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한나라당, '작은 투기꾼'엔 강하고 '큰 투기꾼'엔 약해?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한나라당, '작은 투기꾼'엔 강하고 '큰 투기꾼'엔 약해?

기업 비업무용 토지, 종부세에 이어 양도세도 완화

노태우 정권 시절 김종인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이 단행한 재벌들의 비업무용 토지 강제 매각은 가장 '살벌했던' 재벌개혁정책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이후 김종인 전 수석이 노무현 정부의 초대 경제부총리 물망에 올랐을 때 재벌들이 절대 안 된다고 '손사래'를 쳤다고 한다. 그 정도로 비업무용 토지 강제 매각은 재벌들의 약한 곳을 제대로 찔렀다고 할 수 있다.

김 전 수석에 따르면, 1986~1989년 사이에 국제수지흑지가 330억 원이었는데, 130억 원을 토지구입에 썼을 정도로 기업들이 부동산 투기에 몰두했다. 당시 이 조치로 30대 재벌이 4800만 평의 땅을 내놓았고, 부동산 투기 광풍도 꺾였다.

이처럼 한국에서 기업들의 비업무용 토지 보유는 '투기'와 직결된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경제위기'를 명분으로 기업의 비업무용 토지에 대한 세금을 계속 완화하고 있다. 기업들의 부동산 불로소득을 보장해주는 셈이다.

한나라당, 기업 비업무용 토지 양도세 중과 폐지는 찬성

이명박 정부는 지난해 9월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완화를 통해 기업의 비업무용 토지에 대한 종부세율을 대폭 낮췄다. 17억 원 이하는 1%, 17억~97억 원은 2%, 97억 원 초과는 4%의 세율로 종부세가 매겨지던 기업의 나대지 등 비업무용 토지에 대해 각각 0.75%, 1.5%, 2%의 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어 정부는 지난해 10월21일 건설사 지원 방안에 기업의 비업무용 토지를 정부가 매입해주겠다는 내용을 포함시키려고 했다. 다행히 6조 원까지 유동성 위기에 처한 기업들의 비업무용 토지를 사들이겠다는 구상은 "기업들이 투기적 수요로 갖고 있던 땅을 국민의 혈세로 사주냐"는 비난이 쏟아지자 실제 지원책에서는 빠졌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1가구 다주택자(3주택 이상) 양도세 중과 폐지 논란에 가려 주목받지 못하고 있지만, 정부는 개인이나 기업의 비업무용 토지 양도세 중과 폐지 입장을 밝혔다. 한나라당은 '법인의 비업무용 토지 양도 시 30% 법인세 중과제 폐지' 내용을 담은 법인세 개정안에 대해서는 크게 문제 삼지 않고 있다. 4월 국회 통과가 유력하다.

투기꾼 감세는 안 된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에 대해 한나라당은 "3주택 이상은 투기수요라고 볼 수 있다. 투기꾼에 대한 감세는 안 된다"는 반대 목소리가 만만치 않아 지난 15일 당론 결정을 유보했다. 4월 국회 통과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법인세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법인세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최대 30%까지 추가 과세되던 비업무용 토지에 대한 양도세 중과가 폐지되어 11% 내지는 22%의 법인세만 내면 된다. 업무용 토지와 비업무용 토지의 구분이 사라진 셈이다.

노태우 정권 때 한 차례 강제 매각을 통해 축소됐던 기업들의 비업무용 토지는 이후 계속 늘어갔다. 지난 2006년 신고실적 기준으로 토지분 종부세를 내고 있는 1만1000개 법인이 낸 종부세(9177억 원) 중 절반 이상인 4622억 원이 잡종지, 농지 등 비업무용 토지에 대한 것이었다.

1가구가 주택을 3채 이상 보유한 목적이 '투기'일 가능성이 높듯이, 기업들의 비업무용 토지를 보유한 목적도 '투기'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문제와 마찬가지로 기업들의 비업무용 토지에 대한 양도세 중과 폐지를 반대해야만 일관된 태도다.

법인 양도세 중과 폐지에 대해 정부여당의 명분은 '양도세 정상화'를 통해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하고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을 돕겠다는 것이다.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기업들이 현금 확보를 위해 가지고 있는 비업무용 토지를 매각하려고 해도 중과세 부담 때문에 잘 안 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양도세가 매매차익에 부과되는 세금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경제위기를 맞아 어려워진 기업들에 대한 지원을 위해서라면 적용 대상을 좁히거나 혜택을 한시적으로 제한할 수도 있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한나라당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에 대해 반대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에 대해 "전체적인 흐름 가운데서 이 문제를 봐야 한다"며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종부세 무력화부터 시작해서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할 수 있는 장치를 하나씩 하나씩 없앴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그런 점에서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이 '투기세력을 이롭게 하는 것을 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진정성이 없다"며 "4.29 재보선이 끝난 뒤 시장 상황을 보면서 양도세 중과 폐지를 다시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의 비업무용 토지 양도세 중과 폐지에 대해 "기업들의 지대추구 성향을 더 강화시킬 수 있다"면서 "정부가 경제위기 상황에서 기업이 재무구조를 재편하는 것을 돕고자 한다면 원칙을 갖고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