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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양도세 중과 폐지' 개정안도 제출 않고 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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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양도세 중과 폐지' 개정안도 제출 않고 시행

"이명박식 법치, 법적 근거도 없이 무작정 시행하는 것인가"

법치주의. 이명박 정부가 가장 강조하는 원칙 중 하나다. '잃어버린 10년' 김대중-노무현 두 '좌파 정권'에 의해 흐트러진 법질서를 바로 잡겠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자신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원칙 중 하나가 법치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5일 '경제활성화 지원 세제개편안'을 발표해 양도세 중과 폐지 방안을 밝혔다.

이날 발표된 정책 방향은 크게 3가지. △법인의 비사업용 토지 양도 시 30% 법인세 중과제도 폐지 △개인의 비사업용 토지 양도 시 60% 중과제도 폐지 △다주택 보유자 양도세 중과제도 폐지 등이다.

재정부는 정책을 발표한 다음 날인 16일부터 바로 시행에 들어갔다. 문제는 이 정책이 시행되기 위해선 법 개정이 필요한데,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조차 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 발표만을 근거로 법 적용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16일 시행→17일 입법예고→4월초 개정안 제출→4월 중 국회 통과?

양도세 중과제 폐지는 16일부터 시행이 됐지만 정작 법 시행을 위해 필요한 소득세법과 법인세법 개정안은 개정되지 않았다.

더구나 개정안이 마련돼 국회에 제출된 상태도 아니다. 한나라당 이종구 의원 등 의원입법으로 국회에 소득세법과 법인세법 개정안이 제출돼 있지만, 이들 의원입법안에는 이미 시행 중인 내용이 들어가 있지 않다.

그래서 재정부는 지난 17일 관련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법인세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재정부는 17일 관보에 입법 예고하면서 "(소득세법, 법인세법을) 개정함에 있어 국민에게 미리 의견을 듣고자 그 주요내용과 취지를 행정절차법에 따라 공고한다"며 "이 개정안에 대해 의견이 있는 기관·단체 또는 개인은 3월 23일까지 제출해 달라"고 밝혔다.

재정부 관계자는 향후 의견수렴과정과 차관회의, 국무회의를 거쳐 3월 말이나 4월 초에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때 제출한 법안에 '3월 16일부터 소급 적용한다'는 내용을 집어넣겠다는 것.

정부가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에서 심의 과정을 거쳐 통과되고 난 뒤 법 시행에 들어가는 게 정상적인 절차인데, 거꾸로 시행부터하고 법 개정은 나중에 하겠다는 것이다.

만에 하나 법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아직 만들어지지도 않았지만) 정부안이 그대로 통과되지 않을 경우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하지만 윤영선 재정부 세제실장은 언론을 통해 "법안이 통과되지 않는 경우는 가정해 보지 않았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재정부는 정책 발표 후 법안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곧바로 시행에 들어간 이유에 대해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고 시행될 때까지 2-3개월 동안 부동산 시장이 더 위축되는 부작용을 우려해서라고 밝혔다.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양도세 중과를 폐지한 것인데 세율이 낮아질 때까지 일시적으로 거래가 끊겨 오히려 시장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재정부는 또 지난해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올 2월 미분양주택 양도세 감면 조치도 마찬가지로 법이 통과되기도 전에 정책 시행부터 들어갔다고 밝혔다. '관행'이라면서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이 같은 '관행'은 이명박 정부 들어 반복된 것이다.

"법적 근거 없는 공권력 행사"

임지봉 서강대 법대 교수는 "정부 정책의 신속한 집행도 좋지만 법률안도 안 만들어진 상태에서 정책 밑그림만 갖고 시행하는 것은 문제"라면서 "법적 근거가 없는 공권력 행사로 이명박 정부가 강조하는 법치주의에 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임 교수는 "국회는 정부가 법률안을 내면 다 통과시켜주는 통법부는 아니다"며 "정부의 이런 태도는 법적 근거 없이 자의적으로 행정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오만"이라고 말했다.

고계현 경실련 정책실장은 "국민 다수의 편의나 보편적 이익과 연관되는 사안이라면 대통령 긴급명령권을 발휘해서 할 수 있겠지만 양도세 중과 폐지는 그런 사안도 아니다"며 "국민들에게는 법치를 강조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무시하는 편의적 잣대를 갖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보이니까 국정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나 통합력이 안 생기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고 실장은 또 "조세법정주의가 헌법에 규정돼 있다"면서 "국회에서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상태에서 행정부가 세율을 임의로 조정해서 하는 것은 헌법적 취지에 반한다"며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태경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정부 원안대로 국회에서 통과한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고 바로 적용에 들어간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며 "양도세 중과 폐지 문제는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조차 부정적인 입장을 밝힐 만큼 이견이 많은 사안"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170석의 거대 여당이라는 점에서 정부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지만, 국회의 심의 기능 자체를 아예 처음부터 부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3권분립 원칙에 어긋난다고 이 처장은 강조했다.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아예 3권 분립을 무시하는 처사를 밥 먹듯이 자행하고 있다"며 "세제개편안 내용도 문제지만 국회에서 법을 바꾸지도 않았는데 바로 시행하는 편법을 자행했다. 유신독재 시절에도 이렇게 공공연하게 국회 무시하는 행태가 있었냐"고 비난했다.

이준구 교수 "정부, 재앙 부를 위험한 도박 하고 있다"

특히 양도세 중과 폐지는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재정부의 '밀어붙이기'가 위험하다. 야당 뿐 아니라 시민단체, 학계 등에서는 양도세 중과 폐지가 부동산 투기를 조장할 수 있다면서 반대하고 있다.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도 19일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올려 양도세 중과 폐지 방침에 대해 "부동산 투기억제 장치를 속속 무력화해 가는 정부의 행보에 거침이 없다"며 "멀지 않은 앞날에 재앙을 부를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이 정부의 정책 중에는 유달리 근시안적인 성격을 갖는 것들이 많은데 부동산 정책에서 그런 성격이 더욱 두드러 진다"며 "지금은 경기가 워낙 심하게 얼어 있는 탓에 부동산 투기도 잔뜩 숨을 죽이고 있지만 경기가 되살아날 기미가 보이자마자 투기의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타오르리라는 것은 너무나도 뻔한 일"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당장 주택경기 살리는 것이 급하다고 투기를 조장하는 것은 졸렬하기 짝이 없는 일"이라며 "나라를 이끄는 사람들이 바로 몇 년 앞의 일도 내다보지 못한다면 이만저만 큰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양도세 중과 폐지로 '대못이 빠졌다'며 환호하고 있는 일부 보수언론의 보도태도에 대해 맹비난했다. 이 교수는 "집부자들에게 양도세를 무겁게 매겼기 때문에 투자가 위축되었나 아니면 기술개발이 더뎌졌나? 노사관계가 나빠졌나 아니면 수출이 어렵게 되었나?"고 반문하면서 "오직 한 가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주택 투기로 떼돈 벌 수 있는 기회를 가로막고 있던 대못이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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