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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441일' 코스콤 비정규직 20명, 집단 단식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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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441일' 코스콤 비정규직 20명, 집단 단식 돌입

"법원도 인정하고, 정규직 해달라는 것도 아닌데…"

이미 법원에서 코스콤의 노동자로 인정받은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5일 '집단 단식'에 들어갔다. 애초 요구였던 '정규직화'에서 '직접 고용'으로 한 발 물러섰음에도 불구하고, 파업 400일을 넘겨 간신히 시작된 노사 교섭이 좀처럼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단식은 지난 5일부터 21일 동안 단식 농성을 해 온 황영수 코스콤비정규직지부장의 뒤를 이은 것이다. 이들은 "이렇게 힘들게 찾아온 교섭에서 또 한 번 물러설 순 없다"고 밝혔다.

"교섭하는 데 1년 반…법원도 손 들어줬는데 또 간접 고용?"

코스콤의 사내 하도급 업체 소속이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사 측이 이 문제를 놓고 교섭을 시작한 것은 11월 초다. 파업 1년 반 만이었다.

새로 취임한 김광현 사장이 집중적인 실무 교섭에 동의하면서 열린 대화의 장이었다. 여기에는 지난 7월 나온 법원의 "코스콤이 이들의 사용자"라는 판결의 힘이 컸다. (☞관련 기사 : 법원 "코스콤 비정규직, 코스콤 직원이다")

하지만 교섭은 좀처럼 진전을 보지 못했다. 증권노조 코스콤비정규직지부는 "회사는 우리의 기대와 달리 2주일이 넘는 기간 동안 단지 4차례만 교섭에 나왔고 무성의한 자세로 일관했다"고 주장했다.

이미 법원도 불법 파견 혐의를 인정하고 코스콤의 사용자성을 확인해 줬지만, 회사는 '협력 업체 설립을 통한 고용'만을 제안했다. 코스콤이 아닌 제3의 회사 소속이 되라는 것은 파업 이전의 상태로 그대로 돌아가라는 것이었다. 또 비록 회사 측 항소로 고등법원 계류 중이긴 하나 이미 나온 지방법원의 결정보다 더 낮은 수준의 해법이다. 당연히 당사자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안인 것.

입법·사법·행정 모두 '코스콤이 사용자'라는데 유일한 걸림돌은 정규직?

▲ 지난 7월에도 '직접 고용' 합의를 눈앞에 두고 정규직노조의 반대로 물거품이 된 바 있다. ⓒ프레시안
이런 가운데 코스콤 비정규직 관계자는 "회사 측은 계속 '내부 직원들 설득을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며 협상을 지지 부진 끌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가 밝힌 '내부 직원 설득'이란 정규직 노조의 반대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7월에도 '직접 고용' 합의를 눈앞에 두고 정규직 노조의 반대로 물거품이 된 바 있다. (☞관련 기사 : '코스콤 비정규직 직접 고용' 합의, 물거품된 까닭은?)

이들은 이날 파업 직후부터 지켜 온 서울 여의도 증권거래소 앞 거리 농성장에서 집단 단식에 들어가며 "이제 정말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고 했다. "몸을 상하게 만드는 단식이 바보 같다 해도 할 수 없다.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저항이며 몸부림"이라고 덧붙였다.

노동부도, 국회도, 법원도 모두 이들의 정당성을 인정했는데도 '비정규직으로라도 직접 고용 해달라'고 한 발 물러선 요구마저 외면하는 회사와 정규직노조에게 이들은 한 겨울 20명의 단식으로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몸을 상하게 만드는 단식이 바보 같다 해도…"

아무것도 모르는 채, 팔뚝질 한 번 해 본적 없이 시작한 우리들이었습니다. 오로지 코스콤의 직원으로 성실히 일해 왔는데 작년 5월 한 순간에 버려져 분노만이 가득한 우리였습니다.

수많은 밤을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코스콤비정규지부에 가입했습니다. 하나를 위해 모두가 지켜주는 조직, 모두를 위해 하나가 지켜주는 조직. 그것은 코스콤 비정규지부였습니다.

20년을 일해 왔고 정규직의 명함을 들고 일해 왔습니다. 정규직 동료들과 같이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해 왔던 우리입니다.

그러나 한 순간에 버려지고 우리의 권리를 몰랐던 채 살아온 세월, 그 피와 땀을 되찾기 위해 우리는 441일 동안 파업을 해왔습니다.

