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가구 다주택자(3주택 이상) 양도세 중과 폐지와 관련해 국회에서 관련법이 통과도 되기 전에 소급입법 적용방침을 밝혀 분란을 일으킨 기획재정부가 또 '반칙'을 했다.
개정안이 국회 기획재정위 조세소위를 통과했을 뿐인데, 28일 "다주택자에 양도소득세 일반과세를 적용한다는 정부 발표를 믿고 강남 3구에서 부동산을 거래한 사람들은 개정 소득세법이 시행되기 전까지 한시적으로 구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와 관련된 소득세법 개정안은 29일 국회 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다시 논의될 예정이다. 또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통과도 남아 있다.
국회 일정이 아직 많이 남아 있는데도 불구하고 재정부는 또 국회를 무시하고 '강남 3구에 대한 한시적 구제 방침'을 밝힌 것이다.
재정위 처리 강행해도 법사위에서 제동 걸릴 듯
한나라당은 27일 야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단독으로 기획재정위 조세소위에서 한시적 양도세 중과 폐지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2010년 말까지 3주택 이상 다주택자와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양도세율을 기본세율인 6~35%이 적용된다. 다만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 한해 기본세율에 탄력세율이 적용돼 최고 45%의 양도세율이 부과된다.
기획재정부가 당초 3월16일부터 소급적용방침을 밝혔던 개정안과 비교하면 '강남3구에 탄력세율 적용'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것이다. 지난달 당정협의에서는 양도세 중과폐지에 찬성했다가 '부자 감세'라는 비난 여론으로 한발 물러선 한나라당이 내놓은 타협안이다.
정부와 여당은 27일 재정위 전체회의에서 이 개정안 통과를 강행하려 했으나 야당의 반발로 29일 전체회의로 일정을 미뤘다.
야당은 여당 단독으로 조세소위를 통과한 것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의견 차이를 좁히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김종률 민주당 재정위 간사는 "여당 단독 통과는 전례 없는 일이기 때문에 향후 의사일정에도 적극적으로 문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재정위에서 한나라당이 강행처리에 나선다 해도 법사위에서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 법사위는 유선호 민주당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따라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를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의 4월 임시국회 처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재정부 "강남 3구 탄력세율 소급 적용 안 해"
이처럼 소득세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여전히 '안갯속'임에도 불구하고 재정부는 또 조세소위 통과로 모든 게 끝났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나머지 일정은 '거수기' 한나라당이 알아서 처리해줄 것이라는 식이다.
재정부는 한나라당 내부의 반발로 붙은 꼬리표인 '강남3구의 탄력세율 적용' 때문에 불거진 문제를 무마하기에 여념이 없다.
재정부는 2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가 전날 소득세법 개정안을 의결하면서 지난 3월16일부터 투기지역인 강남3구에서 이뤄진 1가구 3주택자 이상의 거래에 대해서는 한시적으로 10%포인트의 양도소득세 탄력세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도세 중과폐지는 3월16일부터 소급적용하지만 강남3구에 탄력세율을 적용하는 것은 소급적용하지 않겠다는 것. 이를 통해 정부의 발표를 믿고 3월16일 이후 주택을 매매한 강남3구의 다주택자들을 구제하겠다는 얘기다.
그러나 재정부가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기 전에 자신들이 '소급적용'이라는 입장을 밝혀 생긴 문제를 덮으려다 또 국회를 무시하고 나선 셈이 됐다. 앞서 지적했듯이 소득세법 개정안은 아직 국회에서 확정되지 않았다. 야당과 협의 과정도 남아 있다.
이태경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양도세 중과 폐지 자체도 큰 문제지만 그 절차에도 문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처장은 "여당을 정부안을 무조건 통과시켜주는 거수기로 전락시켰다"며 "하지만 정부가 법안 통과를 자신했지만 결국 여당과 협의 과정에서 법안이 일부 바뀌었다. 이런 식으로 정부 정책이 왔다갔다 하는 것은 정부와 정책의 신뢰성도 크게 훼손시킨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너무 마음이 급해서 그런 것 같은데 결과적으로 여당과 정부에 모두 상처를 냈다"고 지적했다.
여당 내에서도 정부의 태도에 대해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28일 불교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폐지 논란에 대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은 상태에서 바로 적용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문제가 생겼다"며 "정부가 부동산 거래를 빨리 좀 정상화시켜서 내수 회복을 조기에 해야겠다는 의욕이 앞섰던 것 같다"고 정부를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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