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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부, '양도세 중과 폐지 소급 적용' 된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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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부, '양도세 중과 폐지 소급 적용' 된서리

여당 반대 기류…'편법 행정'에 시장 혼란만 가중

기획재정부가 관련법이 개정되기도 전에 시행 방침을 밝힌 1가구 다주택자(3주택 이상 소유자) 양도소득세(양도세) 중과 폐지가 '표류' 중이다. 여당인 한나라당에서 반대 기류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

재정부는 한나라당의 찬성을 전제로 개정안이 통과되기도 전에 '3월 16일부터 소급 적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최근 강남 재건축 아파트 등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등 '과열' 조짐이 보임에 따라 법안 통과가 불투명해졌다.

양도세 중과 폐지가 백지화될 경우, 정부 말을 믿고 집을 판 이들의 금전적 피해가 예상된다. 정부를 상대로 소송이 가능한 사안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또 부동산 시장의 혼란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정부 너무 성급했다"

한나라당은 15일 정책의총을 열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폐지안을 논의했다. 찬성 5명, 반대 5명으로 의견이 팽팽히 맞서 당론을 정하지는 못했다. 한나라당은 다시 의총을 열지, 의원들을 대상으로 비공개 설문조사를 통한 의견 수렴을 할지, 내주 중으로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이번 회기 내에 당론을 결정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홍준표 원내대표와 서병수 기획재정위 위원장도 이날 의총에서 반대 입장을 밝혔다. 홍 원내대표는 양도세 중과 폐지에 대해 "투기꾼들을 위한 정책"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홍 원내대표는 14일 KBS <시사360>과 인터뷰에서 "정부가 정책을 발표하고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는 등) 정치적으로 확정이 된 후 시행하는 것이 맞는데 미리 시행하는 것은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정부의 편법적인 행정조치를 비판하기도 했다.

김정권 원내대변인도 정책의총이 끝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회기 내 당론 결정이 어렵지 않겠냐"며 "정부가 법안 통과를 가정해 먼저 시행에 들어간 것은 너무 성급했다"고 비판했다.

법안 통과 자신하던 재정부, 시장 혼란만 불러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15일 '경제활성화 지원 세제개편안'을 통해 양도세 중과 폐지 방안을 발표하면서 다음 날인 16일부터 바로 소급적용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재정부는 관련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법인세법 개정안을 17일 입법 예고하고, 4월 1일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개정안에 '3월 16일부터 소급 적용한다'는 문구를 집어넣었다. 정부가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에서 심의 과정을 거쳐 통과되고 난 뒤 법 시행에 들어가는 게 정상적인 절차인데 이를 무시한 셈이다.

당시 '법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정부안이 그대로 통과되지 않을 경우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으나 재정부는 귀담아 듣지 않았다. 야당에서는 "국회가 정부가 제출하는 법안을 무조건 통과시켜주는 통법부냐"며 국회의 입법권을 무시한 재정부의 처사에 대해 비난했다. 그러나 윤영선 재정부 세제실장은 "법안이 통과되지 않는 경우는 가정해 보지 않았다"고 법안 통과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재정부는 '4월 국회통과'를 기정사실화하고 소급 적용 방침을 밝힌 이유에 대해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고 시행될 때까지 2-3개월 동안 부동산 시장이 더 위축되는 부작용을 우려해서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부가 국회를 무시하고 편법적인 행정을 한 결과 더 큰 혼란이 예상된다. 한나라당의 반대로 법안 통과가 안 되거나 늦어질 경우, 정부의 말을 믿고 집을 판 사람은 금전적 손해를 보게 됐다. 법안 통과 여부와 시점이 불투명해짐에 따라 양도세 중과 폐지를 이미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던 시장의 혼란도 불가피하다.

"정부 상대로 소송 제기할 수도…관련 책임자 문책해야"

일부 피해자들의 경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이종석 공인회계사는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정부 발표를 믿고 거래를 한 사람은 예상에 비해 훨씬 무거운 양도세를 물어야 한다"며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등을 제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고계현 경실련 정책실장은 "재정부가 이런 상황이 충분히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인 이유는 양도세 중과 폐지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다"며 "양도세 중과 폐지가 종부세처럼 사회적 의제로 전환될 경우 큰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에 미리 배수진을 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 실장은 "행정 행위가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할 것은 적법성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는 '법치'를 국정철학으로 강조하고 있지 않냐"면서 "탈법적인 행정조치로 국민들에게 피해를 준 재정부 관련 책임자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문책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세 낮춘 재정부 "시장 혼란은 없다"

비난이 쏟아지자 재정부는 은근슬쩍 말을 바꿨다. 부동산 거래의 특성상 실제 양도세가 부과되는 시점에 상당한 시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으므로 "국회의 법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는 식으로 자세를 낮췄다.

부동산 시장의 혼선에 대해서도 재정부 관계자는 "소급 적용 방침을 밝힌 것 뿐이지 이미 시행 중은 아니다"며 큰 혼란이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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