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번 해고는 '연내 해결 의지를 갖고 노사가 다시 한 번 집중 교섭을 벌여보자'는 논의가 오가던 중에 이뤄진 것으로 박양수 뉴코아노조 위원장을 비롯한 집행부에 대한 대대적인 해고라는 점에서 "이랜드 그룹 측의 사태 해결 의지가 의심스럽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랜드 "매장 불법 점거에 따라 절차를 거쳐 진행된 것"
뉴코아노조 간부들이 해고 통보를 받은 것은 17대 대통령 선거 하루 전날인 지난 18일. 박양수 위원장을 포함해 김호진 부위원장 등 18명의 간부들이 문자 메시지를 통해 해고 통보를 받았다. 이동일 서울지부장 등 3명은 정직 6개월을, 유은란 동수원지부장을 비롯한 6명은 정직 3개월의 징계가 떨어졌다. 뉴코아노조는 지부장 이상 간부 전원이 징계를 받은 것이다.
이랜드일반노조의 경우 20일 현재까지 2명만이 정식 해고 통보를 받았으나 노동부 및 이랜드 측에 따르면 김경욱 위원장 등 총 15명의 지도부에 대해 해고 통보가 이날 중으로 전달됐다. 특히 이랜드일반노조의 해고자 명단에는 일반 조합원도 들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대량 해고에 대해 이랜드 측은 "파업 기간 중 매장 불법 점거과 영업방해, PDA 무단 절취 등을 이유로 징계를 내렸다"며 "징계는 경영권 행사의 일환으로 교섭과는 별개"라고 밝혔다. 파업 과정에서 있었던 노조 측의 매장 점거로 벌금 등 형사 처벌을 받은 것이 사유가 된 것으로 "사내 규칙에 따라 절차를 거쳐 진행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비정규직 대량해고 해결하쟀더니 또 다시 대량 징계해고냐"
하지만 노조는 "파업 자체는 적절한 절차를 거친 합법 파업이었으며 유통업체에서 파업 행위로서의 매장 점거의 불법성에 대해서도 논란의 여지가 있는 만큼 악의적인 해고"라는 입장이다. 노조는 "비정규직 대량해고 문제를 해결하자고 시작한 파업인데 또 다시 대량 징계해고라니 사 측의 사태 해결 의지가 의심스럽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더욱이 양 노조는 민주노총(위원장 이석행)을 통해 20일과 21일 '타결을 목적으로 한 집중 교섭'을 할 것을 노동부 및 이랜드 측과 협의 중이었다.
홍윤경 이랜드노조 사무국장은 20일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사측은 교섭에서 연내 타결을 위해 노력하자고 말하고는 있지만 교섭위원까지 모두 잘라 놓고 교섭을 통해 이 사태를 풀 수 있다고 보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치사하고 졸렬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뉴코아 노사의 경우 18명 집단 해고가 통보된 바로 그날 실무교섭을 벌이기도 했었다. 최호섭 뉴코아노조 사무국장은 "지난 18일 실무교섭에서는 해고 관련된 언급은 전혀 없었고 오히려 징계를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를 사측이 밝혔다"며 "사측이 입으로는 성실교섭을 얘기하고 있지만 또 한 번 뒤통수를 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집단 해고로 당장 두 노조의 교섭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홍윤경 사무국장은 "이런 상황에서 교섭이 큰 의미가 있겠냐"고 되물었다. 두 노조는 오는 성탄절을 전후해 수도권 및 전국 각지에서 다시 한 번 집중적인 매장 봉쇄 투쟁을 벌일 예정이다.
"매장 점거 초래한 이랜드의 불법·탈법을 일방적으로 전가한 징계"
법률적으로도 이번 징계는 다툼의 소지가 있다는 시각이 많다. 비록 이랜드 측은 매장 점거라는 '불법'이 해고 사유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그 행위의 원인이 된 이랜드의 불법 및 탈법에 대한 책임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책임을 노조에게만 전가한 징계"라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
권영국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는 "비록 현행법상 매장 점거에 소위 불법성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비정규직 해고를 남발하고 회사가 각종 탈법 행위를 했던 만큼 회사도 상당한 가해자로서의 위치에 있다"며 "두 노조의 매장 점거 사건에 대한 형사판결문을 보면 이런 점이 이미 충분히 인정된 상황에서 노조 간부에게 그 책임을 일방적으로 떠넘길 수는 없는 요소가 상당히 있다"고 말했다.
권영국 변호사는 "형사 처벌로 인한 해고에는 그 사건의 경과와 쌍방의 불법성 정도, 초래 원인 등을 충분히 상호 비교해 고려해야하는 것인데 이번 해고는 오히려 사용자가 비정규직법이라는 법망을 피해가기 위해 편법적으로 자신의 인사권을 남용한 측면이 강한만큼 그 책임도 고려되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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