앞서 25일 한국전력은 이사회를 열고 11.1% 인력감축안을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노조의 강한 반대로 차기 이사회로 미뤄졌다.
이는 정부가 지난해 12월 69개 공공기관에서 총 1만9000명을 줄이는 선진화 방안을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모두 대졸초임 삭감 및 정원 감축 계획을 확정하는 이사회를 막겠다는 방침이어서 상당 기간 진통이 예상된다.
가스공사, 노조 눈 피해 장소 3번 바꿔가며 이사회 개최
가스공사는 이날 서울 반포동 메리어트 호텔에서 이사회를 열고 정원을 일시에 305명 줄이는 원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이사회는 노조의 원천봉쇄 계획으로 두 차례나 장소를 옮겨가며 결국 노조의 반발을 뚫고 성사됐다.
노조는 "당초 이사회 장소에는 눈속임을 위해 이사 1명과 회사 관계자들이 남아 있었다"며 "사측은 노조를 따돌리기 위해 007작전을 방불케 하는 치밀함과 신속성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비록 정원감축안이 통과되긴 했지만 노조는 "주강수 가스공사 사장이 '이사회 소집 요청을 통해 노조와 안건을 재논의하겠다'고 구두로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당분간 '재논의' 약속을 믿고 지켜본 뒤, 지켜지지 않을 경우 투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양대 노총 "이사회 저지" 계획…공기업 노사 갈등 확대될 듯
이에 앞서 한국전력공사도 25일 오후 서울 삼성동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2420명의 정원 감축안을 통과시킬 예정이었으나 노조의 반발에 부딪혀 차기 이사회로 연기했다. 노조는 이날 60여 명의 간부들이 본관 회의실을 봉쇄하고 이사회 저지에 나섰다.
이 외에도 한국도로공사, 한국수자원공사 등 공기업 이사회가 잇따라 예정돼 있다. 최근 공기업들이 인원 감축안의 이사회 통과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지난 10일 이명박 대통령이 공공기관장 회의에서 '공기업 선진화 방안을 빨리 추진하라'고 지시한 결과다.
공기업들이 인력 감축을 본격화함에 따라 곳곳에서 이를 막기 위한 노조와의 갈등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 뿐 아니라 한국노총 공공연맹도 최근 정원 감축안을 논의하는 이사회를 저지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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