지난 7월 법원에서 위장도급 판결을 내고 무궁화 열차을 타고 오면서 창으로 쉼 없이 내리는 굵은 비를 보면서 눈가에 굵은 이슬을 하염없이 흘렸습니다. 내일 모래 40을 바라보는 한집안의 가장이 1시간을 그렇게 눈물을 흘리고 있으니, 옆에 있는 아주머니가 무슨 사연인지 모르지만 힘내라고 손수건을 건네주더군요.

거래소 로비, 사장실 점거, 혹한과 폭염속에 4차례의 고공농성, 단식….

참으로 1년 6개월이라는 긴 세월 4계절 동안 피눈물을 흘리며 지내온 세월이 나의 가슴에 큰 메아리가 되어 다시 돌아오니 또 다시 뜨거운 피 눈물이 가슴을 적시며 온몸에 전율이 흐르는 느낌입니다.

용역깡패들한테 그렇게 맞고 터지고 입술 째지고 머리 깨지고 해도 우리가 웃으면서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조합원들의 그 바보 같은 순진한 마음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루하루 버티면서 또 여의도 한 복판 증권타운에서 노숙하고 아침에 세면할 때 각 빌딩 화장실을 전전하며 청소하시는 아주머니와 경비 아저씨 눈치를 보면서 파업을 견뎌왔습니다.

지난 봄 영등포 구청에서 농성장을 새벽에 용역깡패 동원하여 침탈한 후 얇고 얇은 비닐을 바닥에 깔고 습기가 그대로 올라오는 그런 잠자리를 2주 이상 보내고 한 푼이라도 투쟁기금을 우리 자력으로 만들려고 일당 막노동에 우리 조합원들이 일하러 새벽같이 모두 같이 나가 피곤에 지쳐 쓰러져 자곤 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회사와의 교섭이 시작되었습니다. 코스콤의 직원이라고 인정받기 까지 1년이 걸렸고, 교섭하는 데 1년 반이 걸렸습니다.

이번에는 신뢰와 양보를 바탕으로 꼭 풀어보자고 코스콤과 우리는 약속하였습니다. 이미 우리는 7월 요구안을 정규직화에서 직접고용으로 한 발 물러서면서 양보를 하였습니다. 그런데도 회사는 또 우리에게 양보를 요구합니다. 가진 것 없는 우리, 오로지 긴 파업으로 인해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우리에게 또 피와 뼈를 깎으라고 요구합니다.

지금까지 안 해본 것 없다 생각하지만 이렇게 힘들 게 찾아온 교섭에서 또 한 번 물러설 수 없습니다. 아니, 이제 정말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습니다.

그래서 닳고 닳은 단식을, 몸을 상하게 만드는 단식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바보 같다 해도 할 수 없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저항이며 몸부림일 뿐입니다.

이제 다시 우리 코스콤 비정규지부 동지들은 서로 얼굴을 맞대며 지부장님의 21일 단식 결의를 이어가려고 합니다. 코스콤이 더 이상 손실을 입지 않고, 우리 모두가 밝은 미래를 향하기 위해 우리는 오늘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단식에 돌입합니다.

우리가 단식에 들어가며 꼭 이루고 싶은 것은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첫째, 회사가 진정 열린 마음으로 성실하게 교섭하여 우리를 인간으로 인정해주고 직접고용을 해서, 행복한 일터로 돌아가게 만들어 달라는 것과

둘째, 정규직원 분들과 지금까지 쌓인 서로의 오해를 풀고 같은 코스콤의 동료로서 코스콤의 밝은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가자는 것입니다.

회사는 진정 우리 코스콤 비정규지부 조합원들의 마음과 의지를 알고, 공공기업으로써 사회적 책임을 다 하여야 할 것입니다.

성서에서 예수는 가장 낮은 곳으로 임하여 그들과 함께 하였습니다.

자본과 시간과 따뜻한 사무실을 가지고 있는 회사가, 회사 내의 부조리들을 직접 들여다보고 가장 낮은 곳에서 잘못된 시스템으로 인해 피해 받은 자들을 더 이상 내버려두지 말고, 즉각 교섭에 성실히 임하여 전 조합원의 직접고용을 실시할 것을 간곡히 호소하는 바입니다.

2008. 11. 25
코스콤 비정규지부 조합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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