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강남 양도세 중과' 남겨둔 이유는?

투기지역 지정은 정부 권한…강남 투기지역 해제 언제든 가능

1가구 다주택자(3주택 이상)의 양도세 중과를 폐지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이 2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했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2010년 말까지 3주택 이상 다주택자와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양도세율을 기본세율인 6~35%이 적용된다. 다만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 한해 기본세율에 탄력세율이 적용돼 최고 45%의 양도세율이 부과된다.

민주당은 지난 27일 기재위 조세소위 통과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면서 이날 기재위 전체회의 통과를 막을 태세였지만 크게 저항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한나라당과 협의 과정에서 교육세 폐지 법안 처리를 뒤로 미루는 대신 양도세 중과 폐지를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 처리를 막지 않기로 했기 때문.

또 소득세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려면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야 하는데, 법사위원장이 민주당이라는 계산도 깔린 결정이다. 반면 양도세 중과 폐지를 서두르는 정부와 한나라당 의지도 만만치 않다. 한나라당은 소득세법, 추경 등 소위 경제민생법안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해서라도 4월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투기지역 탄력세율'의 의미는?

기재위를 통과한 개정안과 당초 기획재정부가 제출했던 안을 비교하면 '강남3구 탄력세율 적용'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지난달 당정협의에서는 양도세 중과폐지에 찬성했다가 '부자 감세'라는 비난 여론으로 한발 물러선 한나라당이 내놓은 타협안이다.

"원안대로 통과해야 한다"며 고집을 부리던 재정부가 '강남3구 탄력세율'이라는 단서를 선선히 받아들인 이유는 뭘까? '강부자 정부'가 강남을 이렇게 쉽게 포기한 것일까.

아니다. 함정은 '투기지역'에 숨어 있다. 투기지역 지정은 행정부의 권한이다. 따라서 정부가 강남3구의 투기지역을 해제해주면 최고 10%까지 붙는 '탄력세'의 족쇄를 풀어줄 수 있다. 이명박 정부가 없애버렸으면 하는 국회의 법 개정 절차를 거칠 필요도 없다. 투기지역을 해제하면 자동으로 양도세 중과가 풀리는 것이므로 2번 쏟아질 비난 여론도 1번만 감수하면 된다.

따라서 강남3구의 양도세는 정부가 언제든 꺼내들 수 있는 '선심성 카드'가 됐다. 현재도 국토해양부에서는 '강남3구 투기지역 해제'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 재정부에서는 '시기상조'라며 저울질하고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